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노동자와 교섭하라는 중앙노동위위원회 판정에 원청기업이 사건을 법원으로 끌고 가는 일이 이어지며, '줄소송'을 통한 원청교섭 장기 무력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원청 교섭 촉진을 위한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에 따르면, 지난 28일 자동차 부품업체인 동희오토는 '중노위 판정에 따라 원하청 교섭을 조속하게 개시하길 바란다'는 취지의 노조 공문에 "해당 재심 결정에 대해 계속 법원에서 다툴 예정"이라고 회신했다.
중노위는 노사 분쟁 사안에 대한 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의 재심을 담당하는 기구로, 노동위 차원에서는 최종 판단 기관이다. 앞서 중노위는 금속노조 동희오토분회가 '한국노총 소속 노조와 교섭단위를 분리해 달라'며 낸 신청을 인용하고, 이에 따른 원청의 교섭 의무를 인정했다. 그러나 사측이 불복 의사를 밝힌 것이다.
지난 21일엔 조선업체인 한화오션도 '중노위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에 따라 하청업체 웰리브지회와 교섭에 나오라'는 내용의 금속노조 발신 공문에 "행정소송 제기 및 집행정지 신청 절차를 통해 사법부의 판단을 받고자 한다"고 회신했다. 산업안전, 작업환경 등 의제에 대한 교섭 의무를 인정한 중노위 판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였다.
이밖에 중흥건설·중흥토건도 한국노총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와 교섭하라는 중노위 판정에 불복하고 지난 24일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이런 움직임이 번지면,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사와 교섭하기 위해 수년 간 소송전을 이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 노조법 2, 3조 개정으로 확보한 하청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가 사측의 줄소송으로 상당 기간 무력화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심인호 금속노조 동희오토 분회장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행정소송으로 가겠다는 것은 대법원까지 가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김유정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도 생산시설, 장비 등을 원청이 소유·통제하기에 "한화오션도, 동희오토도 산업안전과 관련해서는 원청이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교섭 의무를 질 수밖에 없다"며 "그런 현실에 따른 법적 의무를 회피하고, 의무 이행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수단으로 소를 제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책과 관련해서는, 고용노동부가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에서 밝힌 바에 따라 적극 행정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해당 매뉴얼에는 원청교섭과 관련 "사용자가 노동위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지방고용노동관서는 이행을 지도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시정신청한 노동조합과의 관계에서 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로 사법조치"를 취하겠다고 적혀있다.
이와 관련 김유정 변호사는 중노위 결정에 불복하는 기업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로 형사 입건해 압박하는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상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도 원청 교섭 '줄소송' 국면에서 "노동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며 "매뉴얼에서 스스로 밝힌 절차를 실행해 정부가 원하청 교섭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의 사전 중재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도 있었다. 심인호 분회장은 "현대제철에서는 고용노동부가 나서 원하청 간 교섭을 중재 중인 것으로 안다"며 "다른 사업장에서도 국가나 행정기관의 그런 역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