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저녁, 광화문 빌딩 숲 사이에 자리한 도우룸에는 퇴근을 마친 직장인들이 하나둘 들어섰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접시와 잔이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버터와 치즈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이곳은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2’에서 백수저로 출연한 이준 셰프가 운영하는 생면 전문 이탈리안 식당이다. 파인다이닝에서 접할 법한 요리를 원하는 메뉴만 골라 주문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식사를 즐기며 좋은 시간을 보내기에 최고인 곳이다.
겉은 노릇하고 속은 폭신한 감자 뇨끼
가장 먼저 나온 것은 ‘감자 뇨끼’다. 감자와 파르미지아노 치즈를 섞은 반죽을 한입 크기로 빚어 구워낸 메뉴다. 접시에는 표면이 갈색으로 노릇하게 익은 뇨끼가 가지런히 담겼다.
포크로 반을 갈라보니 겉면은 얇게 구워졌고, 안쪽은 으깬 감자처럼 부드럽게 갈라졌다. 한입 먹자 치즈의 짭짤한 맛이 먼저 났고 감자의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겉은 살짝 바삭했지만 속은 빵처럼 폭신했다.
조개 국물 머금은 봉골레 링귀니
이어 ‘봉골레 링귀니’가 나왔다. 링귀니는 스파게티보다 폭이 넓고 납작한 면이다. 도우룸에서는 매장에서 뽑은 생면을 사용한다. 면을 포크에 감아 한입 먹어보니 말린 면보다 촉촉하고 칼국수와 비슷한 두께감도 느껴졌다.
조개에서 나온 국물은 면 사이에 고르게 스며들었다. 짠맛이 앞서기보다는 조개의 시원한 맛과 마늘 향이 차례로 입안에 남았다.
포크로 자를수록 층이 보이는 라자냐
‘백겹의 라자냐’는 얇게 민 생면과 고기 소스를 여러 겹 쌓아 구워낸 메뉴다. 접시에 놓인 라자냐는 두툼했지만 옆면에는 면과 소스가 포개진 층이 또렷하게 보였다.
칼을 넣자 라자냐가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고 겹을 따라 잘렸다. 한입 크기로 잘라 먹어보니 얇은 면은 부드럽게 끊어졌고, 면 사이에 채운 고기 소스가 촘촘하게 씹혔다.
겹은 많았지만 면이 두껍지 않아 퍽퍽하지 않았다. 고기 소스의 묵직한 맛도 반죽에 묻히지 않았다. 면과 소스를 여러 겹 쌓은 이유가 씹을수록 또렷하게 전해졌다.
레터링으로 낭만 더한 티라미수
식사 끝에는 미리 레터링 서비스를 신청해 둔 ‘진한 티라미수’를 주문했다. 잠시 뒤 문구가 적힌 접시와 함께 티라미수가 테이블에 놓였다. 숟가락을 넣자 마스카포네 치즈로 만든 크림이 부드럽게 갈라졌다.
첫맛은 달고 부드러웠지만 곧 에스프레소의 쌉싸름한 맛이 따라왔다. 단맛이 입안에 오래 남지 않아 생면과 고기 소스를 먹은 뒤 마무리하기에 부담이 적었다.
레터링 서비스는 방문 전날까지 디저트를 주문하면서 요청 사항을 남기면 되며, 문구는 매장에서 마련한 세 가지 가운데 고를 수 있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