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배터리가 1% 남고서야 보조배터리를 찾는 게 사람 마음이다. 통장 잔고가 바닥나고, 건강검진 결과지에 빨간불이 켜지고, 부모님이 수술대에 누워야 "미리 대비할걸" 후회한다. 초고령사회도 다르지 않다. 2023년 기준 몸이 불편한 65세 이상 노인 18.6% 가운데 돌봄을 받는 비율은 47.2%에 그쳤다. 자식도, 국가도 내 노후를 온전히 책임져주지 않는다. 배터리가 방전되기 전에 충전해야 한다. 복지 전문 기자 김현우의 연재 '돌보다'가 진짜 노후 준비가 무엇인지 뜯어본다.
어린이만 입장할 수 있는 한 식당의 ‘키즈존(Kids Zone)’. 주인이 정한 키즈(어린이)의 기준은 ‘2010년 이후 출생자’다. 턱수염이 난 16세 고등학생과 유모차에 탄 3세 아기가 한 테이블에 앉았다. 식당 주인은 두 사람에게 뽀로로 식판에 담긴 이유식을 내민다. 고등학생은 화를 내고 3세 아기는 해맑게 식판을 엎어버린다.
국내 시니어 전문 기업 창업자들이 168조원 규모의 시니어 시장을 두고 벌이는 모습과 비슷하다. 주민등록증에 적힌 ‘65세’라는 숫자만 보고 직장에 다니는 70대와 침대에 누워 장기요양서비스를 받는 70대를 같은 소비자로 취급한다. 그러고는 "노인용으로 글씨를 크게 키웠는데 왜 팔리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나이만 들었을 뿐 기업이 제공하는 획일화된 노인용 상품을 그대로 받아들일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23년 85조2000억원이던 시니어 시장이 2030년 168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건강관리 요양 인공지능(AI) 돌봄 등 여러 기업이 뛰어들고 있다. 한데 시장 규모만 보고 진입했다가는 첫 고객을 확보하기도 전에 회사가 먼저 문을 닫을 수 있다..
같은 70대라도 하루 종일 손주를 돌보는 사람, 친구들과 골프를 치러 다니는 사람, 요양보호사의 도움 없이는 식사가 불가능한 사람은 소비 목적 자체가 다르다. 2024년 65세 이상 고용률은 38.2%인 반면 66세 이상 상대적 빈곤율은 39.8%다. 경제활동인구와 빈곤층이 한 연령대 안에 절반씩 섞여 있다. 나이라는 기준만으로는 이 시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자산가의 지갑이 열리지 않는 이유
시니어 전문 기업의 두 번째 오해는 시니어의 재산을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으로 착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고령자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4억6594만원이다. 겉보기엔 훌륭한 소비층이다. 한데 실상을 살펴보면 80.1%가 부동산이다. 연금은 월평균 69만5000원에 불과하다.
손주 장난감이나 해외여행에는 큰돈을 쓰면서 정작 자신의 건강을 위한 월 5만원짜리 서비스에는 지갑을 닫는다. 돈을 쓰는 기준이 은퇴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이들에게 상품을 팔려면 은퇴 여부, 혼자 보내는 시간, 곁에 누가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구매자와 실사용자가 분리된 시장
시니어 비즈니스의 가장 큰 함정은 이용자인 부모와 결제자인 자녀가 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월 360만원에 달하는 간병비는 환자를 위해 쓰지만 돈은 보호자가 낸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품을 알리는 대상, 지갑을 여는 대상, 실제로 쓰는 대상을 각각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노노(老老) 돌봄의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보호자가 반드시 젊은 자녀일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돌봄 플랫폼 케어네이션 통계에 따르면 연령을 입력한 보호자의 약 16%가 65세 이상이다. 70대 아내가 80대 남편을 돌보고 60대 동생이 70대 형님을 보살피며 비용을 치른다.
시니어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의 실패를 두려워한다. 일본 건강 앱 콤아도는 화면 한가운데에 콜센터 번호부터 크게 배치해 1년 만에 60만 다운로드를 넘겼다. 잘못 누르면 고장 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없애주는 것이 진정한 에이지테크다.
