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중앙아시아의 중심에 자리한 우즈베키스탄. 푸른 돔 아래로 펼쳐진 도시와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오는 3일부터 6일까지 저녁 8시 40분 방송되는 EBS1 ‘세계테마기행’은 부하라와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페르가나, 그리고 카슈카다리야와 누라타까지, 네 편에 걸쳐 이 나라의 다양한 얼굴을 따라간다. 여행작가 서병용이 안내하는 이번 기획은 실크로드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시와 현재의 삶이 공존하는 공간을 차분히 짚어간다.
■천년 도시의 시간, 부하라와 타슈켄트
여정의 시작은 부하라다. 2천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이 도시는 중세 이슬람 문화가 온전히 남아 있는 곳으로,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과거와 맞닿는다. 성채 ‘아르크’는 오랜 세월 권력의 상징으로 자리해 왔고, 포이 칼란은 도시의 얼굴처럼 웅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볼로하우즈의 목조 기둥은 섬세한 장인의 손길을 증명하듯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부하라의 진짜 매력은 시장에 있다. 교역돔에서는 보석과 직물, 환전까지 다양한 상거래가 이어지며 과거 실크로드의 기억을 현재로 끌어온다. 황새 모양의 가위를 만드는 대장간, 오래된 전통을 이어가는 인형극 공간은 이 도시가 유적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몰바자르에서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가축의 울음이 뒤섞이며 생동감을 만든다. 이곳에서 만나는 일상은 관광지의 틀을 벗어나 삶 자체에 가까운 감각을 전한다. 이어지는 타슈켄트에서는 또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현대적인 건물과 넓은 도로를 갖춘 수도지만, 전통은 여전히 생활 속에 녹아 있다. 쿠르반 하이트 기간에 나누는 고기와 음식은 공동체의 가치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사마르칸트식 양고기 요리 ‘로시’는 향신료와 조리법이 어우러져 깊은 풍미를 완성하며, 다음 여정을 향한 기대를 자연스럽게 끌어올린다.
■티무르의 유산, 사마르칸트의 찬란함
타슈켄트에서 사마르칸트로 이어지는 길은 우즈베키스탄의 자부심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아미르 티무르는 이 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그의 흔적은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 광장에 세워진 동상은 역사적 기억을 환기시키는 상징이다.
하즈라티 이맘 단지에서는 고대 쿠란 필사본을 통해 이슬람 문화의 깊이를 체감할 수 있다. 오래된 책 한 권이 지닌 무게는 신앙과 역사, 그리고 사람들의 삶을 담아낸 기록으로 이어진다.
사마르칸트에 도착하면 분위기는 더욱 압도적이다. 레기스탄 광장은 세 개의 거대한 건축물이 마주 서며 장관을 이루고, 푸른 타일 장식은 도시의 별칭을 설명하듯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티무르의 영묘는 섬세함과 웅장함이 공존하며, 샤히진다의 길은 색과 패턴이 이어지며 독특한 아름다움을 완성한다.
이곳의 매력은 건축에만 머물지 않는다. 실크 카펫 공장에서는 전통 방식으로 실을 염색하고 손으로 매듭을 짓는 과정을 통해 장인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화덕에서 논을 굽는 논보이의 모습 또한 생활 속 기술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거대한 역사와 소박한 일상이 함께 존재하는 도시다.
■손끝에서 이어지는 전통, 페르가나의 사람들
동부의 페르가나 밸리는 풍요로운 자연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가 뿌리내린 곳이다. 나망간에서는 화덕에서 갓 구워낸 빵과 솜사가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만든 솜사는 지역마다 다른 방식으로 완성되며, 그 자체로 지역의 개성을 드러낸다.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도피는 정체성을 상징하는 물건이다. 제작 과정에는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과 의미가 담겨 있으며, 지역마다 다른 문양이 존재한다. 이는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이어주는 매개로 기능한다.
마르길란에서는 전통 실크 제작이 지금도 이어진다.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고 염색을 거쳐 직물을 완성하는 과정은 빠르게 변하는 산업 속에서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손으로 짜낸 비단은 기계 생산품과는 다른 온도를 지닌다.
안디잔에서는 줄타기 예술이 이어진다. 한 가족을 중심으로 전해 내려온 기술은 공연을 넘어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독특한 음식인 오프카수티와 탄디르 케밥은 이 지역만의 식문화를 보여주며, 여행의 기억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의 모습은 평온한 하루를 완성한다.
■산과 사막 사이, 남부의 거친 아름다움
남부 지역으로 향하면 풍경은 극적으로 바뀐다. 카슈카다리야에서는 높은 산과 황량한 대지가 동시에 펼쳐지며 자연의 거대한 스케일을 체감하게 한다. 시장에서는 건조한 유제품 ‘쿠르트’를 쉽게 만날 수 있는데, 과거 유목민의 생활 방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사례다.
길을 따라 이어지는 식당에서는 향나무 장작으로 구운 고기가 특유의 풍미를 자랑한다. 이 지역 음식의 핵심은 화덕이다. 탄디르를 만드는 과정은 흙과 털을 섞어 반죽하고 오랜 시간 건조시키는 작업으로 이루어지며, 완성까지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겔란 마을에서는 외부와 단절된 채 이어져 온 삶을 만난다. 산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의 일상은 단단하고 꾸밈이 없다. 빠른 변화와 거리가 있는 이곳의 생활 방식은 오히려 안정감을 전한다.
여정의 마지막은 누라타와 키질쿰 사막이다. 붉은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서의 하룻밤은 낮과 밤의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낮에는 강렬한 태양이, 밤에는 수많은 별이 여행자를 감싼다. 아이다르쿨 호수의 물결은 건조한 환경 속에서 만나는 뜻밖의 휴식처럼 다가온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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