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소년공' 출신 李·룰라, 140분 '공감 외교'…"더 많은 사람의 더 나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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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소년공' 출신 李·룰라, 140분 '공감 외교'…"더 많은 사람의 더 나은 삶"

아주경제 2026-07-28 05:01: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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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대통령관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대통령관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관통한 화두는 ‘더 많은 사람의 더 나은 삶’이었다. 두 정상은 ‘소년공’ 출신으로 노동 현장과 산업재해, 정치적 시련이라는 공통된 경험을 공유했다. 룰라 대통령은 19세 때 금속 공장에서 일하다 왼손 새끼손가락을 잃은 경험이 있고, 이 대통령도 소년공 시절 팔을 다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브라질을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의 대통령 관저인 아우보라다궁에서 룰라 대통령과 소인수·확대회담을 했다. 오전 11시 8분 시작된 회담은 오후 1시 28분까지 약 140분 동안 이어졌고, 이후 양해각서 서명식과 공동 언론발표가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공동 언론발표에서 정상회담 성과보다 두 사람의 삶을 먼저 꺼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의 왼쪽 손가락이 하나 없는 것처럼 저도 어린 시절 공장에서 일하다 왼손을 다쳤다”며 “이것이 세상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나 대통령께서 노동자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더 많은 사람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며 “대한민국도 브라질도 모든 국민이 더 행복한 나라로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8일 상파울루에서 룰라 대통령이 노동운동가로 활동했던 금속노조 사무실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노동자의 현실을 잊지 않고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했던 그곳에서 대통령의 꿈을 한 번 더 생각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룰라 대통령도 양국 정상이 노동자 출신이라는 점뿐 아니라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극단주의 세력의 공격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데에도 두 정상은 인식을 같이했다.
 
양 정상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이번에 다섯 번째로 만났다. 지난해 6월 캐나다 카나나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난 뒤 같은 해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시 회동했다.
 
올해 2월에는 룰라 대통령이 한국을 국빈 방문해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지난달 프랑스 에비앙 G7 정상회의에서 재회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이 대통령이 브라질을 답방했다.
 
브라질 측은 공식 집무실인 플라나우투궁이 아니라 대통령 관저인 아우보라다궁을 회담 장소로 정하며 각별한 예우를 갖췄다. 이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으로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에 이어 아우보라다궁에서 맞이한 네 번째 외국 정상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참으로 영광”이라고 사의를 표했다.
 
두 정상의 신뢰를 실제 양국 간 협력으로 연결하기 위한 별도의 소통체계도 마련됐다. 브라질 부통령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을 중심으로 양국 현안을 직접 협의하는 고위급 채널을 가동하기로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브라질 간 경제와 산업, 안보, 문화 모든 영역에서 협력과 교류를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속도도 매우 빠르게 진척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정상회담에 앞서 출범한 ‘경제·통상위원회’를 중심으로 무역과 투자, 방산, 항공우주, 핵심광물, 디지털경제 협력을 확대한다. 이날 체결한 산업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통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배터리, 바이오경제, 산업 탈탄소화 등의 공동 연구·개발도 추진한다.
 
브라질의 자원과 한국의 제조·가공 기술을 결합하는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도 구체화한다. 양국 기업과 기관이 광물 탐사와 개발, 가공, 활용 등 공급망 전 과정에서 참여하는 방안을 후속 협의를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국방·방산 분야에서는 올해 하반기 방산공동위원회를 출범한다. ‘군사·국방 비밀정보 보호 및 교환에 관한 협정’ 체결도 추진해 양국 방산기업이 보다 안정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올해 말부터 우리 공군에 도입되는 브라질산 C-390 수송기에는 한국 기업이 생산한 부품이 탑재된다. 양국 정상은 이를 단순한 무기 구매가 아닌 공동 생산과 산업 협력의 사례로 평가하고 미래 항공 모빌리티 분야로 협력을 넓히기로 했다.
 
우주 분야에서는 민간 발사체의 발사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위성 데이터와 우주 탐사 관련 기술을 공유한다. 룰라 대통령은 오는 9월 브라질 알칸타라 발사기지에서 예정된 발사체 발사에 이 대통령을 초청했다. 이 대통령은 직접 참석하기 어렵다면 영상으로라도 발사 과정을 확인하겠다고 화답했다.
 
교역 확대를 위한 현안도 회담 테이블에 올랐다. 양국 정상은 2021년 이후 진전을 보지 못한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규정하고 협상 재개에 필요한 장애 요인을 점검하기로 했다.
 
브라질산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한국 시장 진출도 논의됐다. 룰라 대통령은 17년 동안 이어진 협상 끝에 한국 측 위생검역단이 다음 달 브라질을 방문하기로 했다며 이를 시장 개방을 위한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했다.
 
양국 정상 앞에서는 우주·체육·교육·에너지·산업기술 등 5개 협력문서가 서명됐다. 영화와 사이버보안 분야 MOU 2건도 별도로 체결돼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합의된 문서는 총 7건이다.
 
문화 분야에서는 브라질 내 한류 확산이 화제가 됐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젊은이들은 한국을 사랑한다”며 한국 음악과 음식,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고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어린이들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두 정상은 브라질식 표현과 한국식 손가락 하트를 주고받으며 회담을 마무리했다. 이 대통령은 “함께할 때 더 강해진다”는 브라질 격언을 인용하며 “양국의 강점을 연결한다면 태평양을 사이에 둔 거리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는 가능성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35분께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기병대 6명의 호위를 받으며 수도 브라질리아의 대통령 관저인 아우보라다궁 앞 광장에 도착했다. 룰라 대통령과 호잔젤라 다시우바 여사는 레드카펫 앞으로 직접 나와 이 대통령 부부를 맞았다.
 
이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은 포옹한 뒤 서로의 어깨와 등을 두드렸고, 환영식 도중에도 손을 맞잡으며 반가움을 나타냈다. 애국가와 브라질 국가가 차례로 연주된 뒤 군악대와 소총병, 기병대가 행진했다. 양국 정상 부부는 브라질 측이 준비한 합창 공연도 함께 관람했다.
 
환영식을 마치고 관저로 이동하는 길에는 룰라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팔짱을 끼고 대화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방명록에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영원한 우정 그리고 공동번영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길 기원합니다”라고 적은 뒤 ‘2026.7.27 대한민국 대통령 이재명’이라고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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