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트럼펫 내려놓고 산양 품은 26세...김제 들판에 울리는 ‘손주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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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트럼펫 내려놓고 산양 품은 26세...김제 들판에 울리는 ‘손주의 귀환’

뉴스컬처 2026-07-26 00: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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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간극장
사진=인간극장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도시의 꿈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이 있다. 손에는 트럼펫 대신 산양 먹이를 들었고, 무대 대신 김제 평야를 선택했다. 여든을 넘긴 조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그의 하루는 고단하지만 따뜻하다.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응원 속에서, 한 청년의 새로운 도전이 조용히 깊어지고 있다.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오전 7시 50분 방송되는 KBS1 '인간극장'에서는 '손주가 돌아왔다'편으로 여든 노부부와 20대 손주가 만들어가는 아름다움을 만나본다.

■ “왔다! 내 손주”…집 안 가득 번진 활기

사진=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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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학업을 이어가던 송이준 씨(26)가 지난 2월, 어린 시절을 보냈던 할머니·할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왔다. 고요하던 김제의 작은 마을에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지며 시작된 변화였다. 그러나 그의 귀환은 음악이 아닌 전혀 다른 삶을 향하고 있었다.

이준 씨는 농장에서 가까운 조부모 집 2층에 짐을 풀고 본격적인 농장 생활에 뛰어들었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80여 마리 산양을 돌보고, 직접 생산한 산양유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며 하루를 채운다. 틈틈이 아버지가 운영하는 승마장에서 일손을 돕는 것도 그의 일상이다.

손주의 귀환은 노부부의 생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늘 조용하던 집에는 웃음소리가 늘었고, 식탁에는 정성이 더해졌다. 할머니 김선자 씨(79)는 매일 아침 반찬을 가득 차려 손주를 챙기며, 혹여 기운이 떨어질까 노심초사한다.

할아버지 송기성 씨(84)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 더운 날이면 장어를 사다 먹이고,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전화를 건다. 손주를 향한 마음은 세월이 쌓여 더 깊어졌다.

그럼에도 걱정은 남는다. 공부 잘하던 손주가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몸을 쓰는 일을 택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동시에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두 사람에게는 큰 위안이 된다.

손주와 함께하는 일상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함께 차를 타고 외출하는 순간, 집 안에 쌓여 있던 시간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 이층집에 깃든 기억…손주가 이어가는 약속

사진=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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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평야를 내려다보는 이층 양옥집은 가족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공간이다. 넓은 마당과 텃밭을 갖춘 이 집은 한동안 2층이 비어 있었지만, 손주가 돌아오며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이준 씨는 바쁜 와중에도 집 안팎을 꼼꼼히 돌본다. 마당을 쓸고 나무를 다듬으며 집을 가꾸는 손길에는 남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이유는 이 집이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 조부모는 둘째 아들을 사고로 떠나보냈다. 서울대 의대에 재학 중이던 아들은 가족의 기대와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존재였다. 졸업을 앞둔 겨울, 갑작스러운 사고는 가족의 시간을 멈춰 세웠다.

“좋은 집을 지어주겠다”던 아들의 말은 결국 현실이 되지 못했지만, 남겨진 보험금으로 지금의 집이 지어졌다. 이곳은 아들의 꿈과 부모의 기억이 함께 머무는 장소다.

이준 씨는 그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정성을 들여 집을 돌본다. 단순한 관리가 아닌, 가족의 시간을 이어가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손주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집은 조금씩 달라진다. 비어 있던 공간에는 다시 온기가 차고, 멈춰 있던 기억은 현재의 시간과 이어진다.

■ 트럼펫 대신 산양…청년의 새로운 선택

사진=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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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대를 다니며 트럼펫을 전공했던 이준 씨에게 음악은 오랜 시간 꿈이었다. 그러나 직업으로 이어가기에는 불안정한 현실이 그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한 산양 사육은 예상보다 훨씬 큰 도전이었다. 특히 아버지가 승마장을 운영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서, 목장은 오롯이 그의 몫이 됐다.

혼자서 80여 마리를 관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사료 관리부터 건강 체크, 유제품 생산과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져야 한다. 하루의 대부분이 노동으로 채워진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동물을 좋아하는 성격 덕분에 산양과의 생활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동시에 판매 확대를 위해 축제에 참여하고 시음회를 열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한다. 여자 친구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판매하는 등 다양한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작은 성공들이 쌓이며 조금씩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조부모의 응원은 가장 큰 힘이다. 힘든 순간마다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다시 일어설 이유가 된다. 가족의 지지는 그에게 단순한 위로를 넘어선 원동력이다.

김제 들판 위에서, 트럼펫 대신 산양을 택한 청년의 이야기는 아직 진행형이다. 느리지만 단단하게, 그는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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