현장을 모르는 사업계획서의 한계
창업 경진대회를 가보면 AI로 그럴듯하게 작성한 15쪽짜리 사업계획서에 혁신과 초개인화라는 단어가 넘쳐난다. 한데 정작 노인들을 직접 만나본 흔적은 찾기 힘들다.
여러 기능을 더해 고령자에게 학습을 강요하는 기기는 외면받기 마련이다. 새벽에 간병인이 사라지거나 기기가 작동하지 않는 등 예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투명한 절차를 갖추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부모의 하루를 먼저 파악해야
부모님이 나이가 들었다고 무작정 요양원을 검색하기 전에 오늘 하루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식사는 누구와 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2024년 65세 이상 중 장기요양 인정을 받은 비율은 10.8%에 불과하다. 부모님이 쓰러지고 나서야 제도를 찾으면 이미 늦다. 방문요양 주야간보호 방문간호가 어떻게 다른지 미리 알아보지 않으면 결국 시설 입소 아니면 자녀의 단독 간병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지만 남게 된다.
초고령사회 168조원의 시장은 예정된 미래다. 고객의 나이가 아닌 상태를 꿰뚫어 보고 노화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느냐에 따라 시니어 사업의 승패가 갈린다.
2일 여성경제신문 기획 <김현우의 돌보다> 가 요양 현장과 기업을 잇는 교육형 커뮤니티 시니어퓨처의 정동호 대표를 만나 시장의 오해를 짚어봤다. 김현우의>
*다음은 정동호 시니어퓨처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
― 시니어퓨처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이 회사를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시니어퓨처는 초고령사회 속 시니어 시장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형 커뮤니티다. 고령화를 비즈니스 기회로 보고 함께 공부해서 실제로 만들어 보는 곳이다.
하는 일은 여섯 갈래다. △첫째 시니어 산업 트렌드를 담은 뉴스레터와 시장 인사이트 분석 콘텐츠를 제공하는 멤버십이다. △둘째 시니어 시장을 깊게 이해하고 사업 모델 설계까지 다루는 기수제 실전 스터디다. △셋째 업계 실무자와 창업자를 상시 연결하는 네트워킹이다. △넷째 현업 대표와 연구자가 직접 나서는 강연이다. △다섯째 기업과 함께 초고령사회 과제를 푸는 프로젝트 협업이다. △여섯째 기업·기관을 위한 맞춤 교육과 시장 진입 자문이다.
누구나 배우고 연결되고 기회를 얻는 시니어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게 목표다. 시니어에는 나이 들었다는 뜻과 능력과 깊이를 갖춘 어른이라는 뜻이 함께 있다. 후자를 택했다. 퓨처는 국가와 기업과 개인 모두의 미래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라는 뜻이다."
― 여러 산업 가운데 시니어 산업을 앞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시장으로 판단한 이유는
"이미 있던 사람이 늘어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측이 가능하다. 산업이 지금 전환기에 있다는 점도 크다. 정부는 지방소멸 대응과 통합돌봄, 주거 혁신 같은 제도 실험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과 주요 보험사가 요양 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규칙이 다시 짜이는 구간에서는 먼저 자리를 잡은 쪽이 유리하다.
흔히 이 시장을 곧 터질 시장으로 오해한다. 현장은 반대다. 인구가 예고된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급격히 터지지 않는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크는 시장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 시장이 터질 때까지 몇 년을 버틸 수 있느냐다. 시장이 커 보인다는 이유로 들어오면 사람도 자금도 마케팅 채널도 부족한 구간에서 먼저 지친다. 지속 가능성을 설계한 곳만 남는다."
― 시니어 시장을 연령만으로 60대·70대·80대로 나누는 방식에는 어떤 한계가 있다고 보는지
"같은 나이 안의 차이를 못 보게 된다는 것이 가장 큰 한계다. 나이는 인구를 세는 단위지 고객을 나누는 단위가 아니다. 숫자가 먼저 말해준다. 2024년 기준 65세 이상 고용률은 38.2%다. 열 명 중 네 명 가까이가 일하고 있다. 65세의 기대여명은 21.5년이다. 같은 집단 안에서 66세 이상 상대적 빈곤율은 39.8%다. 일하는 사람이 열에 넷이고 빈곤한 사람도 열에 넷인 집단을 하나로 묶어놓고 상품을 만들 수는 없다.
