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온전한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
- 몸을 맡기는 신뢰, 왓추를 제주로 옮기다
- 한국형 워터 테라피의 새로운 결을 제시하다
치유를 말하는 시대지만, 진정으로 몸이 안심하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공간은 많지 않다. 아픈 부위를 다루는 기술은 늘었어도, 사람 전체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환경 역시 여전히 드물다. 김혜인 햇살나무바다아래 왓추테라피센터 대표가 제주에서 만들어가는 특별한 시간이 눈에 들어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상과 재활의 시간을 지나오며 물 안에서 사람이 깊이 이완하는 경험을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닌 치유의 언어로 받아들였고, 이를 온전히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이슈메이커가 김혜인 대표의 삶과 공간의 철학,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깊은 고민을 들여다보았다.
부상과 재활의 시간, 왓추를 만나다
초·중학교 당시 기계체조 선수였던 김혜인 대표에게 찾아온 ‘낙상’이라는 사고는,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평행봉에서 떨어져 허리를 크게 다쳤고, 수술 대신 재활을 거쳐 몸을 재건해야 했던 경험은 단순한 부상 회복의 과정으로 끝나지 않았다. 몸은 무조건 단련하는 대상이 아니라, 손상 이후에도 다시 돌보고 회복해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찍 배우게 됐다. 중학생 어린 소녀가 받아들이기에 이는 너무나 가혹했다. 그녀가 운동과 재활, 사람의 움직임에 오래 관심을 두게 된 배경에는 이러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회복 이후에도 그녀의 삶에서 운동은 멀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가까워졌다. 운동과 재활, 사람의 움직임에 지속해서 관심을 두게 됐고, 대학 진학 후에는 퍼스널 트레이너 자격증을 취득해 본격적으로 몸을 다루는 일에 들어섰다.
약 10년 동안 근무했던 차병원의 멤버십 공간 ‘차움’은 김 대표에게 또 다른 전환점이 된 자리였다. 그곳에서 그녀는 왓추(WATSU)를 처음 만났다. 물 안에서 몸을 맡긴 채 이완을 유도하는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그녀가 익숙하게 알아 온 운동과 재활의 방식과는 결이 달랐다. 단순히 몸을 풀어주는 정도가 아니라, 사람 전체가 편안해지는 느낌이 더 크게 다가왔다고 했다. 김 대표는 “처음 받아보고 나서 가장 먼저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욕심보다, 이 감각을 소중한 사람에게도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먼저 들었던 것이죠”라며 “이때부터 저는 왓추를 단순한 테라피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을 안심시키고 이완하게 만드는 특별한 언어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라고 전했다.
제주 남원, 왓추가 머무는 곳
국내에서 왓추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은 생각보다 드물다. 프로그램 이름은 점점 알려지고 있지만, 창시자들이 의도한 방식으로 사람을 맞이하고 물의 환경까지 갖춘 공간은 많지 않다. 김혜인 대표가 제주에 센터를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왓추는 몸을 맡기는 사람의 긴장과 감정, 물의 온도와 깊이, 공간의 프라이버시와 분위기까지 함께 작동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경험에 가깝다. 그래서 김 대표가 제주에서 만들고 싶었던 것도 ‘왓추를 하는 곳’이 아니라, 그 경험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 자체였다.
제주를 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김 대표는 물 안에서 이완이 일어나려면 프로그램만 좋아서는 안 된다고 봤다. 사람이 도착하는 길, 바람, 공간의 온도와 안정감까지 맞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녀는 제주 여러 지역을 직접 다니며 조용하고 편안한 자리를 찾았고, 결국 남원에 머물게 됐다. 너무 붐비지 않고 따뜻하며, 몸과 마음이 함께 느슨해질 수 있는 곳. 남원은 그런 곳이었다.
센터 이름에도 그녀가 생각한 치유의 방식이 담겨 있다. ‘햇살나무바다아래’라는 이름은 단순한 감성 표현이 아니다. 햇살은 수영장 안으로 들어오는 빛의 시간과 방향을 뜻하고, 나무는 트레킹과 호흡, 자연과의 접촉을 가리킨다. 바다는 제주의 물성과 이 공간이 놓인 환경을 품고 있다. 김 대표는 “햇살도, 나무도, 바다도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다 연결돼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자연 아래에서 편안해질 수 있는 감각을 공간의 이름 안에 그대로 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교육의 확장, 왓추의 다음 행보 제시
물 안에서는 숨길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부드러운 물의 파동에 몸과 마음은 온전히 드러난다. 그래서 김혜인 대표는 왓추를 기술적 접근으로만 보지 않는다. 동작을 정확히 익히는 것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상대가 안심하고 몸을 맡길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의 상태라고 보기 때문이다. 물 안에서는 테라피를 받는 사람만이 아니라, 진행하는 사람의 호흡과 긴장도 그대로 전달된다.
그녀가 센터를 운영하는 방식이 느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루에 많은 사람을 받기보다, 한 사람을 충분히 맞이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 들어가기 전 티타임과 상담을 따로 두는 것도 같은 이유다. 몸을 물에 맡기는 일은 생각보다 큰 신뢰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김 대표는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오늘의 컨디션과 긴장 상태를 살피며 공간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충분히 갖게 한다.
이 시선은 앞으로의 계획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김 대표는 왓추를 더 많은 전문가가 제대로 배워갈 수 있는 환경으로 넓히고 싶다고 했다. 인스트럭터 과정과 전문가 교육, 산전·산후 프로그램, 어르신 대상 프로그램 등 그녀가 그리고 있는 다음 단계도 결국 한 방향을 향한다. 몸을 다루는 기술을 가르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와 물 안에서의 감각까지 함께 전하는 일이다.
앞으로 김혜인 대표에게 기대되는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형 워터 테라피의 기준을 조금씩 그려갈 가능성이다. 몸을 편안하게 하는 일에서 출발해 사람의 삶을 다정하게 돌보는 환경으로 이어질 때, 햇살나무바다아래는 더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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