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철도공단이 철도지하화 통합개발사업을 직접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철도 건설과 시설관리 전문기관에 사업시행자 자격을 부여해 추진체계를 구체화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사업 대상과 규모를 결정할 정부 종합계획은 당초 일정보다 7개월 넘게 지연되고 있다. 조직 구성과 재원 조달 등 후속 준비도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수정 가결됐다.
현행법은 정부로부터 국유재산을 출자받은 기관만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 출연기관인 철도공단은 철도 건설과 시설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시행자 요건을 갖추지 못해 사업을 직접 맡을 수 없었다. 이에 철도공단 산하에 별도 자회사를 설립해 지하화 사업을 전담시키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이후 공단이 직접 시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개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별도 법인을 설립하지 않고도 철도공단을 지하화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게 된다. 철도 노선의 설계·시공과 기존 시설 이설, 열차 운행 안전관리 등 공단이 보유한 전문성을 사업 초기부터 활용하고 지하화 공사와 상부 부지 개발의 일정과 사업비도 일관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행 주체와 책임 구조를 구체화해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다만 개정안이 사업의 법적 기반을 보완하더라도 실제 추진을 위해서는 국토교통부의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이 먼저 확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합계획에는 지하화 대상 노선과 개발 범위, 단계별 추진 일정, 사업비 조달 방안 등이 담긴다. 이를 토대로 각 사업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행자와 기관별 역할, 필요한 조직과 인력 규모도 구체화할 수 있다.
국토부는 2024년 말 발표한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사업 시행방안에서 2025년 12월까지 종합계획을 수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건의한 노선이 예상보다 많은 데다 사업비 조달과 사업성, 지역 간 개발이익 배분 등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계획 발표는 해를 넘겼다.
국토부가 구체적인 발표 시점을 확정하지 않은 가운데 철도업계에서는 종합계획이 올해 하반기 또는 연말께 나올 가능성이 거론된다. 올해 말 발표되면 당초 목표보다 약 1년 늦어지는 셈이다. 부산과 대전, 안산 등 선도사업은 종합계획에 앞서 기본계획 수립 절차에 들어갔지만, 나머지 지역은 종합계획에 포함돼야 후속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종합계획이 늦어지면서 철도공단도 직접 시행에 대비한 구체적인 조직 구성에 착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단은 현재 연간 6조~7조원 규모의 사업을 집행하고 있다. 향후 종합계획에 다수 노선이 포함되면 기존 철도 건설·관리 업무와 별도로 대규모 지하화 사업을 맡게 되는 만큼 전담조직 구성과 전문인력 확충 등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원 조달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남아 있다. 개정안은 지자체가 철도지하화특별회계를 설치하고 영향구역에서 발생하는 공공시설 설치비용과 개발부담금, 재산세 일부, 일반회계 전입금 등을 사업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검토보고서 등에 따르면 서울시와 부산시, 광주시는 특별회계 관련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공공시설 설치비용은 세입 발생이 불규칙하고 현물로 납부되는 경우가 있는 데다 개발부담금과 재산세는 기초지자체 세입이어서 광역지자체 특별회계 재원으로 편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철도부지가 길고 좁은 선형 구조라는 점도 사업성 확보의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개발 수요가 크지만 기존 철도 운행을 유지하며 공사해야 해 사업비가 커질 수 있다. 지방은 상부 개발수익만으로 지하화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워 지역별 사업성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법 개정을 통해 철도공단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것과 실제 사업을 수행할 조직을 구성하는 것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며 “종합계획이 나와야 전체 사업 규모와 공단의 역할을 가늠하고 그에 맞는 조직과 인력, 재원 조달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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