일본에서 회원 40만명 규모의 시니어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200개 넘는 기업의 시니어 사업을 지원해 온 오스탄스도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이들은 시니어 마케팅이 어려운 이유를 셋으로 정리한다. △첫째 시니어라는 단어의 범위가 너무 넓어 고객상이 잡히지 않는다. △둘째 기획하는 사람이 당사자가 아니라 감각이 어긋난다. △셋째 기존 세대에 통하던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돈의 형태는 결정적이다. 고령자 가구 순자산은 4억6594만원이지만 그중 80.1%가 부동산이고 저축은 14.2%다. 연금은 90.9%가 받지만 월평균 69만5000원이다. 시간은 많은데 쓸 현금은 제한된 구조가 소비를 정한다. 오스탄스가 자원적 관점이라고 부른 것이 한국에서는 이 형태로 나타난다.
지갑이 닫혔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같은 사람이 여행이나 손주에게는 과감하게 쓴다. 기준이 다른 것이다. 같은 일흔다섯 안에 일하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이 함께 있다. 몇 살인지보다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 시니어 소비자를 이해할 때 나이보다 먼저 살펴야 할 생활 조건이나 기준이 있다면
"△첫째 혼자 있는 시간이다. 사람이 누구와 시간을 보내는지를 생애주기로 그려보면 흐름이 뚜렷하다. 직장 동료와 보내는 시간은 은퇴를 기점으로 급격히 줄고 자녀와 보내는 시간도 계속 줄어든다. 반면 혼자 보내는 시간은 30대 이후 꾸준히 늘어난다. 이 시간이 왜 중요한지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확인했다. 창업 초기에 고령자의 건강을 가장 크게 해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논문으로 찾아본 적이 있다. 결론은 사회적 관계의 단절이었다. 외로움이 건강을 가장 나쁘게 하는 지표였다. 그래서 커뮤니티 서비스를 시도했고 지금도 이 시장의 핵심은 혼자의 시간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있다고 본다.
△둘째 곁에 누가 있는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함께 살아도 식사와 여가를 따로 하는 개인화된 생활이 확산되고 있다. 물리적으로는 3인 가구인데 실제로는 1인 생활 세 개가 한집에 있는 경우가 흔하다. 게다가 2027년을 기점으로 1인 가구의 중심축이 20~30대에서 65세 이상으로 이동한다.
△셋째 새로운 것을 배워 본 경험이다. 현대자동차의 수요응답형 교통 서비스 셔클과 약 2년간 교통약자 이동권 실증을 했다. 호출하면 버스가 오는 방식이다. 고령자가 앱에서 인공지능과 대화해 목적지와 인원을 말하면 배차가 완료된다. 여기서 학습 속도를 가른 것은 나이가 아니었다. 지자체나 민간의 디지털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체감상 최소 3배 이상의 높은 학습 능력을 보였다. 같은 연령대 안에서 벌어진 차이다.
고령자가 디지털에 약하다는 설명은 정확하지 않다. 배워 본 경험이 있었느냐가 달랐을 뿐이다. 혼자 하실 수 있겠어요라고 물으면 물러섰다. 실수해도 저희가 옆에서 바로 고쳐드린다고 하면 시도했다.
