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의 보복이었나…이주민 6만명 스페인 쇄도에 배후설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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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의 보복이었나…이주민 6만명 스페인 쇄도에 배후설 탄력

연합뉴스 2026-08-01 09:26:4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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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 국경통제 엄격했으나 스페인 총리 알제리 방문 후 허술

옛 스페인령 서사하라 놓고 모로코-알제리 수십년 외교냉전

헤엄쳐 월경한 이주민 즉각 추방 막은 최근 스페인 대법원 판결도 요인

모로코에서 스페인 세우타로 몰려드는 이주민 행렬 모로코에서 스페인 세우타로 몰려드는 이주민 행렬

[로이터=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북아프리카의 스페인 자치도시 세우타로 무단 월경자 6만명이 몰려든 것이 최근 알제리와 협력을 강화키로 한 스페인에 모로코가 불만을 품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모로코와 알제리는 수십년간 심각한 외교적 냉전을 벌이고 있으며, 모로코는 몇 년 전에도 규모는 훨씬 작지만 유사한 방식으로 무단 월경을 방임해 스페인의 친(親) 알제리 행보를 견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다만 이번 사태의 경우는 정황상 이런 해석이 과도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런던 소재 외교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에 아프리카 프로그램 컨설팅 펠로로 재직중인 폴 멜리는 31일(현지시간) 영국 BBC 홈페이지에 기사 형태로 실린 기고문에서 "(모로코는) 이미 스페인을 상대로 이주 압박을 보복 전술로 동원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준 바 있다"며 '모로코 보복설'을 설명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대규모 무단 월경 사태는 7월 하순에 시작됐다.

처음에는 헤엄쳐서 바다를 거쳐 해안으로 들어온 경우가 다수였으나, 최근에는 육상 국경 담장을 넘거나 국경 검문소를 무단으로 통과한 경우도 많아졌다.

마드리드에서 벌어진 세우타 사태 항의 시위 마드리드에서 벌어진 세우타 사태 항의 시위

[AFP=연합뉴스]

평상시에 모로코 국경수비대원들은 무단 월경 시도에 엄격하게 대처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에는 무단 월경 시도자들에게 그냥 가라고 손짓하는 등 이동을 방임하더라는 목격자 인터뷰가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는 모로코가 최근 스페인의 친알제리 행보에 보복하기 위해 일부러 국경 통제를 완화해서 유발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태 직전인 7월 20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알제리 수도 알제를 공식방문해 압델마지드 테분 알제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양국간 정상회담은 4년여만에 처음이었다.

앞서 2021년 5월 모로코에서 세우타로 이틀만에 1만명이 무단 월경한 전례가 있다.

당시 모로코 정부는 스페인 당국이 서사하라 독립운동 단체 '폴리사리오 전선'의 지도자 브라힘 갈리가 스페인 병원에 입원해 코로나19 치료를 받도록 허용한 점에 불만을 품고 의도적으로 국경 통제를 허술하게 해 무단 월경을 부추겼다는 의혹을 받았다.

아프리카 북서부의 서사하라에는 1884년부터 1976년까지 스페인령 식민지가 있었으며, 현재는 이 지역 대부분을 점령한 모로코와 폴리사리오 전선이 분쟁을 벌이고 있다.

서사하라에서 철수한 후에도 스페인은 북아프리카 해안의 세우타와 멜리야를 영토로 유지하고 있으며, 이 2개 자치도시는 모로코와 접하고 있다.

세우타와 멜리야 위치 세우타와 멜리야 위치

[챗GPT 생성 지도]

또 알제리는 폴리사리오 전선이 주도하는 서서하라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모로코와 알제리는 수십년간 심각한 외교적 냉전을 벌이고 있다.

세우타의 이주 문제를 연구하는 바르셀로나 폼페우 파브라대 선임연구원 로렌초 가브리엘리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모로코가 스페인-알제리 접근에 불만을 품은 점이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이었을 것이라며 "모로코가 관여하지 않고 단 하루 만에 거의 5만 명이 모로코와 스페인 사이 국경을 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NYT는 실제로는 아직 정확한 원인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다른 전문가들의 견해도 함께 전했다.

유럽연합(EU) 기구인 프론텍스(유럽 국경·해안경비청)의 크시슈토프 보로프스키 대변인은 NYT에 "이번 급증이 왜 일어났는지, 또는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움직였는지에 대해 실제 설명을 내놓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모로코 정부는 대규모 월경 사태의 배경에 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부 모로코 측 전문가들은 모로코 정부가 이번 사태를 의도적으로 조장했을 가능성에 회의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세우타 국경 근처에 배치된 스페인 육군 세우타 국경 근처에 배치된 스페인 육군

[EPA=연합뉴스]

모로코 정부는 세우타 인근에서 국왕 즉위기념일 행사를 열고 경제 성과를 부각하려고 하고 있었으며, 이 시점에 위험성이 큰 대규모 위기를 일으킬 동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스페인 대법원이 '헤엄쳐서 무단 입국한 이주민은 육지로 들어온 경우와는 달리 '국경 거부'에 따른 즉각 추방은 불가능하며 별도로 적법절차를 거쳐서만 추방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점이 꼽힌다.

6월 29일에 선고된 이 판결은 7월 8일에 공개적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그 후 밀입국 주선 조직들이 이 판결 내용을 왜곡해서 퍼뜨리면서 무단 월경 시도가 급증했다는 것이 스페인 정부의 주장이다.

일부 무단 월경자들은 그런 영상과 메시지를 소셜 미디어로 보고 월경을 결심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번 사태는 스페인의 산체스 정부에 상당한 정치적·외교적 부담이 되고 있다.

산체스 총리는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이민에 우호적인 정책을 펴왔고, 미등록 이주민의 체류 합법화와 계절노동자 도입 확대를 추진해왔다.

유럽 극우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리고 스페인 국내 보수 야당 등은 이런 정책이 세우타 사태를 불렀다고 비판하고 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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