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8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간염의 날’이다. 간염은 간세포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원인에 따라 A·B·C·D·E형 바이러스간염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는 A·B·C형간염이 주요 관리 대상이다.
특히 B형과 C형간염은 만성간질환과 간암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이 늦어지기 쉽지만 혈액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유형에 따라 백신 접종이나 항바이러스 치료로 예방·관리할 수 있다.
■A형간염, 여름철 위생 관리 주의해야
A형간염은 B·C형간염과 달리 주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전파된다. 특히 여름철에는 해산물을 충분히 익히지 않고 먹거나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길거리 음식과 오염된 식수를 섭취할 때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해외여행 중에도 음식과 식수 위생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문형 교수는 “초기 증상은 발열, 구토, 복통 등으로 감기나 식중독과 비슷하지만 이내 소변 색이 짙어지거나 피부와 눈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대개 잘 회복되지만 기존에 B형간염이나 다른 간질환이 있다면 증상이 심하고 회복도 늦어질 수 있다”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A형간염 백신은 일반적으로 두 차례 접종하며 장기적인 면역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40세 미만은 항체검사 없이 예방접종이 가능하고 40세 이상은 항체검사에서 면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접종을 고려한다. 손을 자주 씻고 음식은 충분히 익혀 먹으며 안전한 물을 마시는 기본적인 위생수칙도 중요하다.
■B형간염, 증상 없어도 위험군 정기검진 '꼭'
B형간염은 감염자의 혈액과 체액을 통해 전파된다. 국내를 비롯한 B형 간염 유행지역에서는 출산 과정에서 감염된 산모로부터 신생아에게 전파되는 수직감염이 주요 감염경로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면도기나 칫솔 등 혈액이나 체액이 묻을 수 있는 물품을 함께 사용하거나 성접촉, 비위생적인 시술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B형간염 감염 여부와 면역 상태는 혈액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B형간염 표면항원(HBsAg)이 양성이면 현재 감염된 상태를, 표면항체(HBsAb)가 양성이면 백신 접종이나 과거 감염을 통해 면역을 획득한 상태를 의미한다.
현재 B형간염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치료에는 한계가 있지만, 항바이러스제를 통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간 손상을 줄일 수 있다. 단 치료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문형 교수는 “단 항바이러스제 투여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하고 약을 임의로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며 “40세 이상 B형간염 보유자는 간암 고위험군에 해당, 6개월마다 혈액검사와 간 초음파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예방접종도 중요하다. 항체가 없다면 예방접종을 통해 감염을 예방할 수 있으며, 산모가 B형간염에 감염된 경우 출생 직후 신생아에게 면역글로불린과 백신을 투여해 수직감염 위험을 낮춰야 한다.
■C형간염, 백신 없지만 약으로 완치 가능
C형간염은 주로 혈액을 통해 전파된다. 과거에는 수혈이 주요 감염경로였지만 헌혈 혈액에 대한 선별검사가 도입된 이후 수혈을 통한 감염은 매우 드물어졌다. 현재는 오염된 주삿바늘이나 면도기·칫솔 등의 공동 사용, 비위생적인 문신과 피어싱 등 침습적 시술 과정이 주요 위험요인으로 알려졌다. 드물게 성접촉이나 감염된 산모로부터 신생아에게 전파될 수도 있다.
감염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일부 환자에서 피로감과 식욕 저하, 소화불량, 상복부 불편감이 나타나지만 다른 질환과 구별하기 어렵다. 병이 진행하면 황달이나 짙은 소변이 나타날 수 있으며 바이러스가 6개월 이상 몸 안에 남아 있으면 만성 C형간염으로 진행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순규 교수는 “C형간염은 간이 상당히 손상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 감염 위험요인이 있었거나 간기능 이상이 반복되면 혈액검사를 통해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C형간염은 우선 혈액에서 C형간염 항체(Anti-HCV)를 확인한다. 항체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해서 모두 현재 감염된 것은 아니다. 과거 감염 후 바이러스가 사라진 경우나 드물게 위양성일 수 있어 HCV RNA 검사를 추가로 시행해 현재 바이러스가 몸 안에 존재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필요하면 간 초음파와 간섬유화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간 손상 정도를 평가한다.
C형간염은 예방백신이 없지만 항바이러스제를 8~12주 정도 복용하면 대부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치료로 바이러스가 사라졌더라도 이미 간경변증이 진행됐거나 간암 위험이 높은 환자는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이순규 교수는 “간 손상 정도와 바이러스 상태, 간경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적절한 약제와 치료 기간을 결정해야 한다”며 “C형간염은 치료 성적이 매우 좋은 만큼 진단 후 치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 간경변증과 간암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56세라면 국가건강검진 놓치지 말아야
국가검진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현재 모든 국민은 56세에 한 번 C형간염 항체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항체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되면 반드시 HCV RNA 확진검사를 받아 현재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순규 교수는 “국가검진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과거 비위생적인 문신이나 피어싱을 받은 적이 있거나, 주삿바늘 노출과 수혈 등 감염 위험요인이 있다면 검사를 고려할 수 있다”며 “일상에서는 면도기와 칫솔, 손톱깎이처럼 혈액이 묻을 수 있는 개인용품을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