일본 산토리 웰니스가 만든 건강 습관 앱 <콤아도> 는 이 원리를 화면에 그대로 넣었다. 로그인 직후 콜센터 번호를 크게 띄운 것이다. 언제든 물어볼 수 있다는 안심 하나로 진입 장벽이 낮아졌고 이 앱은 출시 1년 만에 다운로드 60만건을 넘었다. 혼자 있는 시간과 곁에 있는 사람, 그리고 무언가를 배워 본 경험. 이 셋이 나이보다 훨씬 많은 것을 말해준다." 콤아도>
― 최근 시니어 산업에 뛰어드는 기업과 창업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무엇인가. 현장의 실제 수요와 일치한다고 보는지
"시니어퓨처 기수 지원자 70명을 기준으로 관심 분야를 보면 헬스케어 51.9%, 돌봄·요양 50.0%, 에이지테크 42.3%, 콘텐츠·커뮤니티 42.3%, 일자리·교육 34.6% 순이다. 복수 응답이긴 하지만 30%를 넘는 분야가 일곱 개다. 관심은 넓게 흩어져 있다는 뜻이다. 시니어퓨처가 주최한 인공지능을 이용한 삶의 질 아이디어톤에 실제로 참가자 100명이 35개 팀으로 출품했다. 그 분포를 보면 건강·돌봄이 17팀으로 49%다. 여가 4팀, 일자리 3팀, 로봇 2팀, 식품 2팀, 금융 1팀이 뒤를 잇는다. 마음으로는 여러 곳을 보는데 막상 만들어 오라고 하면 절반이 한 분야로 몰린다.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어긋남이 더 선명해진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기준 2023년 시니어 산업에서 금융서비스는 47.6%로 가장 큰 비중이다. 요양서비스 16.1%, 의약품 15.1%, 식품 6.6%, 여가서비스 5.3%가 뒤를 잇는다. 그런데 금융·보험·연금에 관심을 밝힌 지원자는 17.3%였다.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영역에 지원자의 5분의 1도 가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는 짐작이 간다. 금융은 진입 장벽이 높고 규제가 촘촘하다. 반면 건강과 돌봄은 문제가 눈에 보인다. 부모님이 아프거나 조부모를 돌본 경험에서 출발하는 아이디어가 많다. 문제를 발견하기 쉬운 곳과 사업이 성립하기 쉬운 곳이 다른데 사람들은 발견하기 쉬운 쪽으로 간다.
여기서 통념 하나가 깨진다. 돌봄은 돈이 안 돼서 아무도 안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 데이터로는 반대다. 지원자 절반이 돌봄에 관심을 두고 있고 출품의 절반이 건강·돌봄이다. 사람은 이미 충분히 오고 있다. 부족한 것은 그것을 사업으로 만드는 구조다.
기업의 움직임은 또 다르다. 대기업과 보험사는 요양과 금융 쪽으로 들어오고 있다. 창업자는 건강과 돌봄으로 몰린다. 같은 시니어 산업 안에서 자본이 가는 곳과 사람이 가는 곳이 갈라져 있다."
― 시니어 대상 제품과 서비스가 고령자의 불편을 해결하기보다 기업이 보여주고 싶은 기술에 치우치는 경우도 있는데 좋은 서비스와 그렇지 않은 서비스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지
"기술을 보여주고 싶은 서비스는 기능이 늘어난다. 좋은 서비스는 반대로 간다. 일본에서 고령자용 태블릿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 처음에는 요양 시설에 팔려고 했는데 간병 보수가 정해진 구조에서 시설이 업무 효율화에 예산을 쓸 수 없었다. 다음으로 스마트폰 교실을 열었더니 배운 사람이 강의가 끝나면 그대로 해지했다. 두 번 실패한 뒤 이 회사가 택한 방향은 기능을 빼는 것이었다.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연결되는 영상통화를 만들었다. 누르지 않아도 됩니다가 핵심 메시지였다. 지금은 해지 사유의 대부분이 별세다. 필요한 동안은 계속 쓴다는 뜻이다.
효돌 대표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말을 못 알아듣고 다시 말해 달라고 되물으면 어르신이 자기 발음을 탓하며 자존감이 떨어진다고 했다. 같은 상황에서 자기 탓으로 돌리고 아무 노래나 틀어주는 쪽이 계속 쓰였다. 기술적으로는 후자가 더 부정확한데 현장에서는 그쪽이 남는다.
여기서 통념 하나를 짚고 싶다. 시니어 대상이니 글씨를 키우고 색을 연하게 하자는 판단이 오히려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누가 봐도 노인용인 디자인은 노인 취급당한다는 불쾌감을 준다. 내가 나이 들었다고 느껴지는 경험은 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배려가 결례가 되는 지점이다. 기능이 누구를 위해 들어갔는가가 기준이다. 만든 사람이 보여주고 싶어서 넣은 기능인지, 쓰는 사람이 필요해서 남은 기능인지는 현장에 한 번만 나가 보면 갈린다."
