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공공 장기전세주택에 거주한 입주민들이 계약 만기를 앞두고 평생 거주 보장과 분양 전환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입주민들은 급등한 집값으로 사실상 다른 지역으로 이주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새로운 공공임대 수요자를 위해 기존 계약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서울 송파구 장지동 송파파인타운이 있다. 이 단지는 2007~2008년 SH의 장기전세주택 '시프트' 사업으로 공급된 대표적인 단지다.
당시 입주자들은 시세보다 저렴한 보증금으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최근 계약 만기가 다가오면서 입주민들의 퇴거가 현실화되고 있다. 문제는 20년 동안 서울 집값이 크게 상승했다는 점이다.
입주민들, 보증금으로는 갈 곳이 없다며 호소
공급 당시 수억원 수준이던 아파트 시세는 현재 20억원 안팎까지 뛰었다. 반면 계약 종료 후 돌려받는 전세보증금은 1억~2억원 수준에 불과해 동일한 생활권에서 새로운 집을 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일부 고령 입주민들은 "평생 모은 돈으로도 서울에서 다시 전셋집을 구하기 어렵다"며 "이 보증금을 받고 어디로 가라는 것이냐"고 호소했다. 입주민들은 크게 두 가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현재 계약을 계속 연장해 사실상 평생 거주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또 거주를 희망하지 않는 세대에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해 일정 기준에 따라 분양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최초 분양가와 현재 감정가를 절충한 수준에서 분양가를 산정하는 방안도 제안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의 고민도 적지 않다. 계약이 종료된 장기전세 물량은 신혼부부와 청년층 등을 위한 공공임대인 '미리내집'으로 활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기존 입주민의 거주 기간을 무기한 연장할 경우 새로운 공공임대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또 다른 주거 취약계층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입주민 단체는 퇴거 통보 이후에도 명도소송 등을 통해 최대한 거주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도 고령 입주민의 주거 안정 대책과 청년층 공공임대 확대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전세 제도가 도입될 당시에는 집값 상승 폭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만큼 제도 개선 논의는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특정 계층의 거주 기간을 무기한 보장하는 방식은 공공임대의 순환 구조와 형평성 측면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계약의 안정성과 새로운 주거 수요자 보호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가운데 장기전세 제도의 향방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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