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차세대 초대형 AI 반도체 구현을 위한 첨단 패키징 기술을 공개했다. 그동안 초대형 칩 상용화를 가로막던 봉지(Encapsulation) 공정을 해결하면서 현재 8배 수준인 레티클(Reticle) 크기를 장기적으로 24배 이상까지 확대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최근 AI 가속기는 하나의 거대한 다이(Monolithic Die) 대신 여러 개의 칩렛(Chiplet)을 하나의 패키지로 연결하는 구조가 주류가 되고 있다. 칩 크기가 포토마스크 한 장으로 구현할 수 있는 레티클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때문에 EMIB(Embedded Multi-die Interconnect Bridge), 포베로스(Foveros), CoWoS와 같은 첨단 패키징 기술이 AI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인텔은 뉴멕시코 리오랜초(Rio Rancho) 첨단 패키징 시설에서 차세대 HLFF(Hyper-Large Form Factor) 패키지를 개발하고 있다. HLFF는 최대 240×240mm 크기의 초대형 패키지로, 기존 레티클 면적의 24배 이상을 하나의 패키지 안에 집적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인텔은 이미 8배 이상 레티클 규모의 패키지를 구현하고 있으며, 2028년에는 12배 이상, 이후에는 24배 규모까지 확대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초대형 패키지 구현에서 가장 큰 난관은 봉지(Encapsulation) 공정이다.
칩렛과 기판 사이를 채우는 언더필(Underfill)은 칩을 기계적 충격과 열응력으로부터 보호하는 핵심 소재다. 그러나 패키지가 커질수록 언더필이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길어지고, 내부에 공기층(Void)이나 기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다. 이러한 Void는 열 전달과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결함으로 꼽힌다.
기존 패키지에서는 언더필이 약 22mm 정도 이동하면 충분했지만, EMIB 기반 대형 패키지는 약 44mm 수준까지 확장된다. 향후 10배 이상 레티클 규모에서는 언더필 이동 거리가 더욱 길어져 기존 공정으로는 균일한 충진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인텔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 공정을 동시에 최적화했다.
첫 번째는 언더필 소재 자체다. 점도(Viscosity)를 낮춘 새로운 언더필을 개발해 장거리에서도 안정적으로 흐르면서 기계적 강도는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두 번째는 디스펜싱(Dispensing) 방식이다. 기존처럼 패키지 가장자리에서만 언더필을 주입하는 대신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공급하는 멀티 포인트(Multi-point Dispense) 방식을 적용해 유동 거리를 줄였다.
마지막으로 경화(Cure) 공정도 새롭게 최적화했다. 경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 기포를 제거하도록 온도와 시간을 조정해 최종적으로 Void-Free 패키지를 구현했다.
실제 검증도 진행됐다.
인텔은 EMIB 기반 5배 이상 레티클 패키지에서 18개의 칩렛과 12개의 HBM 스택을 연결한 구조를 제작했으며, 최대 40mm 언더필 유동 거리에서도 Void가 없는 봉지 공정을 구현했다. 7배 이상 레티클 규모의 타일드(Tiled) EMIB 패키지와 포베로스 3D 패키징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얻었으며, 일부 구조는 신뢰성 검증까지 완료했다.
다만, 초대형 패키지에서는 봉지 공정 외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인텔은 EMIB-T를 통해 칩 간 인터커넥트 속도를 채널당 64Gb/s까지 높이고, 패키지 내부에 실리콘 캐패시터를 삽입해 최대 1mF 수준의 전력 저장 용량을 확보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또한 15~25kW 수준의 발열을 처리하기 위해 셀(Cell) 단위의 모듈형 액체 냉각 구조와 독립적인 열 제어 시스템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
AI 반도체 경쟁은 미세 공정에서 첨단 패키징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GPU와 HBM을 하나의 초대형 패키지로 통합하는 기술이 AI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인텔과 TSMC 모두 EMIB와 패널 레벨 패키징(PLP), 유리 기판(Glass Substrate) 기술 확보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인텔은 이번 연구를 통해 초대형 AI 칩이 더 이상 개념 검증 수준이 아니라 실제 양산 가능한 기술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리오랜초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24배 이상 레티클 규모의 차세대 AI 패키지 구현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