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청년은 들어오지마"…자산격차 키우는 청년 지원사업 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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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청년은 들어오지마"…자산격차 키우는 청년 지원사업 허실

르데스크 2026-07-30 11:00:4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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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청년미래적금과 청년내일저축계좌 등 청년 자산형성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지원이 가장 절실한 저소득·취약청년은 제도 밖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신고된 근로·사업소득이 있어야 하고 본인이 매달 일정 금액을 저축해야 해 무직·구직단념 청년은 가입하기 어렵고,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은 만기까지 납입을 유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청년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사업들 대부분이 취약성보다 저축 가능 여부를 기준으로 지원하는 구조다 보니 결과적으로 일정한 소득과 여유자금을 가진 청년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입자 수와 높은 수익률만 앞세우기보다 제도가 실제 취약청년의 자산 격차를 줄이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년 가구 자산은 전체 평균 절반…저축보다 갚아야 할 빚 더 많다

 

최근 가상자산이나 고위험 레버리지 투자에 뛰어든 청년들이 늘어나는 배경으로 자산 격차 심화가 지목된다. 청년들이 자력으로 정상적인 자산 형성이 어렵다고 판단해 위험성이 높지만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부모의 지원이나 상속·증여를 통해 주택시장에 일찍 진입한 청년과 전·월세 보증금 마련부터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청년의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확대되고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가구주 연령이 39세 이하인 청년 가구의 평균 자산은 3억1498만원으로 전체 평균인 5억6678만원의 55.6%에 그쳤다. 다른 연령대 가운데 가장 적은 수준이다. 청년 가구의 부동산 보유액은 1억6418만원으로 50대 가구의 4억6131만원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전·월세 보증금은 6648만원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청년 가구가 보유한 자산의 상당 부분이 자기 소유 주택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집을 빌리기 위한 보증금으로 묶여 있는 셈이다. 청년 가구의 연간 재산소득도 186만원으로 60세 이상 가구의 865만원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부채 부담은 다른 세대보다 무거웠다. 39세 이하 가구의 평균 부채는 9548만원으로 전체 평균인 9534만원과 비슷했지만 이자 부담이 발생하는 금융부채는 8272만원으로 전체 평균 6795만원을 크게 웃돌았다. 전체 부채 중 금융부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86.6%로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청년 가구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30.3%로 전체 평균인 16.8%의 약 1.8배에 달했다.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31.1%로 전 연령대 가운데 유일하게 100%를 넘어섰다. 청년 가구는 모아둔 저축보다 갚아야 할 금융부채가 더 많은 유일한 세대라는 의미다.

 

청년층 내부의 격차도 심각했다. 청년 가구 자산 상위 20%의 평균 순자산은 9억3022만원이었지만 하위 20%는 2301만원에 그쳐 격차가 약 40.4배에 달했다. 자산이 많은 청년은 투자와 주택 구입을 통해 자산을 확대할 수 있지만 자산 하위 청년은 주거비와 부채 상환으로 저축 여력까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산형성 지원사업은 청년내일저축계좌와 같은 저소득 근로청년 대상 복지형 매칭저축과 청년희망적금·청년도약계좌·청년미래적금 등 일반 청년 대상 금융상품으로 구분된다. 지난달 출시된 청년미래적금은 만 19∼34세 청년이 매월 최대 50만원을 납입하는 3년 만기 상품이다. 정부는 일반형 가입자에게 납입액의 6%, 중소기업 재직자와 일정 요건을 갖춘 소상공인 등이 가입하는 우대형에는 12%의 기여금을 지급한다.

 

금리와 정부기여금, 비과세 혜택을 고려한 실질 가입 효과는 일반형이 연 13.2∼14.4%, 우대형이 연 18.2∼19.4% 적금과 유사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우대형 가입자가 매월 50만원씩 3년 동안 납입하면 최대 약 2255만원을 마련할 수 있다. 출시 5영업일 만에 신청자가 10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 2일 기준 누적 신청자는 201만명을 돌파했다.

