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초대장에는 팔릿과 갤럭시 로고가 나란히 놓였고 하단에는 클릭나라가 자리했다. 갤럭시 행사에서 팔릿의 이름이 전면에 등장한 구도부터 생소하다. 로고의 배치는 달라진 한국 사업 구조를 보여준다. 팔릿은 브랜드와 제품을 관리하고, 클릭나라는 수입·유통과 판매를 맡는다. 사후 서비스는 이엠텍이 담당한다.
28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GALAX Launch Event 2026’도 제품 소개보다 공식 수입·유통 파트너 발표에 더 큰 의미가 실렸다. 팔릿 본사 관계자가 직접 참석해 클릭나라와의 협력을 공식화했다. 유통사 변경을 넘어 갤럭시의 글로벌 관리 체계와 한국 판매 조직, 사후 지원 구조를 다시 짜는 자리다.
소됐다.
철수설 끝에 등장한 클릭나라
갤럭시는 한국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한 브랜드다. 오버클럭을 상징하는 HOF를 비롯해 EX Gamer와 1-Click OC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화이트 그래픽카드와 튜닝 PC 시장에서도 고정 수요층을 형성했다.
허나 최근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갤럭시의 사업 조직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그래픽카드 시장 철수와 한국 사업 축소 가능성이 잇따라 거론됐다. 갤럭시코리아의 존속 여부를 둘러싼 관측도 뒤따랐다.
배경에는 팔릿 그룹의 브랜드 관리 통합이 있다. 갤럭시는 2007년 팔릿 그룹에 편입된 이후 독립적인 브랜드 체계를 유지해 왔다. 최근 달라진 부분은 갤럭시와 KFA2, HOF의 관리 주체다. 팔릿은 각 브랜드의 관리 기능을 본사로 모으고 공급망과 연구개발, 제품 기획, 글로벌 사업을 일원화했다.
AI 수요가 GPU 공급과 가격에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부품 조달과 생산, 물류를 그룹 차원에서 관리하려는 판단이다. 중복된 조직과 의사결정 단계를 줄이고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려는 목적도 담겼다.
팔릿은 갤럭시 브랜드와 제품 개발을 계속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시장에서는 기존 갤럭시코리아가 수행하던 기능을 팔릿 본사와 클릭나라, 이엠텍이 나눠 맡는다. 브랜드 관리와 제품 공급은 팔릿, 수입·유통과 판매 지원은 클릭나라, 사후 서비스는 이엠텍이 담당하는 구조다.
클릭나라는 2003년 용산에서 그래픽카드와 메인보드를 판매하며 출발했다. 이후 삼성전자 프린터와 MSI·기가바이트 PC 부품, 뷰소닉 모니터 등으로 취급 분야를 넓혔다. 2019년에는 온라인 사업부를 신설해 오프라인에 집중됐던 판매 구조를 온라인으로 확장했다.
현재 약 40명의 인력과 파주 자체 물류센터, 온·오프라인 판매망을 갖추고 있다. 조직 규모는 대형 종합유통사보다 작지만 PC 부품과 용산 유통 구조를 20년 넘게 경험했다. 그래픽카드 판매로 출발한 회사가 다시 그래픽카드 브랜드의 한국 사업을 맡았다는 점도 팔릿의 선택과 맞닿는다.
조영아 클릭나라 대표는 개회사에서 “23년 전 용산의 작은 매장에서 그래픽카드를 팔던 클릭나라가 있었다”며 “그 시작이었던 그래픽카드로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팔릿이 클릭나라에 요구하는 역할은 수입과 출고에 머물지 않는다. 팔릿 영업 부사장 버니스 린은 클릭나라를 “대리점을 넘어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 구축 파트너”라고 표현했다.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판매 확대와 브랜드 관리까지 맡아달라는 주문이다.
제품 출시와 가격 정책, 판매점 지원, 프로모션, 소비자 커뮤니케이션도 클릭나라의 역할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갤럭시코리아가 담당했던 한국 사업 기능 가운데 상당 부분을 이어받는 형태다.
소됐다.
