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일부 경영진에게 향후 스페이스X와의 합병 가능성에 대비해 중국 사업부를 분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테슬라 경영진은 중국 사업부의 분사와 매각, 현지 영업 중단 등 여러 비상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 사업 분리나 스페이스X와의 합병이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며, 구체적인 추진 시점도 확정되지 않았다.
머스크는 수년 전부터 미·중 갈등이 테슬라 전체 사업으로 번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미국과 중국 법인의 업무와 정보망을 구분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사업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미국 내 생산과 판매, 자율주행·인공지능(AI)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테슬라는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의 해외 수출을 담당할 별도 판매법인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직원이 다른 국가 사업부의 자료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별도의 사무·정보기술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중국 사업 분리가 검토되는 가장 큰 배경은 스페이스X의 방산기업 성격이다. 스페이스X는 미국 국방부와 항공우주국(NASA)에 로켓 발사와 위성통신, 미사일 추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안보 핵심 계약업체다.
실제로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 과정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5년 매출 약 187억달러 가운데 미국 연방정부 기관에서 발생한 매출은 약 20%를 차지했다. 미국 정부와의 계약 규모가 큰 만큼 중국 사업을 보유한 테슬라와 합병할 경우 기술 이전과 데이터 관리, 수출통제 문제를 둘러싼 미국 정부의 심사가 강화될 수 있다.
중국 정부도 합병을 경계할 가능성이 있다. 테슬라 중국법인이 확보한 생산 기술이나 희토류 등 민군 겸용 물자가 스페이스X의 군사·우주 사업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중국에서 수집한 차량 운행 정보와 이용자 자료가 미국 측으로 이전될 가능성도 규제 쟁점이다. 테슬라는 중국 내 차량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현지에 보관해왔지만, 스페이스X와 한 회사가 되면 중국 당국이 데이터의 국외 이전과 접근 권한을 더욱 엄격하게 심사할 수 있다.
테슬라의 공급망도 미·중 갈등에 취약하다. 테슬라는 중국 업체가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대만 TSMC의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다. 머스크는 중국과 대만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배터리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국 사업 분리는 테슬라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테슬라의 두 번째로 큰 시장이며, 올해 상반기 중국 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 18%를 차지했다. 상하이 생산시설은 중국 내수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 차량을 공급하는 테슬라의 핵심 수출기지이기도 하다.
테슬라는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차량 인도량을 기록하며 최근 12개월 누적 매출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중국 사업을 매각하거나 분사할 경우 규제 부담은 줄일 수 있지만, 생산 효율과 매출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은 합병 구상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번 검토를 두고 머스크가 보유한 기업들을 하나의 사업체로 묶으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페이스X가 올해 기업공개를 추진하면서 머스크가 지배하는 소셜미디어 엑스(X)와 AI 기업 xAI를 이미 사업구조 안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테슬라까지 합류할 경우 전기차와 자율주행, 위성통신, 우주발사체, AI를 아우르는 대형 기술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테슬라의 중국 공장과 공급망을 그대로 유지한 채 미국 정부의 핵심 방산 계약업체인 스페이스X와 결합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경영진의 판단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중국 사업에 법적·기술적 방화벽을 설치하거나 아예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이 합병의 사전 조건으로 검토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지정학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중국 사업을 현지 법인으로 분리한 전례도 있다. 얌브랜드는 2016년 피자헛과 KFC 등을 운영하는 중국 사업을 별도 회사로 분사했고, 스타벅스도 최근 중국 사업 지분 대부분을 현지 투자자에게 매각했다.
WSJ은 중국 사업 분리 구상이 아직 초기 단계로 실제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면서도, 현실화될 경우 중국을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삼아온 테슬라의 사업구조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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