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노트] AI 시대의 뉴노멀 '변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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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노트] AI 시대의 뉴노멀 '변동성'

연합뉴스 2026-08-01 10:3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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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리건주 보드먼에 있는 아마존 웹서비스 데이터센터. 2024년 8월 촬영. AP_연합뉴스

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커졌다. 올해 들어 7월 21일까지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하루 5% 이상 오르거나 내린 날은 모두 28거래일에 달했다. 반년 남짓한 기간 동안 외환위기 직후 극심한 혼란을 겪었던 1998년의 26거래일을 이미 넘어섰다.

개별 종목의 주가 변동성은 더 극단적이다. 6월 중순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보유하지 못하면 '벼락 거지'가 될 것이라는 조바심이 시장을 지배했지만 최근 한 달여 사이에는 '무주식이 상팔자'라는 분위기로 급변했다.

지난해 저점 이후 6월 고점까지 각각 17.9배와 7.1배 상승했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는 최근 4주 동안 각각 30.8%, 28.7% 급락했다.

이처럼 극단적인 주가 움직임을 마주하며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지금의 하락은 AI(인공지능) 시대의 끝을 알리는 신호일까, 아니면 거대한 기술혁신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흔들림일까.

필자는 후자에 무게를 둔다. 이번 조정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는 반도체가 아니라 변동성이다.

AI는 인류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기술혁명이다. 기술혁명의 초기에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새로운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지, 누가 승자가 될지, 투자 규모는 얼마나 커질지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

시장은 미래를 거래하는 곳이다. 확신이 부족할수록 기대와 우려는 반복해서 충돌하고, 그 결과 주가는 과거 어느 때보다 큰 진폭을 그리게 된다. AI 시대의 높은 변동성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기술혁신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부산물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반도체 주가를 흔든 변수들도 대부분 이런 성격이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인 베라 루빈이 계획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아마존, 구글 등 하이퍼 스케일러들이 지금과 같은 공격적인 데이터센터 투자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중국 AI 기업들의 추격이 예상보다 빨라지는 것은 아닌지, 금리 상승이 AI 투자 사이클을 둔화시키지는 않을지 등이 대표적인 걱정이다.

공통점은 하나다. 대부분이 아직 사실이 아니라 가능성이라는 점이다. 시장은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한다. 그리고 가능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확인되거나 사라진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기대와 실망은 반복되고, 주가는 과도하게 상승했다가 다시 과도하게 하락한다.

지금 나타나는 높은 변동성은 AI 성장 스토리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기보다 AI라는 미지의 세계를 시장이 끊임없이 재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실제로 확인된 사실과 시장의 우려를 구분할 필요도 있다. 미국 장기금리 상승은 현실이지만 AI 인프라 투자가 위축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중국 AI 기업들의 기술력이 빠르게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이 글로벌 AI 공급망을 단기간에 뒤흔들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비슷한 장면은 이미 경험한 적이 있다. 지난해 AI 산업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던 시기에도 시장은 엔비디아의 H200에서 블랙웰로의 전환을 걱정했고, 중국 딥시크의 등장에 긴장했다.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AI 투자 사이클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당시 엔비디아와 국내 반도체주는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시장이 우려했던 상당수는 현실이 되지 않았다. 블랙웰은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졌다. 추론 AI가 본격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

이 사례가 말해주는 것은 시장이 틀렸다는 사실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AI 시대에는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시장은 낙관과 비관을 오가며 가격을 다시 매길 것이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와 같은 새로운 수급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주가의 진폭이 과거보다 더욱 확대되고 있다. 상승도 과거보다 가파르고, 하락도 과거보다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반도체 주가 조정을 추세의 반전으로 단정하기보다 높은 변동성 국면의 일부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 산업의 큰 방향이 바뀌었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시장이 흔들리는 이유는 산업이 무너졌기 때문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변동성은 투자자의 조바심을 자극하고, 때로 절망감까지 안겨준다. 하지만 변동성은 위험과 같은 말이 아니다. 변동성은 가치중립적이다. AI처럼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시대에는 높은 변동성이 오히려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변동성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변동성을 견딜 수 있는 투자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레버리지(차입투자)를 사용하거나 변동성 자체에 베팅하는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

또 필연적으로 높은 변동성을 감내해야 할 산업이나 기업에 투자 자금을 올인하는 것도 좋지 않은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혁신이 만들어내는 과실은 언제나 긴 기다림과 큰 흔들림을 견뎌낸 투자자에게 돌아갔다.

AI 시대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유례없는 사이클이고, 유례없는 조정이다. 변동성이 핵심일 수도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신영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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