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거액의 빚을 남기고 사라졌더라도, '부부별산제' 원칙에 따라 배우자 단독 명의의 빚은 갚을 의무가 없다. / AI 생성 이미지
어느 날 갑자기 배우자가 8,000만 원대 빚만 남겨둔 채 사라졌다. 신용대출, 자동차대출,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지인에게 빌린 돈까지 있었다. 전업주부였던 A씨에겐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년 이상 밀린 건강보험료와 각종 공과금 고지서까지 날아들었다. A씨는 당장 일을 시작해 조금씩 빚을 갚아 나가고 있지만 생활비조차 없는 막막한 상황이다.
A씨는 배우자가 남긴 빚을 모두 떠안아야 할까?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배우자 단독 명의 빚, '부부별산제' 따라 갚을 의무 없어
결론부터 말하면, A씨는 원칙적으로 배우자가 남긴 빚을 갚을 법적 의무가 없다. 우리 민법은 부부 각자가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고 채무도 각자 책임지는 '부부별산제'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법승의 이승우 변호사는 "대한민국 민법상 부부별산제에 따라 배우자 단독 명의의 대출이나 개인 채무는 원칙적으로 질문자가 대신 갚을 법적 의무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 역시 "배우자 명의 채무의 경우, 의뢰인이 연대보증인이나 공동채무자로 되어 있지 않다면 원칙적으로 의뢰인의 채무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배우자가 단독 명의로 받은 신용대출, 자동차대출, 지인에게 빌린 돈 등은 A씨가 책임지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먼저 채무마다 A씨가 연대보증을 섰거나 공동채무자로 이름이 올라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예외는 '일상가사채무'와 '건강보험료'
다만 예외는 있다. 부부 공동생활에 필수적인 비용인 '일상가사채무'는 부부 양쪽이 연대책임을 질 수 있다. 식료품 구입비, 의료비, 주거 관련 비용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배우자의 사업상 채무나 개인적 투자 목적의 대출까지 일상가사채무로 보기는 어렵다.
A씨를 괴롭히는 또 다른 문제는 체납된 건강보험료다. 건강보험료는 세대 단위로 부과되는 경우가 많아 세대 구성원에게 연대납부 의무가 생길 수 있다.
법률사무소 더든든의 추은혜 변호사는 "건강보험료의 경우 세대 합산으로 청구될 수 있으나, 이혼 소송 진행 등을 근거로 분리 신청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파트 공과금 역시 계약 명의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제 거주자인 A씨에게 공급 중단 등 불이익이 생길 수 있으므로 각 공급사와 명의 변경 등을 협의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내 명의 채무가 감당 힘들다면 '개인회생' 신청 가능
만약 확인 결과 A씨 본인 명의의 채무나 연대보증 채무가 소득에 비해 과도하다면, 개인회생을 신청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혼 소송 중이라도 개인회생 신청은 가능하다.
법무법인 대청 김우석 변호사는 "현재 일을 하면서 조금씩 갚고 있다는 부분은 개인회생에서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월 소득, 본인 명의 재산, 실제 부담하는 채무 규모, 부양가족 여부에 따라 변제 계획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회생은 법원이 인가한 변제계획에 따라 일정 기간(통상 3년) 빚을 갚으면 나머지 채무를 면책받는 제도다. 변제액은 소득에서 법정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금액으로 정해져 생활비를 확보하며 빚을 갚아 나갈 수 있다.
행방불명된 배우자와의 이혼도 가능
한편, 배우자의 행방이 묘연하더라도 이혼 소송은 가능하다. 법원에 소송 서류를 맡겨두고 상대방이 가져간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배우자가 악의적으로 거액의 빚을 지고 가출한 것은 명백한 혼인 파탄의 책임(유책 사유)이 되므로, 이혼과 함께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배우자의 일방적인 가출과 채무 부담 경위는 이혼 소송에서 재산분할이나 손해배상 문제와도 관련될 수 있으므로, 개인회생과 이혼 소송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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