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인사이트] AI가 만든 ‘동시 매도’… 중앙은행 금융안정 시간표가 짧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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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인사이트] AI가 만든 ‘동시 매도’… 중앙은행 금융안정 시간표가 짧아졌다

뉴스로드 2026-07-25 08:05:10 신고

인공지능(AI)이 금융회사의 업무를 돕는 도구에서 시장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기반으로 이동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거래비용을 낮추고 위험을 빠르게 포착하지만 위기 때는 여러 금융회사가 같은 데이터와 모델을 바탕으로 동시에 자산을 처분하도록 만들 수 있다. 중앙은행이 관리해야 할 금융안정 위험도 개별 은행의 자본과 유동성에서 AI 모델과 클라우드 사업자, 사이버 인프라로 넓어지고 있다.

[사진=IMF]
[사진=IMF]

▲동시반응

24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토비아스 에이드리언 IMF 금융고문 겸 통화자본시장국장은 전날 공개한 글에서 AI가 금융회사의 위험 가격 책정과 신용 배분, 시장 충격 대응 방식을 재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머신러닝 모델은 고빈도 거래 신호를 만들고 생성형 AI는 기업 실적 발표와 규제 공시, 경제 뉴스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소비자와 중소기업 대출에서는 기존 신용평가에 포함되지 않았던 데이터를 활용해 위험을 평가하고 사기 거래를 찾아내는 역할도 맡고 있다.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주문 처리 속도를 높여 거래비용을 낮추고 유동성과 가격 발견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 

문제는 시장이 흔들릴 때다. 일부 AI 기반 펀드는 전통적인 투자전략보다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조정한다. 여러 모델이 같은 금리와 가격, 뉴스 신호를 읽으면 서로 다른 금융회사가 사실상 하나의 투자자처럼 움직일 수 있다. 과거의 플래시 크래시가 특정 프로그램의 오류에서 시작됐다면 앞으로는 여러 AI 시스템이 동일한 정보를 병렬로 해석하면서 매도 주문을 동시에 쏟아내는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여의도 증권가/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연합뉴스

▲공통의존

기존 금융규제만으로는 이 위험을 포착하기 어렵다. 금융규제는 개별 기관이 손실을 감당할 자본과 유동성을 갖췄는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AI 위험은 금융회사 각각이 건전하더라도 공통 모델과 데이터에 의존한 기관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발생한다. 개별 회사의 재무제표에는 드러나지 않는 ‘행동의 상관관계’가 시스템 위험으로 바뀌는 구조다.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관은 금융회사별 AI 사용 현황과 핵심 모델 의존도, 자산별 노출을 파악해야 한다. 기존 스트레스테스트에도 AI가 판단하고 거래하는 속도와 주문 규모, 여러 기관의 동시반응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자본과 유동성 완충 장치는 계속 금융안정의 중심에 두되 AI 모델이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와 투명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게 에이드리언 국장의 판단이다. 

운영 위험도 금융회사 내부 전산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은행은 백오피스와 위험관리 업무를 실시간 처리하기 위해 AI를 도입하고 거래소와 청산소, 지급결제기관은 시스템 감시와 이상 탐지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이들 시스템이 소수의 클라우드와 데이터, 기반 모델 사업자에 의존하면 특정 사업자의 기술 장애나 사이버 공격, 지정학적 문제가 여러 금융기관에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진=최지훈 기자]
[사진=최지훈 기자]

▲집중위험

금융회사 한 곳에서 특정 클라우드 사업자의 사용 비중이 크지 않아 보여도 금융권 전체가 같은 사업자를 이용하면 시스템 차원의 단일 실패 지점이 된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 등은 운영 복원력 관리 범위를 AI와 클라우드를 포함한 주요 제3자 서비스 제공자로 확대하고 있다. 중앙은행도 개별 금융회사에 공급업체 관리 책임을 맡기는 데 그치지 않고 금융권 전체의 AI·클라우드 의존 구조를 지도화해야 한다. 

