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사흘간 이어진 급락을 딛고 사상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역대급 반등'에 성공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의 호실적으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둔화 우려가 완화된 가운데 미국 반도체주가 급등했고, 이에 힘입어 외국인 투자자의 역대 최대 순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코스피는 하루 만에 1000포인트 넘게 치솟았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01.89포인트(17.91%) 오른 6595.45에 마감했다. 이는 역대 최대 상승률이자 상승폭이다. 장중에는 6630.77까지 오르며 상승률 18.54%를 기록했고, 장중 변동폭도 1001.01포인트로 사상 처음 1000포인트를 넘어섰다.
코스피는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1162.19포인트 하락했지만 이날 하루 만에 낙폭의 약 86%를 회복했다. 시가총액도 다시 5000조원을 넘어섰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74.98포인트(11.63%) 오른 719.76으로 거래를 마치며 역대 두 번째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장 직후 매수 사이드카가 동시에 발동됐다.
◆ AI 투자 우려 완화…반도체주 '불기둥'
이번 반등은 미국 빅테크 실적이 촉발한 AI 투자 기대 회복이 이끌었다. MS와 아마존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AI 인프라 투자 둔화 우려가 완화됐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8% 넘게 급등하며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됐다. 이에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강한 매수세가 유입됐다.
삼성전자는 26.81% 오른 26만2500원에 마감하며 2001년 이후 역대 최대 일일 상승률을 기록했다. 장중에는 28.99%까지 치솟으며 사흘간의 하락분을 모두 만회하고도 추가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가격제한폭(29.95%)까지 오른 171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약 17년 만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전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약 48억원 규모의 SK하이닉스 주식을 장내 매수한 점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밖에 SK스퀘어(29.91%), 삼성전기(29.92%), 현대차(10.54%), 삼성생명(17.99%), LG에너지솔루션(2.50%)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강세를 나타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26.53%), 제조업(21.12%), 의료·정밀기기(16.22%), 기계·장비(12.58%) 등이 크게 올랐고, 음식료·담배(-2.91%), 제약(-1.42%), 부동산(-0.41%) 등은 약세를 보였다.
◆ 외국인 8조원대 순매수…시장 신뢰 회복은 과제
수급은 외국인이 주도했다. 대체거래소(넥스트레이드)를 포함한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8조7709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기관도 1조4096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뒷받침한 반면 개인은 10조3834억원을 순매도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차익실현에 나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4원 내린 142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부터 금융당국의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보완대책도 시행됐다. 기본예탁금은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됐고 대용증권 인정 범위도 축소됐다. 이에 따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은 약 3조원으로 전날(12조4000억원)의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증권가는 AI 투자 우려 완화와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과도한 낙폭을 되돌리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변동성 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에 이어 국내 증시도 반도체주 중심으로 급반등하고 있다"며 "AI 인프라 투자 모멘텀 우려가 완화되면서 반도체주가 급반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은 국내 증시가 역대급 폭등과 분노의 대반격을 보여준 하루였다"면서도 "코스피의 7월 월간 하락률은 여전히 22%를 웃도는 과매도 구간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6000선 후반까지는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후에는 매물보다 시장 신뢰 회복이 더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