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대출 규제 이후 서울 주택시장의 과열 지점이 고가주택에서 중저가 아파트로 옮겨가고 있다.
강남3구의 상승세는 한풀 꺾였지만 1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높아졌고, 상대적으로 진입가격이 낮은 지역의 오름폭은 오히려 강남권을 웃돌고 있다.
매매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수요가 전세로 향하지만 임대차 시장도 녹록지 않다.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을 겨냥한 규제 강화가 중저가 매매시장과 전·월세 시장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강남은 숨 고르기, 중저가는 질주…엇갈린 서울 집값
한국부동산원의 7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강북 14개구의 매매가격은 0.33% 오른 반면 강남 11개구는 0.23% 상승하는 데 그쳤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구는 6월 둘째 주 0.31%에서 상승폭이 지속적으로 줄어 이번 주 0.10%까지 내려왔다. 서초구 역시 0.10%에 머물렀고 송파구(0.29)도로 과거와 같은 가파른 상승세에서는 한발 물러났다.
고가 주택의 열기가 식은 자리를 중저가 시장이 메우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4603건 가운데 15억원 이하 거래가 차지한 비중은 77.9%에 달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원활한 15억원 이하 주택으로 매수세가 쏠렸기 때문이다.
지역별 흐름도 선명하다. 성북구(0.47), 노원구(0.43), 중구(0.42), 중랑구(0.40), 종로구(0.40) 모두 강남3구의 상승률을 상회했다. 상대적으로 진입가격이 낮고 실거주 수요가 두터운 지역으로 과열 지점만 바뀐 셈이다.
◇내 집 마련 막히자 전세도 ‘품귀’…월세로 밀려나는 주거 수요
매매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수요자에게 남은 선택지는 전세와 월세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실거주 의무로 새로 풀리는 전세 물량은 줄고, 전셋값 상승에 기존 세입자들은 갱신을 택하면서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 ‘이중 잠김’인 셈이다. 여기에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까지 겹치며 전세 품귀 현상은 짙어졌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은 54.1%로 전세(45.9)를 앞질렀다. 지난해 12월 이후 전세와 월세 균형이 반년 만에 월세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전세 매물이 귀해질수록 집을 사기 어려운 무주택자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진다. 결국 매달 일정한 주거비를 지출해야 하는 월세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취급 규모와 한도를 잇달아 조정하면서 매매, 전세 진입 장벽까지 높아졌다. 매매에서 밀린 수요가 전세로, 다시 월세로 이동하는 흐름으로 하반기 무주택자의 주거비 부담은 더 무거워질 전망이다.
◇다주택 겨눈 규제, 임차인에 불똥…끊어지는 ‘주거 사다리’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을 겨냥한 규제의 칼날이 무주택자와 임차인에게 향하고 있다. 정부의 보유세 강화 기조는 뚜렸해졌으며, 늘어난 세 부담은 임대료에 전가될 수 있다. 지난 23일 대통령 주재 부동산 대토론회에서도 세제 개편을 둘러싼 논의는 활발했지만, 중저가 아파트 과열과 전·월세 시장 불안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부동산 정책에서 ‘실거주 실수요’가 자가 보유자 중심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강한데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임차인 역시 실수요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실수요의 범위에 임차인이 포함돼야 임대주택 공급 측면의 정책 설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책의 초점이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규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규제 강화의 여파가 중저가 매매시장과 임대차 시장으로 번지지 않도록, 전·월세 공급 확대와 주거비 부담 완화를 대책이 시급하다.
Copyright ⓒ 직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