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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루 정부는 지난해 초부터 투자이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신청자가 4단계 심사를 통과하면 9만달러를 내고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다. 올해 말까지는 기존 11만5000달러에서 할인된 금액이 적용된다. 시민권을 취득하면 싱가포르와 홍콩 등을 포함해 85개 이상 국가·지역을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다. 다만 나우루 내 토지를 매입할 권리는 부여되지 않는다.
나우루 정부는 프로그램 수익을 기후변화 적응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수면 상승이 빨라지면서 전체 가구와 기반시설의 90%를 고지대로 이전하는 것이 목표다. 이전 사업 1단계에만 6000만달러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면적 21㎢의 나우루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 가운데 하나다. 과거 인광석 채굴이 집중되면서 섬 내부 상당 부분이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지역으로 변했고, 현재는 대부분의 주민과 기반시설이 저지대 해안에 밀집해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해수면변화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나우루 주변 해수면은 최근 수십 년간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상승했으며, 이에 따라 대조기 만조(킹타이드)의 강도와 지속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프로그램은 시행 이후 보안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낳았다. 영국은 지난해 12월 나우루 여권 소지자에게 입국 비자를 의무화하고, 전자여행허가(ETA) 대상국에서 제외했다. 투자이민 프로그램이 초래할 수 있는 보안 위험을 고려한 조치다.
이에 나우루는 신청자에 대한 신원조회와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범죄 연루 사실이 확인되면 시민권을 취소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했다. 이는 2000년대 초 운영했던 과거 투자이민 제도가 테러 용의자들이 나우루 여권을 소지한 사실이 알려진 뒤 폐지된 전례를 반영한 조치다. 프로그램 운영진은 현재의 심사 절차가 과거와 같은 문제가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에도 프로그램은 계속 신청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120건이 넘는 시민권이 발급됐다. 초기 신청자 가운데 한 명인 미국인 루벤 자데는 평화롭고 중립적인 국가의 여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과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밝혔다. 또 에스토니아 출신의 시모 카시키는 수십 년간 무국적 상태로 지내다 나우루 시민권을 취득했다며 “이제는 자신을 설명하는 각주 없이 스스로를 소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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