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캐나다 잠수함 수주 탈락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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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레터] 캐나다 잠수함 수주 탈락이 주는 교훈

더리더 2026-08-03 09:08: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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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캐나다 정부가 최대 60조 원 규모로 평가되는 차세대 잠수함 도입사업(CPSP)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를 선정했습니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이 손잡은 '방산 원팀'이 정부 지원까지 등에 업고 뛰어들었던 사업이기에 아쉬움이 큽니다.

주목할 대목은 탈락 이유입니다. 캐나다 정부는 두 나라의 잠수함이 모두 요구 성능을 충족한다고 판단했음에도, 최종적으로는 성능보다 안보 협력과 산업 파급효과를 더 비중 있게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 것입니다. 값싸고 품질 좋은 무기를 만든다고 해서 반드시 시장을 얻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K방산은 그동안 '가성비'와 '신속한 납기'를 무기로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방산 수출이 단순한 상품 거래가 아니라 동맹과 안보 질서의 문제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웁니다. 나토 회원국인 캐나다가 같은 나토 회원국인 독일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안보 협력의 틀 안에서 움직이는 국제 질서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K방산이 성능과 가격 경쟁력만이 아니라 국제 안보정세의 흐름을 읽고 그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설계하는 전략까지 갖춰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이런 흐름은 방산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산업 역시 세계적 안보협력의 틀 안에서 사업의 향방이 갈릴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합니다. 역사는 이미 이를 증명한 바 있습니다. 1980년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은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을 계기로 빠르게 무너졌습니다. 미국은 안보를 명분 삼아 일본에 시장 개방과 가격 규제를 압박했고, 그 틈을 타 한국과 대만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했고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독주에 미국이 다시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실제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7월 뉴욕에서 열린 마이크론 신공장 기공식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을 원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그는 "마이크론이 앞장서고 있으니 경쟁자들도 결국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을 향한 압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 탈락과 미국의 반도체 압박은 서로 다른 사안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메시지를 던집니다. 안보와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밀접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시장을 지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이 냉엄한 현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동맹과의 관계를 정교하게 관리하면서도 우리의 핵심 산업 경쟁력을 지켜낼 지혜, 그것이 이번 탈락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입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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