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서울 등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이른바 ‘인서울’이 더 이상 청년들의 계층 상승을 보장하는 보증수표가 아니라는 국제기구의 분석이 나왔다. 수도권 진입 기회 자체가 부모의 경제력에 크게 좌우될 뿐만 아니라 상경하더라도 부모 세대를 뛰어넘는 계층 이동 효과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이슈 브리프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경제보고서 2026’을 소개했다.
OECD는 한국은행과 공동으로 1971∼1990년생 1천명과 이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1998년부터 2023년까지 장기간 추적 조사한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방에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이주한 청년들은 지역에 남은 청년들에 비해 ‘절대 소득’ 자체는 비교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도권 이주가 실질적인 계층 상승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약해지고 있다고 OECD는 진단했다. 소득 자체는 늘었을지라도, 막대한 비용 탓에 부모 세대보다 더 나은 경제적 지위를 이루기는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OECD는 보고서에서 “상위권 대학 진학 경쟁과 양질의 일자리 부족 때문에 청년들은 계속 수도권으로 이동하지만, 새 연구들은 수도권 이주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번영의 경로가 아님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사 대상 중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 속하는 1981∼1990년생의 경우, 수도권 이주에 따른 계층 이동 효과가 이전 세대보다 더욱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OECD는 지방 청년의 수도권 이동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부모의 소득 수준을 지목했다.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선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필수적인데, 부모 소득이 낮으면 자녀의 수도권 이주 자체가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서울의 대학 및 양질의 일자리 접근성도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저소득 가정 자녀가 상경에 성공하더라도 부모의 도움 없이 서울 생활을 이어가기란 매우 팍팍해 결과적으로 계층 이동의 가능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비수도권 출신 청년들의 수도권 진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단연 서울의 살인적인 주거비였다. OECD에 따르면 국내 중위소득 가구가 서울에서 구입할 수 있는 주택 비율은 지난 2012년 32%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7%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할수록 비수도권은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 지역경제 위축이라는 삼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에서도 일자리와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교통 및 디지털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수도권에 집중된 기회를 지역으로 분산하는 정책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