규제가 오히려 집중 위험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감독당국이 안전성이 검증된 소수 AI 사업자만 사실상 허용하면 금융회사별 모델 위험은 낮아질 수 있다. 금융권 전체가 같은 사업자와 기술, 판단 구조에 수렴하면 공통 장애와 동시 대응 위험은 커진다. 승인된 공급업체의 수보다 대체 가능한 공급망과 업무 연속성, 모델 간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AI는 감독 업무도 바꾸고 있다. 프랑스와 포르투갈, 독일, 일본의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관은 증권·파생상품 데이터에 머신러닝을 적용해 이상 거래를 찾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ECB, 캐나다은행은 감독보고서와 소비자 민원을 자연어 처리해 새로 나타나는 위험을 탐지한다. 감독 대상과 데이터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감독기술(SupTech)은 검사 속도와 범위, 분석 깊이를 높일 수 있다. 

인공지능(AI) 도구 확산으로 사이버 취약점이 공개된 뒤 실제 공격에 악용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급격히 짧아지고 있다. 제로데이 악용 비율은 2018년 약 19%에서 2026년 들어 약 72%까지 상승했다. [자료=국제통화기금(IMF)·Zerodayclock.com]
인공지능(AI) 도구 확산으로 사이버 취약점이 공개된 뒤 실제 공격에 악용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급격히 짧아지고 있다. 제로데이 악용 비율은 2018년 약 19%에서 2026년 들어 약 72%까지 상승했다. [자료=국제통화기금(IMF)·Zerodayclock.com]

▲감독권의 사각지대

AI가 감독관의 판단까지 대신하기 시작하면 새로운 사각지대가 생긴다. 과거 자료를 학습한 모델은 이전에 발생하지 않았던 위기 유형을 낮은 위험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담당자가 자동화된 위험 점수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모델이 틀린 이유를 발견하기도 어렵다. 정상적인 시장에서 작동한 모델이 스트레스 국면에서 같은 성능을 유지한다는 보장도 없다.

에이드리언 국장은 AI가 감독 판단을 보완해야 하며 이를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감독기관은 AI 모델의 설명 가능성과 인간의 최종 감독,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평가할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자체 역량이 부족한 경우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할 수 있지만 감독 판단과 책임까지 외부에 넘겨서는 안 된다. 

생성형 AI는 사이버 공격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도 낮추고 있다. 공격자는 더 정교한 피싱 문구를 만들고 금융회사의 대응에 맞춰 사기 수법을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 취약점을 발견한 뒤 실제 공격에 이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아지고 있다. 금융기관이 위협을 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대응 시간은 그만큼 줄어든다.

[사진=최지훈 기자]
[사진=최지훈 기자]

▲공동방어

사이버 위험은 개별 금융회사의 운영 문제가 아니라 금융시스템 전체의 안정성 문제로 바뀌고 있다. 하나의 금융기관이 공격받더라도 지급결제망과 거래소, 청산소를 통해 충격이 연결될 수 있어서다. IMF는 AI 기반 사이버 위험에 대응하려면 견고한 복원력 기준과 시스템 전파 경로에 초점을 맞춘 감독, 민관의 위협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관은 AI 공격을 반영한 금융권 공동 훈련을 실시하고 핵심 결제·청산망의 복구 능력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공격 주체와 방어 기관이 같은 AI 기술을 사용하는 만큼 방어용 AI 투자도 필요하다. 다만 자동 대응 시스템이 정상 거래를 공격으로 오인해 금융서비스를 중단하지 않도록 명확한 통제 장치와 인간의 승인 절차를 둬야 한다.

에이드리언 국장은 “AI 기반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은 특정 모델보다 그 사용을 규율하는 기관과 인센티브, 안전장치에 더 의존한다”며 “정책당국이 조기에 공동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의 금융 불안은 과거보다 더 빠르고 긴밀하게 확산돼 관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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