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재성 기자] 미국, 호주, 뉴질랜드, 스페인, 스위스, 스웨덴, 멕시코, 남아공, 네팔, 이탈리아 등 세계 50여 개국 외국인 수련생 500여 명을 포함해 총 1,500여 명의 선수단과 가족이 강원도 평창에 집결해 한국 전통무예의 정수를 교류하고 있다.
사단법인 대한해동검도협회가 주최하고, 2026 해동검도 세계대회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제14회 해동검도 세계대회'가 지난 24일 개막해 26일까지 평창돔체육관 일대에서 치러진다. 평창군과 세계해동검도연맹(총재 김정호)이 후원하는 대규모 국제 무예 제전이다.
◇고구려 무예의 혼, 평창서 부활… 글로벌 무예 제전
해동검도는 한국 고대 국가인 고구려 무예에서 기원한다. 충(忠), 효(孝), 예(禮), 의(義), 신(信), 지(智), 덕(德), 체(體) 등 '사무랑(SAMURANG)' 이념을 철저히 계승해 인류 평화에 기여하는 무사 양성을 목적으로 삼는다. 새벽 바다 위로 떠오르는 태양빛을 검에 담은 '검광(劍光)'의 진리를 실천하는 무도로 평가받는다.
2002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꾸준히 외연을 확장해 온 해동검도 세계대회는 각국 수련인들이 모여 기량을 겨루고 우정을 나누는 거대한 국제 행사로 정착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다국적 수련생들이 해동검도라는 매개체로 뭉쳐 상호 존중의 정신을 배우는 교육의 장이다.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중동 지역 국지전 발발 등 국제 정세 불안과 고유가에 따른 항공료 급등 악재가 발생했음에도 각국 수련인들이 대거 입국해 단합력을 증명했다.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고 평창을 찾은 해외 참가자들은 무예 사랑과 열정을 과시했다.
25일 오전 11시 평창돔체육관에서는 각국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개회식이 거행됐다. 김정호 세계해동검도연맹 총재는 "해동검도는 전 세계 182개국에서 100만여 명이 수련하는 명실상부한 세계적 무예로 성장했다"며 "지구촌 무예인들이 화합하고 한국 전통무예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뜻깊은 행사"라고 개회를 선언했다. 이어서 선수 및 경기 임원 대표의 선서로 정정당당한 승부를 다짐했다.
◇K-푸드·K-컬처 등 K-스포츠 체류형 관광 효과 톡톡
대회장 안팎은 K-컬처를 직접 체험하려는 외국인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야외에 마련된 푸드트럭 구역에는 떡볶이, 닭강정, 호떡 등 K-푸드를 맛보려는 외국인 수련인들의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매운맛에 땀을 훔치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계속됐다.
대규모 다국적 관광객의 장기 체류는 평창군 관내 숙박업소, 식음료 매장, 주변 관광지 매출 증대에 실질적인 기여를 유발한다. 무예 대회가 다국적 관광객을 유치하는 강력한 마케팅 콘텐츠로 작용해 지역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또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돕는 부대시설 인기도 높았다. 스포츠 헬스케어 전문기업 '리모트 케어'가 운영하는 컨디셔닝 부스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장시간 비행과 강도 높은 훈련에 지친 국내외 선수들은 스포츠 마사지, 테이핑 등을 활용한 체계적 관리에 큰 호평을 보냈다. 한 외국인 선수는 "시차 적응과 근육 피로로 몸이 무거웠는데, 전문적이고 세심한 케어 덕분에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학생 자원봉사 눈길… 언어 장벽 허문 무예 교류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의 원활한 운영 뒤에는 명지대학교 스포츠산업경영학과 학부생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의 지원이 있었다. 봉사단은 외국어 통역, 행사장 안내, 동선 관리, 행사 보조 역할을 맡아 대회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힘을 보탰다.
현장을 직접 지도한 우종웅 명지대 스포츠산업경영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 실무를 생생하게 겪으면서 글로벌 스포츠 산업 역량을 키우는 귀중한 교육 기회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안정적인 행사 운영 지원에 힘입어 무대 중앙에서는 각국 참가자들의 열띤 경연과 화려한 검무예 시범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국경과 언어가 다른 수련인들이 서로 기량을 뽐내고 격려하는 화합의 장이 펼쳐졌다. 촛불 끄기, 물체 베기, 종이 베기 등 정교한 시범이 전개될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끊임없이 터졌다.
특별 시범단 소속으로 나서 기량을 뽐낸 멕시코의 마리아나 오로즈코 선수는 "한국의 쾌적한 자연환경과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환대 덕분에 부담감을 덜고 검법베기 시범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각국 수련인들과 공유한 평창에서의 추억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감격했다.
이종구 수석부총재를 비롯한 대회 조직위원회 임원진은 무예, 문화, 스포츠 산업이 유기적으로 융화된 K-스포츠관광의 지속 가능한 모델을 정립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승패를 가르는 경쟁에서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허문 무예인들의 문화 교류가 평창 지역 상생 발전의 새로운 지표를 제시했다.
뉴스컬처 김재성 kisng10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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