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서비스 속도를 실제보다 과장해 광고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KT가 행정소송 2심에서도 패소하면서, 법원이 통신사의 광고가 소비자에게 실제 서비스 성능에 대한 오인을 초래했다고 다시 한번 판단했다.
31일 법조계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권순형)는 KT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16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2023년 이동통신 3사의 5G 광고를 조사한 뒤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제재한 데 따른 후속 소송이다. 당시 공정위는 KT에 139억3000만원, SK텔레콤에 168억3000만원, LG유플러스에 28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공정위는 KT가 2018년 8월부터 2022년 4월까지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을 통해 '20Gbps',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 등의 표현을 사용한 광고가 실제 서비스 성능과 차이가 있는 거짓·과장 또는 기만적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객관적인 검증 없이 자사 서비스가 경쟁사보다 우수한 것처럼 표현한 포스터 광고도 문제 삼았다.
KT는 해당 광고가 실제 이용 환경에서 제공되는 서비스 속도를 의미한 것이 아니라 5G 기술이 구현할 수 있는 이론적 성능과 기술적 특성을 설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반 소비자 역시 기술적 한계로 인해 해당 속도가 현실에서 그대로 구현되기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으므로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는 광고는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20Gbps는 실제 이용 환경에서 구현될 수 있는 속도로 보기 어렵다"며 "KT가 실제 제공한 5G 서비스 속도는 광고에서 제시한 20Gbps의 약 3% 수준에 불과했고, LTE보다 20배 빠르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소비자는 제한된 시험 환경에서 측정된 이론적 성능보다 실제 이용 환경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능을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광고의 표현 방식과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하면 '20Gbps', '20배 빠른'이라는 문구를 기술 발전의 목표나 비전이 아닌 실제 제공되는 서비스 속도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특히 이동통신 속도는 전문 장비와 측정 방식이 필요한 영역으로 일반 소비자가 직접 검증하기 쉽지 않고, 당시 5G 서비스가 상용화 초기 단계였던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가 광고 내용을 그대로 신뢰할 가능성이 충분했다고 판단했다.
경쟁사와의 비교 광고에 대해서도 소비자 오인 가능성을 인정했다.
문제가 된 포스터에는 "전국에서 앞서간다"는 문구와 함께 전국 11개 지역의 5G 서비스 속도가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단정적인 표현과 확정적인 수치가 함께 사용된 만큼 일반 소비자가 KT의 서비스가 경쟁사보다 객관적으로 더 빠르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위반 기간과 관련 매출액 등을 토대로 산정한 과징금 규모 역시 적법하다고 봤다.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KT는 이번 판결에도 불복해 지난 23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공정위의 의결은 1심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며, 사업자가 이에 불복할 경우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의 심리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같은 사안으로 제재를 받은 LG유플러스 역시 항소심에서 패소한 뒤 상고한 상태다.
반면 SK텔레콤(SKT)은 광고가 소비자를 오인하게 했다는 점은 인정됐지만, 공정위의 과징금 산정 방식 일부에 문제가 있다고 법원이 판단하면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번 항소심 판단으로 이동통신 3사의 5G 과장광고 논란은 대부분 법원의 판단을 통해 소비자 기만성이 인정되는 흐름을 보였지만, 과징금 규모의 적정성 여부는 사업자별 광고 내용과 산정 방식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확인됐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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