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22일(현지시간)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매출과 클라우드 성장률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알파벳의 2분기 매출은 119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169억3000만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성장을 견인한 것은 클라우드 부문이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247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2% 급증했으며 이는 최근 3년 내 가장 가파른 성장률로 평가된다.
클라우드 영업이익도 88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28억 달러) 대비 세 배 이상 늘었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AI에 대한 투자가 사업 전 영역에서 가능성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며 “포춘 100대 기업의 90%가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를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구글 클라우드의 수주 잔고(backlog)는 전분기 대비 500억달러 이상 늘어난 5140억달러를 기록했다.
광고 부문에서는 검색 및 기타 부문 매출이 633억달러로 17% 증가했고 유튜브 광고 매출은 110억6000만달러로 13% 늘며 이 역시 시장 예상치(108억달러)를 상회했다. 구독·플랫폼·기기 부문 매출은 129억1000만달러로 15% 증가했다.
반면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 등이 포함된 기타 베팅 부문은 매출 3억8200만달러에 손실 규모가 18억달러로 적자 폭이 커졌다. 전사 영업이익은 407억7000만달러로 30%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34%로 2%포인트 확대됐다.
▲ 연간 설비투자 최대 2050억달러로 상향…주가 하락 원인 제공
다만 회사가 동시에 올해 설비투자(CAPEX) 전망치를 사상 최대 수준으로 다시 상향하면서 시간외 주가는 한때 5%가량 하락했다. “실적은 좋았지만 비용이 더 부담스러웠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대목은 설비투자 규모다. 알파벳의 2분기 설비투자는 44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0% 증가했으며 상반기 누적으로는 786억달러에 달한다. 회사는 올해 연간 설비투자 전망치를 기존 1800억~1900억달러에서 1950억~2050억달러(약 285조~300조 원)로 다시 상향했다. 이는 지난 1분기 제시한 1750억~1850억달러에서 두 차례나 상향한 규모다.
아나트 아슈케나지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콜에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 공급 가속화가 이번 상향의 주된 배경”이라며 “2027년에도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계속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환경이며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한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 확대에 따라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59억 달러로 적자 전환했다. 알파벳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6월 496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2분기 중에는 203억달러 규모의 무담보 회사채도 발행했다.
이 여파로 알파벳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한때 5%가량 급락했으며 장이 열린 후에는 낙폭을 키워 23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7%대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매출과 클라우드 성장률 모두 예상을 웃돌았음에도 투자자들이 비용 부담과 실질 이익의 질에 더 주목한 결과로 풀이된다.
▲ 전 세계 반도체·AI 인프라주 약세에서 강세로 전환
그러나 알파벳의 이 같은 대규모 투자 확대 소식은 아시아 반도체 공급망에는 오히려 호재로 해석되며 23일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동반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대 급등하며 7000선을 다시 넘어섰다.
공교롭게도 알파벳의 실적 발표는 글로벌 반도체 업종이 밸류에이션 부담론에 시달리던 시점에 나왔다. 지난 13~17일 일주일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6.8% 급락한 바 있다. 중국 스타트업 문샷AI가 오픈AI·앤스로픽 등 선두 업체와 견줄 만한 신모델을 내놓으면서 미국 빅테크의 AI 주도권과 고밸류에이션에 대한 회의론이 번진 여파였다.
이런 상황에서 알파벳이 설비투자를 오히려 늘린다고 발표하자 시장은 이를 엔비디아, TSMC, 브로드컴 등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발주 확대 신호로 해석했다. 23일 아시아 증시에서는 이 같은 기대감에 힘입어 국내 증시뿐 아니라 대만 가권지수가 2%대 올랐고 일본 닛케이지수도 상승했다.
다만 미 증시 선물은 알파벳의 자본지출 충격으로 한때 하락 전환했다가 아시아 반도체주 강세를 확인한 뒤 낙폭을 되돌리는 등 변동성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이달 말로 예정된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의 실적 발표가 이번 자본지출 확대 기조의 지속 여부를 가늠할 다음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알파벳 실적 발표가 매크로 불확실성을 제압하는 강력한 분기점이 됐다고 진단한다. 국제 유가 상승과 미국 금리 압력에도 불구하고 빅테크가 단기 마진 축소를 무릅쓰고 AI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는 점은 메모리 반도체 단가 협상에서 국내 업체들의 우위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 감축 우려로 형성됐던 한국 반도체 주가의 할인 요인을 제거하고 메모리 반도체 장기 슈퍼사이클에 대한 시장의 확신을 다시금 심어줄 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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