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타인, 부부라는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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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타인, 부부라는 미스터리

바자 2026-07-26 00:06:12 신고

누구보다 친밀한 일상을 공유하는 관계, 부부. 하지만 최근 극장가와 OTT를 아우르는 콘텐츠에서 '부부'는 더 이상 평온한 안식처가 아니라, 가장 밀도 높은 비밀과 미스터리가 숨 쉬는 위험한 서사의 실험실로 탈바꿈하고 있는 모양새다. 평범함의 표면 아래 숨겨진 배우자의 파격적인 정체부터, 부재를 통해 비로소 드러나는 잔혹한 진실까지. '부부'라는 관계의 균열을 각기 다른 색깔로 파고든 네 편의 작품을 짚어본다.


일상의 평범함 뒤에 숨겨진 살벌한 이중생활


〈유부녀 킬러〉


MBC 새 금토드라마 〈유부녀 킬러〉 포스터

MBC 새 금토드라마 〈유부녀 킬러〉 포스터

MBC 새 금토드라마 〈유부녀 킬러〉 포스터

MBC 새 금토드라마 〈유부녀 킬러〉 포스터

부부라는 단단한 울타리에 균열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진짜 정체를 숨기는 것’이다. MBC 새 금토드라마 〈유부녀 킬러〉는 은폐된 정체가 부부 관계에 불러오는 아이러니를 다룬다. 살림과 육아에 진심인 평범한 유부녀이자 범죄자를 처단하는 베테랑 킬러 '유보나'(공효진)와, 아내를 사랑하면서도 집요하게 현장을 누비는 사회부 기자 남편 '권태성'(정준원)의 이야기다. 집에서는 사랑꾼 부부이지만, 한 사람은 정체를 숨겨야 하는 킬러이고 한 사람은 그 정체를 추적해야 하는 기자라는 구도는 달콤한 일상극에 추적 스릴러의 긴장감을 얹는다. 〈선재 업고 튀어〉 윤종호 감독은 '집'과 '일터'를 오가는 부부의 이중생활을 통해 '내가 아는 내 배우자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위트 있게 던진다.


불륜마저 하찮아지는 거대한 비밀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포스터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포스터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포스터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포스터

〈유부녀 킬러〉가 은폐된 정체로 균열을 만든다면,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는 완전히 다른 도발로 판을 뒤엎는다. 대중극에서 '불륜'은 흔한 갈등의 시작점이지만, 이 작품은 그 상투적인 틀을 비틀며 출발한다. 행복한 가정을 연출해 온 인플루언서 '경희'(김혜수)·'재홍'(김지훈) 부부와 이웃집 피부과 원장 '수정'(조여정) 부부가 감당 불가능한 비밀로 얽혀들며 폭주하는 블랙 코미디.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고 뒤를 쫓던 경희가 철거촌 빈집에서 목격한 광경은, 불륜이라는 치정을 하찮게 만들어버릴 만큼 충격적이다. 예고편 속 "차라리 불륜이면 좋았을 텐데"라는 경희의 내레이션은 완벽했던 부부가 순간의 의심으로 얼마나 손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타인은 지옥이다〉, 〈살인자o난감〉 이창희 감독의 날 선 연출 속에서, 두 부부가 가꿔온 미소 뒤의 진실은 공포로 바뀐다.


남겨진 이들이 추적하는 은밀한 흔적


〈T셔츠가 때까지 마를 때까지〉


TBS 드라마 〈T셔츠가 마를 때까지〉 포스터
TBS 드라마 〈T셔츠가 마를 때까지〉 포스터
일본 TBS 드라마 〈T셔츠가 마를 때까지〉 스틸
일본 TBS 드라마 〈T셔츠가 마를 때까지〉 스틸

앞선 작품들이 '살아있는 배우자'의 비밀을 좇았다면, 일본 TBS 드라마 〈T셔츠가 때까지 마를 때까지〉는 배우자의 '부재' 그 자체를 진실을 감추는 장치로 활용한다. 배우자의 비밀이 가장 가혹하게 다가오는 순간은, 정작 그 진실을 물어야 할 당사자가 세상을 떠났거나 사라졌을 때다. 배우 아오이 유우가 버스 사고로 남편이 실종된 '사키코' 역을, 나카지마 아유무가 같은 사고로 아내를 잃은 '이츠키' 역을 맡았다. 아내와 사키코의 남편이 정기적으로 밀회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츠키, 그리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그와 협력하는 사키코. 사고가 난 버스 옆자리에 왜 두 사람의 배우자가 함께 앉아 있었는지를 추적하는 과정은 흥미롭다.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 배우자의 궤적을 밟아가는 이들의 서사는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은 과연 누구였는가'라는 상실감과 함께 부부라는 관계의 아득함을 환기한다.


욕망과 결핍의 레이어, 부부라는 삶의 정밀한 해부


〈가능한 사랑〉


영화 〈가능한 사랑〉 스틸
영화 〈가능한 사랑〉 스틸

장르적 도파민 너머,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은 현실적인 인간의 욕망 그 자체로 부부라는 관계를 해부한다. 〈버닝〉 이후 8년 만의 신작인 이 작품은 해고 노동자 부부와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 두 부부가 다큐 제작을 매개로 만나 각자의 은밀한 삶과 결핍을 마주하는 드라마다.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완성하는 촘촘한 앙상블은 '가장 가까운 타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일상 아래 묻어둔 욕망과 상처가 어떻게 마찰하는지 드러낸다. 자본과 일상에 마모되어 가면서도 서로의 비밀을 안은 채 위태롭게 관계를 유지하는 이들의 서사는 '과연 부부라는 틀 안에서 완벽한 이해와 사랑이란 가능한가'라는 화두를 내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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