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디지털, 비트코인 양자내성 강화에 500만 달러 투입한다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자산운용사 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이 7월 21일(현지시각) 비트코인(BTC)의 양자컴퓨터 내성을 높이기 위해 최대 500만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비트코인의 암호 체계를 깨뜨릴 수 있는 양자컴퓨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그런 컴퓨터가 등장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최소 5년은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도 블랙록(BlackRock)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ETF(iShares Bitcoin ETF) 위험 공시에는 이미 양자 위협이 하나의 리스크 항목으로 명시돼 있다.
과연 비트코인에 대한 양자 위협은 실제 위험일까, 아니면 지나치게 부풀려진 학술적 논쟁거리일까.
SHA-256은 안전, 약점은 서명 체계 ECDSA
비트코인의 채굴과 원장 기록은 SHA-256이라는 해시 함수로 보호된다. 이 해시 함수는 양자컴퓨터로도 효율적으로 깨뜨리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아무리 강력한 양자컴퓨터를 손에 넣는다 해도 아직 채굴되지 않은 코인을 한꺼번에 캐낼 수도 없고, 과거 거래 내역을 조작할 수도 없다.
문제는 코인을 사용할 때 소유권을 증명하는 데 쓰이는 전자서명 방식, 즉 타원곡선 전자서명 알고리즘(ECDSA)이다. 충분히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있다면 지갑의 공개된 정보를 거꾸로 계산해 개인키를 복원하고 지갑 속 코인을 빼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시장에서는 너나없이 코인을 팔아치우려는 패닉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전체 비트코인의 3분의 1가량은 체인상에 공개키가 노출된 상태다. 양자컴퓨터를 손에 쥔 이가 이 노출된 공개키를 통로로 삼아 코인을 훔칠 수 있다는 뜻이다.
5년이냐 40년이냐, 엇갈리는 시점 전망 / AI 생성 이미지
5년이냐 40년이냐, 엇갈리는 시점 전망
관건은 이 취약점이 실제로 악용될 수 있는 시점이 언제냐다. 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가장 이른 쪽은 5년 안팎을 제시하지만, 블록스트림(Blockstream)의 애덤 백(Adam Back)은 20년에서 40년은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수십 년의 시차가 나는 만큼 아직까지는 누구도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ETF는 양자 위협을 정식 리스크 요인으로 공시해뒀다. 실제 위험이 임박했다는 신호는 아니지만, 제도권 자산운용사조차 이 문제를 무시할 수 없는 잠재 변수로 다루고 있다는 의미다. 갤럭시 디지털의 500만 달러 투입 역시 같은 맥락에서 나온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사토시의 지갑 110만 BTC가 최대 변수
비트코인 개발자들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여러 비트코인 개선 제안(BIP)이 대응 방안을 담고 있다. 그중 BIP-360은 앞으로 새로 생성되는 지갑에 양자 내성을 갖춘 주소 유형을 추가하자는 제안이다. 다만 이 제안은 이미 공개키가 노출돼 있는 기존 지갑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가장 민감한 사례가 비트코인의 창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110만 BTC다. 비트코인 전체 공급량이 2100만 개로 영원히 고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토시의 지갑에 담긴 물량은 전체 유통 가능 물량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 지갑을 계속 취약한 상태로 방치하면 비트코인 가격 전반에 상당한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논의되는 제안이 BIP-361이다. 옛 방식의 서명을 쓰는 코인, 즉 사토시의 지갑을 포함한 물량을 5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강제로 폐기하자는 매우 논쟁적인 제안이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는 보유자들의 재산권을 사실상 부정하는 방식이어서 커뮤니티 내부 반발이 크다.
기술보다 어려운 건 합의
정리하면 비트코인에 대한 양자 위협은 실제로 존재하는 문제다. 다만 당장 코인을 팔아야 할 이유는 아니다. 이미 양자컴퓨터로도 깨지지 않는 새로운 암호 기술이 존재하는 만큼, 순수한 기술적 해법 자체는 어렵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진짜 난제는 기술이 아니라 합의다. 사토시의 지갑을 비롯한 옛 방식 서명 코인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개발자 커뮤니티 내부에서 뚜렷한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갤럭시 디지털의 500만 달러 투입이 이 논의에 얼마나 실질적인 진전을 가져올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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