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해야 할 9440억원의 재산분할금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회장의 개인적인 지급 의무지만 SK㈜ 지분 매각이나 주식담보대출, 배당 확대, 계열사 거래가 활용될 경우 해당 주식 수급과 지배구조는 물론 소액주주의 이해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지난 24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주식도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했지만, 경영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주식 자체를 이전하지 않고 최 회장이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양측 중 어느 한쪽이 판결에 불복하면 사건은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다.
보유 지분을 직접 매각하는 방안은 가장 즉각적인 현금 조달 수단이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최 회장 보유 주식이 시장에 대규모로 풀릴 수 있다는 우려가 형성되면 실제 매각 전부터 오버행이 주가를 누를 수 있다. 지분 처분 규모에 따라 최 회장의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지면서 그룹 지배력과 경영권 방어 부담이 함께 커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법원이 최 회장에게 9440억원의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24일 SK 주가는 3.82% 하락했으며 27일 오후 2시 37분 기준으로도 0.48% 하락한 62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보유 주식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으면 당장의 지분 매각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해 담보가치가 떨어지면 금융회사가 추가 담보를 요구할 수 있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담보권 실행으로 주식이 시장에 출회될 위험이 있다. 지분 매각 가능성을 뒤로 미룰 뿐 향후 주가 변동에 따른 잠재적인 매물 부담이 남는다.
SK의 배당을 확대해 현금을 확보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최 회장이 보유 지분에 따라 배당금을 받는 동시에 일반주주에게도 같은 주당배당금이 지급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주주환원 확대 효과가 발생한다.
다만 배당 규모가 회사의 투자계획과 재무상황보다 최대주주 개인의 유동성 수요에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인식이 형성되면 자본배분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배당 확대 자체보다 이사회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렸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되는 셈이다.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4%를 외부에 매각하는 방식은 지주사 지분율과 상장주식 수급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그룹 측이 SK실트론 지분 70.6% 매각을 두고 두산그룹과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인수합병(M&A) 업계에서는 최 회장 개인 지분도 잠재적인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해당 지분을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하면 최 회장은 현금을 확보하면서도 지주사 주식을 직접 처분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SK나 다른 계열사가 최 회장의 개인 지분을 인수한다면 소액주주와의 이해상충 문제가 부상할 수 있다. 최 회장은 개인 자산을 처분해 현금을 확보하고 회사는 자금을 지출하는 만큼 해당 지분을 인수해야 할 사업상 필요성과 매입가격의 적정성, 이사회의 독립적인 심사 여부가 쟁점이 된다.
지배주주의 이해가 걸린 계열사 거래에서는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이사회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밀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지배주주와의 거래·행위에서 기준을 마련하고 정기적으로 상황을 확인·검증해야 한다"며 "독립 사외이사는 소액주주의 이익이 도모되고 있는지 검토하고 감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도 각사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총주주 이익 극대화 관점에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인수합병, 배당, 자기주식 등 자본배치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사회를 그룹 영향력에서 독립시키고 투명성을 제고해 모든 의사결정을 개정 상법대로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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