효율 높이는 팔릿 통합, 갤럭시 정체성은 과제
분명한 건 팔릿과 갤럭시는 독립 회사 간 제휴 관계가 아니다. 갤럭시는 팔릿 그룹에 속한 그래픽카드 브랜드다. 팔릿 본사가 제품 생산과 연구개발, 공급망을 관리하고 갤럭시는 HOF와 EX Gamer 등 고유한 제품군과 디자인을 유지한다.
브랜드 관리 통합은 개발과 부품 조달, 생산, 물류를 그룹 단위로 묶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수요 변화에 맞춰 물량을 조정하기도 수월해진다. 제조사 규모와 공급망 운용 능력이 중요해진 GPU 시장에서 팔릿의 생산 기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갤럭시에 유리하다.
그럼에도 브랜드 간 경계는 풀어야 할 과제다. 팔릿과 갤럭시는 같은 엔비디아 GPU를 사용하며 일부 제품은 가격대와 소비자층이 겹친다. 본사 중심의 관리가 강화되면서 제품 기획과 가격 정책까지 비슷해지면 갤럭시를 선택할 이유가 약해질 수 있다.
갤럭시는 HOF의 오버클럭 이미지와 화이트 디자인, EX Gamer의 튜닝 요소를 바탕으로 팔릿과 다른 영역을 구축해 왔다. HOF는 최고 성능과 기록 경쟁을 겨냥하고, EX Gamer는 게이밍 성능과 디자인의 균형을 담당한다. 1-Click OC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편리한 오버클럭과 폭넓은 시스템 구성을 내세운다.
팔릿의 공급망을 활용하면서 이러한 구분이 유지될 지는 좀 더 비켜봐야 한다. 만약 갤럭시 특유의 제품 성격이 희미해지면 관리 효율은 높아져도 브랜드 경쟁력은 낮아진다.
클릭나라 역시 제품군별 소비자를 구분해 판매 전략을 세워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HOF와 EX Gamer, 1-Click OC를 가격 차이로만 나누기보다 성능과 디자인, 사용 환경에 맞춰 각각의 구매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 시장에서 축적된 갤럭시의 이미지와 소비자층을 이어가는 작업도 필요하다.
소됐다.
AS 승계는 확정, 가격·공급·권한은 검증 남아
수입사 변경 과정에서 소비자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기존 제품의 보증이다. 고가 그래픽카드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회사 간 계약보다 중요한 문제는 서비스가 계속 유지되는지 여부다.
팔릿과 클릭나라는 기존 제품의 사후 지원을 승계한다고 밝혔다. 갤럭시 그래픽카드 서비스는 이엠텍이 담당하며, 이엠텍 고객지원센터에는 ‘Palit CS 라운지’가 마련됐다. 기존에 판매된 제품도 서비스 대상에 포함되고 3년 무상 보증과 남은 보증 기간도 유지한다.
그래픽카드 고객지원센터를 장기간 운용한 이엠텍이 서비스를 맡으면서 수입사 교체 초기의 혼선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클릭나라가 별도의 서비스 조직을 새로 구축하는 것보다 제품 진단과 수리, 교환 체계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다.
클릭나라의 권한 범위도 중요하다. 한국 소비자의 요구를 팔릿 본사 제품 기획에 전달할 수 있는지, 한국 전용 프로모션과 제품 구성을 조정할 수 있는지에 따라 브랜드 구축 파트너라는 표현의 의미가 달라진다. 본사 정책을 전달하는 총판과 시장 전략에 참여하는 파트너는 역할과 책임에서 차이가 크다.
결과적으로 클릭나라는 높은 인지도를 지닌 갤럭시를 맡으며 유리한 출발선에 섰다. 브랜드를 처음 알리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기존 소비자와 판매망도 활용할 수 있다. 동시에 갤럭시 사용자가 쌓아온 기대와 평가까지 이어받는다. 따라서 가격과 공급이 불안하거나 서비스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하면 변화에 대한 불만은 클릭나라를 향한다.
게다가 클릭나라가 넘겨받은 범위에는 판매권과 함께 갤럭시가 한국 시장에서 쌓아온 신뢰도 포함된다. 갤럭시 그래픽카드의 시즌2는 그 신뢰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운영 체계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과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