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래디에이터와 드라마 왕좌의 게임 촬영지로 유명한 모로코의 세계문화유산 ‘아이트 벤 하두’가 지속가능 관광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유네스코는 최근 세계문화유산의 보존과 지역사회 상생을 목표로 하는 지속가능 관광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첫 대상지 가운데 하나로 아이트 벤 하두를 선정했다.
모로코 남부 와르자자트(Ouarzazate) 인근에 자리한 아이트 벤 하두는 전통 흙벽 건축 양식이 잘 보존된 요새 마을(크사르)이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며, 붉은 흙으로 쌓아 올린 성채와 골목길, 아틀라스산맥과 사막이 어우러진 풍경으로 세계적인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비롯해 미이라, 아라비아의로렌스, 드라마 왕좌의 게임 등 수많은 작품이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하면서 '영화 속 풍경을 만날 수 있는 마을'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마라케시에서 사하라 사막으로 향하는 대표 여행 코스에 위치한 만큼 모로코를 찾는 여행객이라면 한 번쯤 들르는 명소로 꼽힌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은 성채를 둘러보고 사진을 남긴 뒤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일정이 일반적이다.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지역에 머무는 시간은 짧고, 관광 소비 역시 제한적이라는 점은 오래전부터 과제로 지적돼 왔다.
유네스코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주목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행객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더욱 깊이 경험할 수 있는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여행객이 오래 머물수록 지역 상권과 주민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커지고, 문화유산을 지속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된다는 취지다.
아이트 벤 하두에서는 지역 장인과 소규모 관광사업자를 지원하고,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확대된다.
현지 가이드 양성과 관광 창업 교육도 함께 추진되며, 문화유산의 역사와 건축, 지역 문화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해설 콘텐츠와 스토리텔링 프로그램도 마련될 예정이다. 여성과 청년의 관광산업 참여를 늘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최근 전 세계 관광업계에서는 방문객 수를 늘리는 것보다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관광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유네스코 역시 세계문화유산이 관광객 증가로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과 관광의 균형을 맞추는 사례를 확대하고 있으며, 아이트 벤 하두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여행객에게도 아이트 벤 하두는 모로코 여행의 하이라이트 가운데 하나다. 마라케시에서 사하라 사막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나는 이 고대 요새 마을은 독특한 풍경만으로도 많은 여행자의 발길을 끌어왔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앞으로는 영화 촬영지를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모로코의 전통문화와 지역의 삶을 더욱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여행지로 한층 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뉴스로드] 서진수 기자 gosu4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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