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깊은 산속 어두운 밤, 길을 잃은 이야기꾼과 인간의 두려움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가 마주한다. 창작뮤지컬 ‘어둑시니’는 오래된 민간 설화 속 존재를 무대 위로 불러내며 두려움과 위로, 상처와 치유를 담아낸 창작 뮤지컬이다.
작품은 어둠의 신 어둑시니와 맹인 소문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어둑시니는 자신의 모습을 본 인간들이 공포에 사로잡혀 목숨을 잃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소문은 어둠 속에서 살아온 인물답게 그 존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소문에게 어둠은 피해야 할 공간이 아니다. 그는 보이지 않는 세계 안에서도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품고 살아간다. 이런 소문의 태도는 인간을 향한 불신으로 가득했던 어둑시니에게 낯선 감정을 불러온다.
목숨을 건진 대가로 소문은 매일 밤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와 상상은 두 존재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 말과 글로 이어진 시간이 쌓이며 서로를 이해하는 특별한 여정이 펼쳐진다.
뮤지컬 ‘어둑시니’는 한국 전통 설화 속 캐릭터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감성을 더했다. 익숙한 괴담 속 존재를 단순히 무서운 대상으로 그리지 않고, 외로움과 상처를 가진 인물로 표현하며 관객에게 새로운 시선을 전한다.
어둑시니는 인간의 공포를 먹어야 살아갈 수 있는 운명을 지녔다. 사람들의 두려움으로 존재하는 그는 인간 세상을 바라보며 깊은 거리를 느껴왔다. 하지만 소문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전과 다른 감정을 마주한다.
소문 역시 어둠 속에서 홀로 견뎌온 시간이 있다. 그는 세상의 편견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어둑시니와 소문은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두 존재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변화를 맞는다.
작품 속 책과 이야기는 두 인물을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다. 이야기는 닫혀 있던 마음을 열고, 서로 다른 세계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상상 속 공간은 관객에게 오래된 동화 같은 감각을 선사한다.
뮤지컬 ‘어둑시니’는 어둠을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으며 인간 내면에 자리한 감정을 섬세하게 다룬다.
음악 역시 작품의 매력을 더한다. 서정적인 선율과 극적인 분위기를 살린 넘버들은 인물들의 감정을 깊게 전달한다. 전통적인 이야기와 현대 뮤지컬 음악이 어우러지며 독창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무대 디자인과 연출은 밤이라는 공간을 신비로운 세계로 확장한다.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공포와 아름다움을 함께 담아내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오는 30일까지 NOL 서경스퀘어 스콘 2관에서 공연되는 ‘어둑시니’는 한국적 소재를 바탕으로 한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어둠의 신과 맹인 이야기꾼이라는 독특한 조합은 무대 위에서 새로운 감정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두려움으로 시작된 만남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으로 바뀌는 과정은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뮤지컬 ‘어둑시니’는 밤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인간이 외면했던 감정과 마주하고, 상처 입은 존재들이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통해 창작 공연이 가진 힘을 보여준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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