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시술을 빙자해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 투약하며 수억 원의 범죄수익을 챙긴 의사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가운데 한 의사는 수면마취 상태의 환자를 상대로 신체를 불법 촬영하고 추행한 혐의까지 받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준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40대 의사 A씨를 구속 송치하고, 동업 관계인 50대 의사 B씨와 행정실장 1명, 불법 투약자 11명 등 모두 14명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A씨는 2021년 11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자신이 개설한 의원을 찾는 7명에게 의료용 마약류 71차례를 불법 투약하고 4천만원을 챙긴 혐의다. 실제 시술은 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만 진행한 뒤 투약자의 요구와 결제 금액에 맞춰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2022년 7월부터 약 1년간 투약자 8명에게 마약을 111차례 투약, 4억 1천700만원의 범죄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1회 투약에 35만원을 받았다. 경찰은 의료용 마약류 원가가 1만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원가의 30배가 넘는 비용을 받고 불법 투약을 반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두 의사가 챙긴 4억5천700만원을 범죄 수익으로 특정,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했다.
투약자들의 중독 양상도 심각했다. 하루에만 1천350만원을 결제하거나, 한 중독자는 11개월 동안 64차례 의원을 찾아 2억5천300만원을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약물 영향으로 의원에서 13시간가량 머문 사례도 확인됐다.
A씨는 불법 투약 외에도 2021년 7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수면마취 상태인 여성 환자의 신체를 27차례 불법 촬영하고 신체를 접촉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마취 상태에서는 피해자가 범행을 인지하거나 저항하기 어렵고, 깨어난 뒤에도 기억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관련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은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구속했다.
또 두 의사는 단속을 피하고 수면 상태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일반 수면마취제를 의료용 마약류와 함께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일부 수면마취제가 대체 약물로 오남용된 사실을 확인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관련 약물에 대한 관리 강화와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아울러 의료기관 내 수면마취 과정에서 간호사 등 제3자가 반드시 동석하도록 하는 이른바 '샤페론(보호자) 제도'의 의무화도 건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범행을 인지하거나 저항하기 어렵다는 점, 외부 감시가 닿지 않는 병원 내부의 구조적 취약성을 교묘하게 악용한 중대한 범죄”라며 “유사 약물에 대한 선제적 규제와 실효성 있는 피해자 보호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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