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인공지능(AI) 기술이 가장 빠르게 산업과 일상에 적용되는 ‘글로벌 AI 테스트베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AI 모델과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조공장과 도시, 물류·공공서비스에서 기술을 실제로 작동시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샌프란 AI 선언’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선언문에서 “대한민국은 AI를 산업 현장과 공공서비스, 국민의 일상 전반에 가장 빠르게 확산시켜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창출하는 나라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AI가 연구실과 디지털 공간을 넘어 제조공장과 도시, 물류 현장 곳곳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글로벌 AI 테스트베드이자 생산 플랫폼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제시한 AI 전략의 무게중심을 단순한 기술 개발 경쟁에서 산업 현장 적용과 시장 창출로 옮기겠다는 의미다. 한국이 보유한 반도체와 제조업, 통신망, 데이터센터 기반을 결합해 글로벌 AI 기업이 기술을 시험하고 상용화할 수 있는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AI 개발국’ 넘어 실증·생산 거점으로
이번 선언의 핵심은 한국을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생성형 AI 모델 등 핵심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세계적인 제조업 기반, 초고속 통신망과 대규모 소비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 기업의 AI 기술과 한국의 산업 기반을 결합하면 한국이 AI 서비스를 실제 산업에 구현하는 최적의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생성형 AI가 디지털 서비스 안에서만 작동하는 데서 벗어나 자동차와 로봇, 공장, 물류센터, 에너지·의료·행정 시스템 등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실제 산업 현장을 확보한 국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반도체 생산뿐 아니라 자동차와 조선, 배터리, 가전, 철강, 석유화학 등 다양한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AI 기업 입장에서는 하나의 국가 안에서 기술 개발부터 실증, 생산, 서비스 확산까지 연결할 수 있는 시장인 셈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 중심의 ‘3대 메가 프로젝트’도 이 같은 전략을 뒷받침한다. 정부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제조 현장에 로봇과 자율주행, 산업용 AI를 확산해 새로운 AI 수요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K·현대차·네이버 한자리에
이번 서밋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 국내 주요 기업인이 참석했다.
글로벌 빅테크에서는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혹 탄 브로드컴 CEO 등이 함께했다. AI 모델과 반도체, 데이터센터, 자동차·로봇, 플랫폼 분야를 대표하는 국내외 기업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삼성전자와 SK는 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데이터센터 인프라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과 로봇 등 피지컬 AI를, 네이버는 AI 모델과 클라우드·플랫폼 분야를 중심으로 정부의 AI 확산 전략에 참여할 전망이다.
정부는 국내 기업이 단순한 부품 공급자를 넘어 글로벌 AI 생태계의 공동 설계자이자 생산 파트너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AI 모델을 구동하는 데 필요한 HBM과 첨단 패키징, 파운드리, 네트워크 반도체부터 데이터센터 구축과 전력 공급, 산업용 AI 서비스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앤트로픽에 “아시아 AI 거점 최적 파트너”
이 대통령은 서밋에 앞서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와 만나 한국에 대한 투자와 협력 확대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앤트로픽의 아시아 AI 인프라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앤트로픽의 AI 모델 기술과 한국의 반도체·데이터센터 역량, 대규모 소비시장을 결합하면 양측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모데이 CEO도 한국 기업과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가 AI를 최우선 정책 분야로 설정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한국 메모리 기업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협력을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아모데이 CEO에 이어 젠슨 황 CEO와 샘 올트먼 CEO, 혹 탄 CEO 등과 연쇄 회동하며 AI 반도체 공급망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일정은 정부가 국내 AI 정책을 넘어 글로벌 기업과의 공급망·투자 협력까지 직접 연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향후 한국을 글로벌 AI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시험하는 시장이자,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제조업을 통해 실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다만 선언을 실질적인 산업 성과로 연결하려면 전력망과 용수, 데이터센터 부지 등 기반시설을 적기에 확보하고 AI 규제와 데이터 활용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글로벌 빅테크의 국내 투자를 끌어내는 동시에 국내 기업과 스타트업이 AI 전환의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공동사업과 투자계획을 마련하는 것도 향후 정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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