― 시니어퓨처가 교육과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과 청년들에게 궁극적으로 만들어주고 싶은 변화는 무엇인지
"시니어 산업을 일부 전문가의 영역에서 누구나 시도해 볼 수 있는 영역으로 옮기는 것이다. 현재 시니어 스타트업 대표 상당수가 30대다. 당사자가 아니어도 된다. 오히려 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속도도 빠르다. 다만 오래 남는 사람의 조건은 따로 있다. 케어네이션 대표가 강연에서 한 말이 그 기준을 정확히 말해준다. 시니어 스타트업에서 나만큼 기저귀 많이 간 사람은 없다. 당사자가 아니어도 되지만 현장에 들어가지 않고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은 선순환이다. 지금은 초고령사회의 문제를 제도가 거의 혼자 감당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고령화가 부담으로만 계산된다. 시장이 스스로 풀 수 있는 문제가 늘어나면 계산이 달라진다. 그 문제를 풀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만들어 내보내는 것이 이 일을 하는 이유다."
― 부모의 노후와 돌봄을 준비하는 자녀 세대가 지금부터 가장 먼저 확인하거나 준비해야 할 한 가지를 꼽는다면
"돌봄이 필요해지기 전에 부모와 한 번이라도 이 이야기를 꺼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화가 가능하려면 자녀 쪽이 먼저 알아야 한다. 부모는 대개 괜찮다고 한다. 전화하면 잘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자녀는 그 말을 믿거나 믿기지 않아도 확인할 여유가 없다. 다들 바쁘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간다.
정서 교감형 돌봄 인형을 만드는 효돌 대표가 강연에서 전한 장면이 오래 남았다. 어르신들이 내가 죽으면 효돌이도 같이 묻어달라는 말을 적지 않게 하신다고 했다. 처음에는 인형이 좋아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 아이가 자기처럼 남겨지는 것이 싫다는 뜻이었다. 우리는 어르신이 혼자 계신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데 정작 본인은 그 시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정확히 알고 계신 것이다.
어려운 것은 그다음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부모와 마주 앉아야 정할 수 있는데 그 대화가 좀처럼 시작되지 않는다. 일본에서 가족신탁 서비스를 하는 회사가 2000명을 조사했더니 이 서비스가 퍼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도 제도도 아니었다. 자녀가 부모에게 상속이나 죽음을 연상시키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최대의 벽이었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다만 구체적인 것을 물으면 대화가 된다. 그래서 미리 알아두라는 말을 하고 싶다. 세 가지다. △첫째 장기요양등급이다. 신청부터 판정까지 시간이 걸리고 신청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다. 2024년 기준 65세 이상 중 인정을 받은 사람은 10.8%다. 생각보다 문턱이 있다. 필요해진 다음에 알아보면 그 기간을 그대로 견뎌야 한다.
△둘째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종류다. 방문요양, 주야간보호, 방문목욕, 방문간호, 복지용구가 각각 다르다. 재가 서비스 시설은 2024년 1만8745개소로 1년 만에 17.9% 늘었다. 선택지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아는 사람만 쓴다.
△셋째 부모의 자산이 부동산에 얼마나 묶여 있는지다. 집은 팔기 전까지 돌봄 비용이 되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부모가 인지 기능을 잃으면 그때는 팔 수도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대화만큼은 건강하실 때 해야 한다. 닥쳐서 알아보면 감정이 결정을 대신한다. 미리 알면 판단으로 정할 수 있다. 부모를 시설에 모실 것인가, 집에서 모실 것인가라는 두 갈래 질문만 있는 것도 아니다. 방문간호를 붙일 수 있는지, 복지용구로 집을 고칠 수 있는지, 주간보호와 방문요양을 함께 쓸 수 있는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아는 만큼 조합할 수 있다. 부모의 나이를 아는 것과 부모의 상태를 아는 것은 다르다. 돌봄이 필요해진 뒤에 알아보기 시작하면 선택은 남아 있는 빈자리가 대신 정한다."
☞장수경제=고령화에 따라 시니어 세대의 소비와 경제 활동이 창출하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뜻한다. 노년층을 부양 대상이 아닌 적극적인 소비자와 생산자로 보는 관점이다.
☞에이지테크: 노년층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각종 기술과 서비스를 뜻한다. 단순히 화면의 글씨를 키우는 것을 넘어 디지털 소외를 방지하고 실생활의 불편을 직접적으로 덜어주는 모든 산업을 포함한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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