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혜수 기자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발 증시 변동성에 대응해 시장 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할 수 있는 긴급조치권 도입에 나섰다. 현행 2배 배율을 위기 시 낮추는 방안이 대표 수단으로 거론되지만, 상품 규모와 리밸런싱 구조를 직접 손봐야 한다는 지적과 기존 투자자의 회복 기회·손익 예측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긴급 상황에서 시장 안정 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행법상 수익자총회를 거쳐야 한다는 해석이 있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배율을 긴급 상황에서 신속히 조정할 수 있도록 예외적 법적 근거를 두는 방안이 대표적으로 언급된다. 금융당국은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당시 대응 과정을 복기해 필요한 조치를 논의할 방침이다.
배율을 낮추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목표 익스포저를 맞추기 위해 집행하는 리밸런싱 주문도 감소한다. 2배 상품은 기초주식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기 위해 보유 자산과 파생상품 비중을 매일 조정하는데, 급등락장에서 같은 방향의 주문이 종가에 몰리면 주가 움직임을 증폭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정부는 앞서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였다. 계좌별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한도를 20% 수준으로 설정하고 모의거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긴급조치권 범위 두고 정치권도 이견
정치권에서는 금융당국에 부여할 권한의 범위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여당은 배율 하향과 예탁금 추가 상향 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야권은 상품 도입 과정에 대한 책임 규명 없이 사후 통제 권한부터 확대한다고 비판했다. 긴급조치권의 발동 요건과 존속 기간을 법률에 명확히 둬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긴급조치권 도입과 별개로 정책의 방향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규 투자 수요를 막는 것보다 이미 형성된 상품 규모와 리밸런싱 구조를 손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어준경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대책은 새로운 투자 수요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실제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것은 이미 시장에 쌓여 있는 상품 규모에서 발생하는 리밸런싱 거래"라며 "새로 들어오는 자금을 막는 것보다 이미 형성된 상품 구조를 손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 교수는 계좌별 투자한도가 급락장에서 추가 매도를 유발할 가능성도 짚었다. 다른 보유자산 가격이 하락해 전체 자산 대비 레버리지 상품 비중이 높아지면 투자자가 추가로 매수하지 않았는데도 한도를 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안으로는 상품 순자산을 기초주식의 거래대금과 유동성에 연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상품 규모가 기초주식의 일평균 거래대금 대비 일정 수준을 넘으면 신규 설정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투자자가 아닌 상품 자체에 상한을 두자는 취지다.
"상품 자체에 상한"···가변 배율엔 투자자 혼란 우려
이 같은 구조적 대안과 함께 배율을 어떤 방식으로 조정할지도 쟁점으로 꼽힌다. 참고 사례로는 홍콩의 가변 레버리지 제도가 거론된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사전에 설정·공시한 기준에 따라 운용사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배율을 최대 2배 범위에서 조정하고 다음 거래일 적용 배율을 전일 장 마감 후 공시하도록 했다.
어 교수는 국내에서는 운용사나 당국의 재량보다 사전에 공개한 산식에 따라 배율이 자동으로 바뀌는 규칙 기반 구조가 필요하다고 봤다.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배율이 자동으로 낮아지고, 변동성이 완화되면 다시 높아지는 방식이다.
그는 "평상시에는 2배를 유지하더라도 변동성이 커지면 배율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상품 규모 역시 기초자산의 거래대금과 유동성에 맞춰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배율 변경에 따른 기존 투자자의 손익 구조 변화를 우려한다. 배율을 낮추면 하락장에서 손실 확대는 줄지만 주가가 반등할 때 수익 회복 속도도 함께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미 큰 손실을 본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승장에서 손실을 만회할 기회까지 줄어드는 결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변 배율이 투자자의 상품 이해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현재도 기초주식과 2배 상품의 수익률이 매일 정확히 두 배로 움직인다고 오인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적용 배율까지 달라지면 손익 예측이 한층 복잡해질 수 있어서다. 적용 배율과 실제 수익률의 차이에 대한 투자자 불만이 늘면 상품 설명과 민원 대응 등 운용사의 실무 부담 역시 커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배율이 1.5배나 1.25배로 바뀌면 투자자가 매일 적용 배율을 확인해야 한다"며 "현재도 기초주식과 레버리지 상품의 수익률이 기대와 다르다는 항의가 들어오는데, 적용 배율까지 달라지면 투자자에게 상품 구조를 설명하고 민원에 대응하는 부담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당국에는 리밸런싱 물량을 줄이는 수단이지만 기존 투자자에게는 가입 당시 기대한 수익 구조가 달라지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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