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급격한 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이례적으로 대규모 엔화 매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엔화 절상을 목적으로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한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미국 재무부를 대신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통해 유로화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일본 통화당국이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섰다고 전하면서 미국 통화당국이 실제 시장 개입에 앞서 금융기관에 환율 시세를 문의하는 ‘레이트 체크’를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4엔에 근접하며 1986년 이후 약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일본 외환시장에 개입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직후 주요 7개국(G7)은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지만, 당시에는 지나친 엔화 강세를 억제하기 위해 엔화를 매도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매입 개입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확한 개입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미국이 50억~100억 달러(약 7조2200억~14조4400억원) 상당의 엔화를 매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로이터통신이 31일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트럼프 행정부 각료회의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메모지를 촬영했다고 전했다. 해당 메모에는 ‘할 일(To Do): 일본 엔화 50억~100억 달러 매입’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재무부는 실제로 메모 내용과 같은 규모의 시장 개입을 실시했는지에 대한 질의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 통화당국의 개입 이후 엔화 가치는 빠르게 반등했다. FT에 따르면 엔화 대비 달러 가치는 30일 약 4% 하락한 데 이어 31일에도 1.9% 떨어지며 달러당 157.57엔까지 내려갔다. 달러·엔 환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그만큼 엔화 가치가 상승했다는 의미다.
미무라 아쓰시 일본 재무성 국제담당 재무관은 “미국 당국으로부터 단순한 정치적 지지를 넘어 실질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카시마 오사무 씨티그룹 도쿄 외환전략가도 미국이 엔화 방어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만큼 단기간에 환율이 다시 달러당 164엔 수준까지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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