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택 시장이 평균 통계의 착시 현상 속에 극심한 ‘가격 양극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및 서울 전체의 평균 집값 상승률은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을 보였으나, 서울 상위 5% 초고가 주택의 가격 상승 폭은 세계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2일 국회미래연구원이 발간한 ‘자산 불평등과 보유세 중장기 개편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의 명목 주택가격지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전국 주택 가격은 2003년부터 2023년까지 약 1.56배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 역시 같은 기간 1.74배 상승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는 동기간 다른 주요 국가 및 도시의 집값 폭등세와 크게 대비된다. 같은 기간 노르웨이 오슬로권은 4.1배, 독일 베를린은 3.9배가 뛰었다. 노르웨이(3.4배), 캐나다(3.1배), 미국(2.8배) 등도 한국보다 월등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분을 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실질 주택가격지수(RHPI) 분석에서도 2000~2024년 한국의 상승 폭은 1.2배로, 조사 대상 24개국 중 핀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그러나 범위를 서울 상위 5% 초고가 주택으로 한정하면 양상은 180도 달라진다.
영국 부동산 컨설팅 업체 나이트 프랭크의 ‘프라임 글로벌 도시 지수(PGCI)’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서울의 고가 주택 가격은 1년 전보다 25.2% 급등했다. 이는 조사 대상 세계 46개 주요 도시 평균 상승률(2.5%)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로, 일본 도쿄(55.9%)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한다.
3위를 차지한 인도 벵갈루루(9.2%)부터는 상승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의 상승세는 압도적이다.
최근 5년간 누적 상승률 역시 서울은 80.9%를 기록해 두바이(224.3%), 도쿄(115.0%), 마닐라(81.0%)의 뒤를 이어 세계 4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지수별 괴리가 크게 나타나는 원인으로 서울 강남 3구와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한 고가 주택의 독주와 지방 주택 시장의 침체로 인한 ‘평균의 착시’를 짚었다. 전국 혹은 서울 전체를 뭉뚱그린 평균 통계가 시장의 핵심 동인인 상위 시장의 열기를 가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통계 집계 방식의 한계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OECD나 BIS 데이터의 기반이 되는 한국부동산원의 조사는 실거래가가 아닌 표본 조사를 바탕으로 평가되어 급변하는 시장 현황을 즉각 반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 주택 시장의 양극화가 극심해 고가 주택과 일반 주택 간의 상승률 괴리가 커지고 있다”며 “표본 조사 방식의 공인 통계가 최근 1~2년간 발생한 서울 핵심 지역의 집값 급등세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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