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이연주 기자] 국내 증시가 이틀 연속 8% 안팎으로 폭락하며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장 초반 프로그램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가동된 데 이어 낙폭이 커지자 시장 전체 거래를 멈추는 서킷브레이커까지 잇달아 터졌다.
시장안정장치가 연속 작동할 정도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수급 변화와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관심이 쏠린다.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60.42포인트 내린 5663.24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역시 43.17포인트 하락한 662.68로 거래를 끝냈다.
◇이틀 연속 동반 중단…공포지수 93 돌파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오전 10시55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데 이어 오후 12시32분 서킷브레이커가 가동됐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오전 10시56분 매도 사이드카, 오후 12시19분 서킷브레이커가 연이어 발동됐다.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코스피 장중 고점과 저점의 차이는 965.75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시장의 불안 심리를 반영하는 한국형 공포지수(VKOSPI)는 장중 93.27까지 치솟으며 극에 달한 투심 위축을 드러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실적이 사상 최대였음에도 시장 기대를 밑돌면서 반도체 중심의 투매가 확산됐고,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FOMC를 앞둔 경계 심리까지 겹치며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며 “이같은 복합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취 감춘 매수세…개인마저 현금 확보 관망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면서 증시 전반의 하락세도 심화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에 더해 위험 회피 성향을 강화한 개인투자자까지 순매도로 돌아서며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모양새다. 향후 증시 향방은 외국인 수급 회복과 투자심리 안정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단기 가격 조정보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위험선호 심리가 얼마나 빨리 돌아오는지가 주요 업종의 반등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투자자의 순매도는 시장에 대한 공포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결과”라며 “최근에는 변동성이 커지면서 저가매수보다 현금 확보에 나서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등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고 짚었다.
◇시험대 오른 시장안정장치…불안심리 자극 양면성도
과도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인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연달아 가동됐지만, 거래 재개 이후에도 하락세는 이어졌다. 이번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시장 충격의 강도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장치 가동이 투매를 진정시키는 안전판 역할을 다했는지를 두고 평가가 갈린다.
김 교수는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는 시장 하락 자체를 막는 제도가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판단할 시간을 제공해 과도한 투매를 완화하는 안전장치”라며 “다만 근본적인 경제 여건이나 기업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 한 시장 방향을 바꾸기 어려우며,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금리·환율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남아 있는 만큼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역시 “서킷브레이커는 프로그램 매매를 멈추게 하고 투자자들에게 숨을 고르며 판단할 시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시장 안정 효과가 있다”며 “다만 반복적으로 여러 차례 발동될 경우에는 오히려 시장의 불안 심리를 키울 수 있는 양면성도 함께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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