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성 위암 치료의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는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의 표적항암제 '빌로이(성분명 졸베툭시맙)'가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마지막 관문에 들어섰다.
빌로이는 HER2 음성·클라우딘18.2(CLDN18.2) 양성 위암을 표적으로 하는 세계 최초의 치료제다. HER2 양성 위암 치료제인 허셉틴(트라스투주맙) 이후 약 14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위암 표적치료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6월 열린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빌로이에 대한 급여 적정성을 인정했다. 이후 약가 협상이 진행 중인데, 협상이 타결되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와 보건복지부 고시를 거쳐 최종 급여가 결정된다.
현재는 환자가 약값을 모두 부담하고 있지만,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확정되면 수백만 원에 달하는 환자의 치료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빌로이가 주목받는 이유는 새로운 표적을 겨냥한 치료제이기 때문이다. 빌로이가 표적으로 삼는 클라우딘18.2(CLDN18.2)는 정상 위 점막 세포 사이를 단단히 붙잡아주는 단백질이다. 위 점막의 장벽 기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위암이 발생하면 세포 구조가 무너지면서 원래 세포 안쪽에 있던 클라우딘18.2가 세포 표면으로 드러난다.
빌로이는 이렇게 노출된 클라우딘18.2를 정확히 찾아 결합한 뒤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한다. NK세포 등 면역세포를 불러 암세포를 제거하는 항체의존세포독성(ADCC)과 보체 시스템을 활성화해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보체의존세포독성(CDC)이 대표적인 작용 기전이다.
국내에서는 HER2 음성 진행성 위암 환자의 약 40%가 클라우딘18.2 양성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모든 위암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빌로이는 HER2 음성이면서 CLDN18.2 양성으로 확인된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선암·위식도접합부(GEJ) 선암 환자의 1차 치료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는 반드시 면역조직화학 검사를 통해 종양세포의 75% 이상에서 중등도 이상(2+/3+)의 CLDN18.2 발현이 확인돼야 한다. 투여는 정맥주사로 이뤄지며 3주 간격으로 항암화학요법(mFOLFOX6 또는 CAPOX)과 병용한다.
효과는 두 건의 글로벌 3상 임상시험에서 입증됐다. 의학저널 란셋에 발표된 SPOTLIGHT(스포트라이트) 연구에서는 빌로이를 mFOLFOX6(엠폴폭스6)와 함께 투여한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이 10.6개월로 위약군의 8.7개월보다 길었다. 사망 위험도 약 25% 감소했다.
또 다른 3상 연구인 GLOW(글로우) 연구에서는 CAPOX(카폭스)와 병용했을 때 무진행생존기간이 8.2개월로 위약군의 6.8개월보다 유의하게 연장됐으며, 전체생존기간(OS) 역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을 보였다.
특히 한국인 환자에서 더 큰 치료 효과가 확인돼 의료계의 관심을 모았다. 분당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이근욱 교수는 지난해 대한암학회 학술대회에서 SPOTLIGHT와 GLOW 연구의 한국인 환자를 통합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무진행생존기간은 12.6개월로 대조군의 8.1개월보다 길었고,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30개월로 대조군의 15.8개월보다 크게 연장됐다. 사망 위험은 약 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국내 환자에서 상대적으로 오심과 구토가 적었고, 위 절제술 후 재발 환자의 비율이 높았던 점, 의료진의 적극적인 이상반응 관리로 치료 중단률이 낮았던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빌로이 치료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이상반응은 오심과 구토다. 초기 투여 시 정상 위 점막에도 존재하는 CLDN18.2에 약물이 결합하면서 위장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예방적 항구토제 사용과 주입 속도 조절 등을 통해 관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빌로이는 지난해 국내 허가를 받은 뒤 비급여로 사용돼 왔다. 환자 체중과 용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회 치료비가 수백만 원에 달해 경제적 부담이 매우 컸다. 일부 환자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 등을 활용했지만 장기간 치료를 이어기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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