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의 역설/中]"AI 시대의 원유는 전력"…빅테크는 왜 발전소와 전력망을 먼저 확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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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프라의 역설/中]"AI 시대의 원유는 전력"…빅테크는 왜 발전소와 전력망을 먼저 확보하나

비즈니스플러스 2026-07-30 08:53: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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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 생성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미지

AI 경쟁이 기술에서 인프라 경쟁으로 옮겨가면서 데이터센터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AI 산업을 떠받치는 데이터센터는 세계 곳곳에서 지역사회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AI가 성장할수록 더 많은 데이터센터가 필요하지만, 전력과 물, 토지, 송전망 부담 역시 함께 커지면서 AI 혁신의 기반시설이 오히려 산업 성장의 제약 요인이 되는 양상이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더 이상 GPU 확보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사회적 수용성과 전력 인프라를 함께 확보하는 게 실질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비즈니스플러스는 3회에 걸쳐 이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불과 2~3년 전만 해도 글로벌 AI 경쟁은 누가 더 뛰어난 모델을 개발하느냐에 집중됐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시장의 관심은 완전히 달라졌다.

초거대 AI 모델의 성능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 빠르게 좁혀질 수 있다. 반면 수백 메가와트(MW), 나아가 기가와트(GW)급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은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렵다. AI 산업의 병목이 소프트웨어에서 물리적 인프라로 이동한 것이다.

30일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AI는 더 이상 IT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정책과 산업 경쟁력, 국가 안보를 동시에 좌우하는 변수'라고 진단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30년까지 현재의 두 배 이상인 945TWh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 일본 전체 전력 소비량을 웃도는 수준이다.

더 주목할 부분은 투자 규모다. IEA에 따르면 글로벌 빅테크 5개사의 AI·데이터센터 관련 설비투자는 지난해 4000억달러(약 578조4000억원)를 넘어섰으며 올해는 다시 약 7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전통적인 에너지 개발 투자와 맞먹는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AI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변화는 입지 선정 기준이다. 과거에는 인터넷 백본망과 토지 가격이 중요했다. 지금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계통 연결 가능 여부와 전력 공급 시점이다.

미국 버지니아와 텍사스에서는 이미 데이터센터보다 송전망 증설 일정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프로젝트는 부지는 확보했지만 수년 동안 전력을 공급받지 못해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이 아니라 전력을 예약하는 시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 AI 전용 데이터센터는 일반 클라우드 시설보다 훨씬 높은 전력 밀도를 요구한다. 최신 GPU 서버 한 랙(Rack)의 소비전력은 과거 대비 수 배 이상 증가했고, 수만 개 GPU가 동시에 가동되면 하나의 데이터센터가 중소도시 전체와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기도 한다.

IEA는 현재 건설 중인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일부는 10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을 소비하며, 최대 규모 시설은 그 20배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력 확보 경쟁은 기업 전략 자체를 바꾸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구글, 메타는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뿐 아니라 원자력과 지열 발전까지 확보 대상이 됐다.

특히 소형모듈원전(SMR)은 AI 시대 새로운 전력원으로 주목받는다. 기존 원전보다 부지 제약이 적고 데이터센터 인근에 분산 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빅테크 기업은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분류됐다.

지금은 전력회사를 닮아가고 있다. 발전소 건설에 투자하고, 전력망 운영기관과 협력하며,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직접 개발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AI 기업이 에너지 기업의 성격까지 갖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도 이 경쟁의 중심으로 들어가고 있다. 정부는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을 추진하며 대규모 GPU 인프라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연산 자원을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민간 투자도 한층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SK그룹은 울산을 중심으로 최대 15GW 규모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전력과 AI 연산을 결합한 국가 전략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엔비디아와 SK그룹이 AI 데이터센터와 차세대 메모리를 중심으로 5000억달러 이상 규모의 장기 협력 구상을 발표했고, 네이버도 엔비디아, 브룩필드와 함께 국내 AI 데이터센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 AI 인프라 허브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반도체 경쟁력만으로는 AI 시대를 선도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반도체를 잘 만드는 국가가 아니라, 반도체를 실제로 가동할 수 있는 전력과 데이터센터를 함께 갖춘 국가가 경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늘면서 계통 연결 지연과 송전망 확충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가 동시에 확대되면 전력망 투자 부담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경쟁의 승자는 가장 뛰어난 알고리즘을 만든 기업이 아니라, 가장 안정적인 전력과 데이터센터를 확보한 기업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AI 시대의 원유는 전력이고 그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AI 패권 경쟁의 새로운 분기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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