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스타리아 리무진 일렉트릭. 사진=권지용 기자
이번에 맞이한 시승차는 키를 받아 드는 순간부터 마음가짐이 조금 달랐습니다. 운전석 문을 열고 푹신한 시트에 몸을 붙이는 대신, 자연스럽게 뒷좌석 슬라이딩 도어 버튼으로 손이 먼저 향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함께 살펴볼 모델은 '스타리아 리무진 일렉트릭'입니다. 뒷좌석을 그야말로 극상의 호화로움으로 채워 넣은 특별한 모델이죠.
제아무리 고급진 공간이라도 디젤 엔진의 진동과 소음이 공존한다면 프리미엄 리무진이라는 타이틀이 약간 아쉬울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 모델은 다릅니다. 엔진을 완전히 들어내고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이식하면서 리무진에 가장 필요했던 '압도적인 정숙성'이라는 마지막 단추를 완벽하게 채워 넣었기 때문이죠.
단언컨대, 이번 시승기는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돌리는 이야기보다 '2열 뒷자리에 누워 무중력 상태로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야 마땅합니다. 운전은 기사님에게 맡기고 2열을 즐기는 시간이야말로 이 차를 100% 즐기는 가장 올바른 공식이죠.
현대 스타리아 리무진 일렉트릭 사진=권지용 기자
전동식 슬라이딩 도어가 부드럽게 열리고 실내에 발을 들이는 순간, "아, 지상낙원이 따로 없구나"라는 탄성이 절로 흘러나옵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곳은 단연 2열 독립형 캡틴 시트입니다. 푹신하게 몸을 감싸주는 고급 소파 형태의 시트는 보기만 해도 긴장이 풀리는 듯한 안락함을 선사합니다. 단순한 시트가 아닙니다.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안마 의자 기능은 기본이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시트 전체가 가장 편안한 각도로 기울어지는 '무중력 모드'를 지원합니다.
시트를 최대한 뒤로 밀고 릴렉스 모드를 작동시키면, 종아리를 받쳐주는 레그 레스트가 올라오며 몸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완벽한 무중력 자세를 만들어 줍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비행기 비즈니스석 부럽지 않은 수준이죠. 머리 위로는 높고 쾌적한 천장이 펼쳐져 있어, 기존 SUV나 세단 형태의 프리미엄 리무진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독보적인 공간감을 자랑합니다.
현대 스타리아 리무진 일렉트릭 실내. 사진=권지용 기자
여기에 천장 중앙에는 대형 모니터가 차분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스마트 TV 기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해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다양한 OTT 플랫폼을 곧바로 즐길 수 있습니다. 어설프게 화면만 달아놓고 터치 몇 번에 버벅거리는 여타 시중의 애프터마켓 모니터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시스템 반응 속도가 매우 빠르고 안정적이며, 메뉴 구성도 직관적이어서 처음 탑승한 사용자도 어렵지 않게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 재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자유로를 달리는 도중 2열 시트를 무중력 모드로 완전히 젖히고, 대형 모니터로 영화 한 편을 감상해 보았습니다. 약 2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차 안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경험은 그야말로 '이동식 고급 시네마룸' 그 자체였습니다.
영화 관람을 완성해 준 결정적인 요소는 역시 엔진 소음과 진동의 부재였습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눌러도 가솔린 엔진의 회전음이나 디젤의 덜덜거리는 진동이 전혀 전달되지 않습니다. 도로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전기차 특유의 차분한 승차감 덕분에 영화의 미세한 대사와 효과음 하나하나가 명확하게 귀에 들어왔습니다.
현대 스타리아 리무진 무중력 시트. 사진=권지용 기자
음향 시스템 역시 제 몫을 다합니다. 차량에 탑재된 보스 사운드 시스템은 아주 날카롭고 섬세한 고음역대의 해상력을 자랑하는 타입은 아닙니다. 하지만 볼륨을 크게 높여도 귀를 찌르거나 피로하게 만들지 않고, 잡소리 없이 묵직하고 풍부하게 실내 전체를 감싸줍니다. 폭발음이나 대규모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흐르는 영화 장면에서도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소리를 받아내 시청 몰입도를 크게 끌어올려주죠.
하지만 두 시간 동안 시네마 모드를 즐기면서 몇 가지 소소한 아쉬움과 옥의 티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선 모니터의 화질 부분입니다. 음질 만족도가 매우 높았던 반면, 디스플레이의 화질이나 명암비는 최고급 리무진이라는 콘셉트를 생각하면 살짝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어두운 장면이 많은 영화를 볼 때 블랙 표현이나 세밀한 명암 구분이 다소 뭉개지는 경향이 있어서 시네마틱한 깊이감을 기대했던 사용자라면 화질 면에서 약간의 실망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화면의 절대적인 크기 역시 거대한 실내 공간을 감안하면 조금 더 커졌어도 좋았겠다는 욕심이 듭니다.