 

소득 없으면 가입 불가, 생계 흔들리면 중도해지…사각지대 놓인 취약청년

 

문제는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선 청년이 먼저 소득을 벌고 돈을 저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청년미래적금은 국세청에 신고된 소득을 가입 조건으로 두고 있으며 청년내일저축계좌 역시 월 10만원 이상의 근로·사업소득을 요구한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무직 청년과 구직을 포기한 청년, 고립·은둔 청년 등은 자산과 소득이 가장 부족하지만 주요 사업에 가입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근로소득이 있어 가입하더라도 매달 납입을 이어갈 수 있는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다. 월세와 생활비, 학자금·전세대출 상환 부담이 큰 저소득 청년은 정부가 높은 기여금을 제공하더라도 당장의 생계를 위해 저축을 줄이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납입액이 많을수록 정부기여금과 만기 수령액도 늘어나는 구조다 보니 안정적인 소득과 가족 지원을 받는 청년이 더 많은 혜택을 가져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독립생활을 하거나 부채를 갚아야 하는 청년은 같은 소득 수준이라도 상품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정책이 청년 간 저축 여력에 따른 자산 격차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청년 자산형성 지원사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소득이 낮을수록 정부 매칭률을 높이는 누진적 지원 구조를 강화하고 실직·질병 발생 시 납입 중지와 부분 인출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중도해지율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청년도약계좌의 중도해지율은 2023년 말 8.2%에서 2024년 말 15.9%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가입자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상품을 중도해지하면 정부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안정적으로 소득을 유지하며 만기를 채운 청년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다.

 

청년미래적금은 청년도약계좌의 5년보다 만기를 3년으로 줄여 장기 납입 부담을 낮춘 상품이다. 그러나 불안정 노동자와 저소득 청년에게 매월 최대 50만원을 3년 동안 납입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직과 질병 등 위기 상황에서 납입을 일시 중단하거나 적립금 일부를 꺼내 쓸 수 있는 장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청년 자산형성 지원사업이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에 분산된 점도 실효성 우려가 나온다. 사업마다 연령과 소득, 근로 형태, 가구소득 기준이 다르고 유사 사업 간 중복가입 제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청년희망적금은 2년, 청년도약계좌는 5년, 청년미래적금은 3년으로 대표 상품이 교체될 때마다 조건과 만기도 달라졌다. 장기 저축을 유도해야 할 정책이 수년마다 바뀌면서 기존 가입자가 상품 유지와 갈아타기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제도에 대한 신뢰도 약화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해외에선 출생 단계부터 자산을 적립하는 보편적 제도와 저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매칭형 지원을 함께 운영하는 사례가 주를 이룬다. 미국은 출생 시 1000달러를 지급하고 가구소득에 따라 매년 최대 2000달러를 추가 적립하는 '아동기회계좌'가 주·시 단위로 운영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정부가 지급하는 현금과 함께 부모의 저축액을 일대일로 매칭하는 아동개발계좌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선 취약계층의 자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초기 자산을 직접 지원하거나 소득이 낮을수록 정부 지원을 확대하는 구조다. 다만 보편 지원에 따른 재정 부담이 큰 만큼 계층별 차등 지원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득이 낮을수록 정부 매칭률을 높이는 누진적 지원 구조를 강화하고 실직·질병 발생 시 납입 중지와 부분 인출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득 신고 이력이 없는 구직단념·고립은둔 청년도 자활사업과 직업훈련 참여를 조건으로 지원해 자산형성 사업이 노동시장 복귀의 유인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대성 경제산업조사실 재정금융과 입법조사관은 "청년 자산형성 지원사업 대부분 소득이 없거나 당장의 생활비조차 부족한 청년에게는 이용할 수 없는 혜택에 가깝다"며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취약성과 위기 대응 능력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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