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 접촉사고 운전자가 학생이 괜찮다고 해 현장을 떠났다가 뺑소니 혐의로 입건됐다. / AI 생성 이미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운전 중 학생과 가벼운 접촉사고를 낸 A씨. 사고 직후 창문을 내려 학생에게 괜찮은지 물었고, 학생은 괜찮다며 스스로 자리를 떠났다.
A씨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며칠 뒤 경찰로부터 ‘뺑소니(도주치상)’ 혐의로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경찰은 A씨가 차에서 내려 적극적으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면허까지 취소했다. 학생의 “괜찮다”는 말만 믿고 현장을 떠난 A씨는 억울한 뺑소니범이 되는 걸 피할 수 있을까?
“괜찮다”며 뛰어갔는데…일주일 뒤 ‘뺑소니범’ 된 사연
A씨는 지난 6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우회전을 하던 중 보행 중이던 학생의 팔꿈치를 차량 우측 사이드미러로 치는 사고를 냈다.
A씨는 즉시 차를 세우고 창문을 내려 학생에게 “괜찮으냐, 병원에 안 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학생은 괜찮다고 답한 뒤, 잠시 걷다가 이내 뛰어서 자리를 떠났다.
A씨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학생이 다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현장을 떠났다. 하지만 약 일주일 뒤, 경찰로부터 도주치상 혐의로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다. 피해 학생은 전치 2주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적극적인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주치상 혐의가 적용됐고, 면허 취소 처분까지 받았다.
차에서 안 내리고, 연락처 안 남긴 게 ‘결정적’
변호사들은 A씨가 억울함을 느낄 수 있지만, 경찰이 도주치상 혐의를 적용한 데에는 법적인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고 후 차에서 내리지 않고 피해자의 인적 사항이나 연락처를 확인하지 않은 점이 결정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법무법인 한강 고용준 변호사는 “차량에서 내리지 않았고, 피해자가 현장을 떠나는 것을 그대로 두고 인적사항을 확인하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은 불리하게 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약속 조범수 변호사 역시 “경찰은 차량에서 내리지 않았고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도주치상 혐의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법적으로 사고 운전자는 즉시 정차해 다친 사람을 구호하고, 자신의 인적 사항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판례는 단순히 창문을 열고 상태를 묻는 것만으로는 이 의무를 다했다고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특히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괜찮다”는 말만 믿고 현장을 떠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도주 의사 없었다’ 입증이 관건…다툴 방법은 있다
경찰의 판단이 최종 결론은 아니다. 변호사들은 ‘도주할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하면 혐의를 벗거나 처벌 수위를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명중 임승빈 변호사는 “이 사건은 ‘사고를 은폐하려는 도주 의사’가 있었는지가 핵심”이라며 “창문을 내려 상태를 확인했고 이후 자진해서 보험 접수, 피해자 연락까지 한 정황은, 도주 의사와 배치되는 사정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평정 김단 변호사는 “사고 직후 창문을 내려 피해자에게 직접 상태를 확인했고, 피해자가 스스로 걸어가거나 뛰어간 점은 상해 발생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유력한 근거가 된다”고 봤다.
따라서 A씨는 사고 직후 피해자가 괜찮다고 말하며 스스로 현장을 떠나는 바람에 구호 조치를 하거나 연락처를 줄 기회가 없었다는 점, 사고를 숨길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해야 한다. 사고 당시 상황이 녹화된 블랙박스나 주변 CCTV 영상은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법무법인 베테랑 오승윤 변호사는 “피해자가 ‘괜찮다’고 말한 후 스스로 현장을 벗어나 뛰어갔다면, 도주의 고의를 다퉈 무혐의를 주장해볼 수 있다”며 “포기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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