현대 스타리아 리무진 2열 팔걸이. 사진=권지용 기자
제어 방식에 대한 불만도 존재합니다. 현재 시스템은 전용 리모컨을 통해 작동하는데, 이 리모컨의 조작감이 그리 직관적이지 않습니다. 최근의 스마트 기기 환경에 익숙해진 사용자라면 차라리 모니터 본체나 별도의 컨트롤 패널에 터치스크린 기능이 적용되었으면 훨씬 편리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2열 시트 구조상 발생하는 실용적인 문제도 있었습니다. 2열 좌우 의자 사이의 좁은 공간으로 리모컨이나 소지품이 한 번 떨어지면, 손을 깊숙이 넣어 빼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시트가 워낙 크고 두껍게 제작되어 생기는 구조적 특성이지만, 자주 사용하는 리모컨이 그 사이로 자주 빠지는 바람에 애를 먹은 점은 다음 개선형 모델에서 꼭 보완되었으면 하는 부분입니다.
현대 스타리아 리무진 일렉트릭. 사진=권지용 기자
2열의 그늘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운전석 역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합니다. 스타리아 특유의 커다란 전면 유리창과 낮게 형성된 윈도우 라인 덕분에 운전석에 앉았을 때 느껴지는 전방 및 측방 시야는 꽤나 시원시원합니다. 웬만한 대형 SUV보다 높은 시트 포지션과 넓은 개방감 덕분에 커다란 덩치의 차량을 운전하면서도 시야 확보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소소한 부분이지만 디테일한 배려가 느껴지는 대목도 있습니다. 운전석 선바이저(햇빛가리개) 거울 조명을 켤 때, 불빛이 딱딱하게 켜지는 것이 아니라 '스무스'하게 그라데이션을 그리며 점등됩니다. 이런 감성적인 마감 요소는 사용자에게 고급감을 안겨주는 참 좋은 요소입니다. 다만 켜질 때처럼 꺼질 때도 부드럽게, '스무스'하게 꺼졌으면 훨씬 더 완벽했을 텐데, 꺼질 때는 단칼에 꺼져버리는 모습이 디테일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네요.
현대 스타리아 리무진 일렉트릭 충전 모습. 사진=권지용 기자
거대한 덩치와 무거운 차체, 그리고 2열의 다양한 편의 장비와 대형 모니터, 에어컨까지 풀가동하는 환경이라면 누구나 전비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스타리아 리무진 일렉트릭은 이 부분에서 반전의 매력을 보여줍니다. 이번 시승 동안 에어컨을 쾌적하게 틀어놓고 다양한 도로 환경을 달렸을 때, 최종적으로 집계된 복합 전비는 5.2km/kWh 수준이었습니다. 차체의 무시무시한 공차중량과 공기저항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수치입니다.
충전 성능 및 주행거리 측면에서도 실용성을 확보했습니다. 급속 충전 시스템을 활용해 배터리 잔량 80%까지 충전을 완료했을 때, 계기판에 표시되는 주행 가능 거리는 약 390km 안팎을 기록했습니다. 도심 인근 이동은 물론, 수도권에서 지방 주요 도시로 이동하는 장거리 주행 시에도 충전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고 여유 있게 누빌 수 있는 수준입니다.
스타리아 일렉트릭은 기본적으로 급속 충전구가 앞에 있습니다. 여기에 충전 편의를 위해 좌측 측면에 완속 충전구를 추가로 설치했습니다. 꽤나 유용합니다. 다만 우리나라 도로 여건 상 후면 주차가 편리한 만큼, 급속 충전부를 측면에 두고 완속 충전을 앞으로 뺐으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입니다. 측면 충전구를 사용중일 때는 왼쪽 슬라이드 도어를 열 수 없다는 소소한 단점도 있습니다.
현대 스타리아 리무진 일렉트릭. 사진=권지용 기자
현대 스타리아 리무진 일렉트릭은 스스로 운전대를 잡고 달리는 드라이빙의 즐거움보다, '남이 운전해 주는 차의 2열에 누워 이동하는 시간이 얼마나 달콤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증명하는 모델입니다.
디스플레이 화질이나 리모컨 조작감, 3열 이동 동선의 불편함 등 디테일에서 아직 개선할 부분이 존재하지만, 내연기관을 버리고 전동화를 선택하면서 얻어낸 극상의 정숙함과 높은 에너지 효율, 그리고 비즈니스석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완벽한 2열 안락함은 이 모든 단점을 덮고도 남습니다. 가족들에게 극상의 이동 공간을 선사하거나, 귀빈을 모시는 리무진 모델이 필요한 이들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가성비 선택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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