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검증모델 만들어 교과서 가격 4.9% 인하 유도…가격 자율화 이후 최초
이종환 서기관·박경득 주무관에 '예산 절감' 성과금 1천만원 수여
교과서 가격논란(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사단법인 한국검인정교과서 특별대책위원회가 27일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교육부의 가격조정 명령을 수용할 수 없어 발행과 공급을 전면 중단한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은 회견장에 전시된 교과서들.
교육부의 이번 조정명령으로 초등 3∼4학년 교과서 가격은 출판사의 희망가격 평균인 6천891원에서 34.8%(2천399원) 인하된 4천493원, 고등학교는 희망가격 평균인 9천991원에서 44.4%(4천431원) 내린 5천560원으로 각각 결정됐다. 201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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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천정부지로 치솟던 교과서 가격이 올해부터 내릴 수 있었던 데는 교육부 공무원 2명의 치밀한 시장 분석과 과감한 전략, 그리고 출판업계와의 끈질긴 소통이 자리했다.
이들이 설계한 새로운 교과서 가격 검증 체계로, 올 한해 아낀 예산만 37억원. 현 교육과정이 이어지는 2031년까지의 절감 예상액은 무려 222억원에 달한다.
2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종환 서기관과 박경득 주무관은 최근 기획예산처의 2026년 상반기 예산성과금 심사를 거쳐 총 1천만원의 성과금을 받았다.
지난해 교육부 교원콘텐츠정책과에서 한솥밥을 먹던 두 사람은 현행 교과서 가격의 결정 구조를 어떻게든 뜯어고쳐야겠다고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2009년 교과서 가격 자율화가 도입된 이후 검·인정 교과서 가격은, 출판사가 제시하는 '희망 가격' 중심으로 결정되는 구조가 장기간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출판사들의 희망 가격 수용률은 무려 96.4%에 달했다.
이는 시도교육청과 개별 학교의 교과서 구매 예산 증가에 이어 교육 재정 전반의 부담 확대로 작용했다. 개별적으로 교과서를 구매하는 학생·학부모들의 부담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도 교육부가 교과서 가격에 손댈 수 없었던 것은 과거 실시했던 이른바 '가격조정명령'의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교육부는 2014년과 2015년 교과서 가격조정 명령을 통해 큰 폭의 가격 인하를 추진했으나 이에 반발한 출판사들의 소송이 이어졌고, 2019년 행정소송에서 최종 패소해 2천5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하는 등 막대한 재정과 행정력을 낭비했다.
그 결과 정부의 적극적인 가격 개입은 법적 리스크로 인식됐고, 이는 출판사와의 가격 협상력 약화로 직결됐다.
박 주무관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교과서 가격이 출판사가 부르는 대로 결정되는 오랜 관행을 고쳐야 했는데 쉽지 않았다"며 "그래서 점유율, 실주문량, 수익구조 등에 기반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가격 검증 체계를 만들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단 개별 학교의 '교과서 선정 매뉴얼'을 개정, 교과서를 선택할 때 가격도 고려하도록 했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가격결정 구조를 개선한 것이다.
아울러 기존의 출판사 일괄 정가 확정 방식이 아닌, 협상 진척도에 따라 출판사별로 순차적으로 정가를 확정하고 이후 교육부가 고시하는 방식을 새로 도입했다.
이러한 '정가 고시' 개정으로 교과서 가격은 출판사의 희망가 대비 평균 81.7% 수준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핵심은 정밀한 '가격 검증 모델'을 구축한 것이었다. 2025년 신간 검정도서 전체 800종의 점유율과 공급량, 고정비 회수 여부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물이었다.
이 모델에 따라 도서개발에 투입된 비용 등을 고려하여 10만부 이상 주문된 도서를 대상으로 가격인하를 제안했고 오랜 협상 끝에 4.9% 인하 합의를 이끌어냈다.
교과서 가격 자율화 이후 처음으로 교과서 가격이 인하된 것이다.
교육부는 2026학년도 검정 교과서 가격 인하로, 시도교육청 예산이 올해 대비 연간 37억원 절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6년간의 '2022 개정 교육과정' 적용 시 절감 예상액은 최대 222억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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