"7월 증시조정으로 가계 600조 평가손 추정…수요측 물가압력 완화"
"한은, 선제대응에서 '점진적·데이터 의존 방식'으로 옮겨갈 것"
(서울=연합뉴스) 강수지 기자 = 지난 7월 코스피의 급격한 조정은 채권시장의 8월 전망을 바꿔놓고 있다.
한국은행의 7월 기준금리 인상 직후만 해도 시장은 8월 연속(백투백) 인상 가능성을 진지하게 반영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설비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심이 증시를 흔들면서 한은의 매파색이 누그러질 것이라는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와 투자은행(IB)은 7월 코스피 급락이 남긴 흔적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코스피 시가총액이 2천조원 넘게 증발하면서 가계 소비를 짓누르는 음(-)의 부의 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정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하반기 민간 소비를 약 0.15%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추산했다.
손범기 바클레이즈 연구원은 "7월 증시 조정으로 가계가 약 600조원의 평가손실을 입었을 것"이라며 "부의 효과는 하락 국면에서 더 크게 작동하는 만큼 수요가 물가를 끌어올리는 압력은 그만큼 약해진다"고 봤다.
신현송 총재가 향후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로 반도체 가격을 지목한 점도 변수다. 시장이 반도체 가격 상승세의 정점을 의심하기 시작한 만큼, 한은으로선 당분간 가격 흐름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가와 환율도 연속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오는 4일 발표되는 7월 소비자물가(CPI)는 유가 하락과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힘입어 3.0%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6월 초 1,56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도 7월 중 1,410원대까지 내려오면서 한은이 추가 긴축을 서두를 이유가 줄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다시 큰 폭으로 상승하지만 않는다면 추가 긴축을 서두를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견조한 성장과 국내총소득(GDI) 호조는 여전히 인상 기조를 정당화한다. 이 때문에 8월도 향후 데이터에 따라 금리 인상 여지를 열어둔 '매파적 동결'이 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손 연구원은 "한은이 '선제 대응'에서 '점진적이고 데이터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전망 하에 전문가들은 방향성 베팅보다 캐리(이자 수익)를 노리며 단기물에 무게를 두길 조언한다. 물가가 예상대로 둔화하면, 그동안 연속 인상을 반영해온 단기물부터 금리 되돌림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강 연구원은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는(스티프닝) 압력이 이어지겠지만, 그 성격은 단기금리 하락이 주도하는 불 스티프닝(단기 금리 하락으로 인한 커브 스티프닝)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8월 국고채 3년물 금리 3.75~4.00%, 국고채 10년물 금리 4.15~4.45%를 전망했다. 그는 "점진적 인상에 그친다면 채권금리의 추가 상승폭은 제한적"이라며, 그동안 시장금리에 상당 부분 반영된 인상 기대가 되돌려질 여지에 주목했다.
지난 7월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금융투자협회 최종호가 수익률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5.5bp 상승한 3.758%에, 10년물 금리도 16bp 상승한 4.261%에 마감했다. 7월 금통위 이후 연속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며 3년물은 한때 3.959%, 10년물 금리도 4.447%까지 상승하며 연고점을 경신한 바 있다.
8월 말 발표될 2027년 예산안도 채권시장의 주요 변수다. 반도체 호황으로 걷힌 초과 세수를 놓고 해석은 엇갈린다. 삼성증권은 국채 순발행이 줄어드는 수급 우호 재료로, 교보증권은 발표를 앞둔 수급 경계 요인으로 보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증시 급락이 소비 위축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정부의 대응 수단으로 확장 재정을 꼽았다. 10조원의 증시안정펀드는 코스피 시총의 0.2% 수준으로 규모가 작고 국민연금도 국내 주식 비중이 높아 '구원투수'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정이 경기를 떠받치면 한국은행도 통화 대응을 서두를 이유가 줄어든다.
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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