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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도, 투자자도 임대료만큼이나 이 숫자를 궁금해한다. 건물이 얼마짜리인지보다, 그 건물이 어떻게 운영되고 무엇을 남기는지를 묻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된 곳은 많지 않았다.
건설폐기물은 2018년 83만톤에서 2020년 101만톤으로 늘었다. 2년 만에 21.6%가 늘어난 셈이다. 시장은 계속 커지는데 그 시장이 얼마나 버리는지 추적하는 방법은 오랫동안 없었다. 이 흐름을 바꾼 건 올해부터 시행되는 수도권 직매립 금지다.
단순히 매립지를 못 쓰게 막는 규제가 아니다. 이제부터는 무엇을 버리든 그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도시 운영 방식 자체의 전환이다. 2021년부터 처리 기준이 조금씩 강화됐고, 2023년에는 관리 체계가 정비됐고, 2030년까지 더 강한 규제가 예고돼 있다. 방향은 하나다. 버리는 일에도 이제 절차와 기록이 따라붙는다.
그 절차의 기준선이 5톤이다. 같은 현장에서 나온 같은 폐기물이라도 5톤을 넘느냐 안 넘느냐에 따라 처리 방식이 완벽히 달라진다. 작은 현장 하나만 보면 별일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현장을 수십, 수백 개씩 동시에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현장마다 5톤을 넘기는지 안 넘기는지 매번 따져야 하고 그에 맞춰 처리 업체와 절차를 다르게 준비해야 한다. 숫자 하나가 회사 전체의 관리 방식을 바꿔야 하는 이유가 된 것이다. 규정을 모르고 넘어갔다가는 나중에 과태료나 행정 조치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 현장 관리자들은 공사 일정표 옆에 폐기물량 계산표를 함께 붙여둔다.
◇치워진 뒤에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예전에는 버리면 끝이었다. 전화로 수거 차를 부르고, 종이 인계서에 도장을 찍으면 그걸로 마무리됐다. 지금은 다르다. 누가, 언제, 얼마를, 어떻게 치웠는지가 GPS와 전자 인계서, 실시간 추적 시스템을 거쳐 하나하나 기록으로 남는다.
최근 국내 한 상업공간 시공사는 500건이 넘는 현장에서 나온 폐기물 처리 과정을 전자적으로 추적해, 570톤을 재활용 경로로 돌리고 1700톤의 처리 이력을 투명하게 남겼다. 어떤 현장은 재활용률 100%를 기록했고, 509개 현장에서 나온 567.916톤의 폐기물이 데이터 플랫폼 지구하다를 통해 하나의 흐름으로 관리되기도 했다.
이런 추적이 가능하게 하려면 39개 지자체와 13개 처리시설, 7개 수도권 허브, 300대가 넘는 수거차량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돼야 한다. 트럭 한 대, 서류 한 장까지 전체 그림 안에 들어가는 셈이다.
이렇게 쌓인 기록은 550tCO₂, 545.3tCO₂ 같은 탄소 감축량으로, 또 나무 8만 2600그루를 심은 것과 맞먹는 효과로 환산된다. 여기서 순서를 헷갈리면 안 된다. ESG를 하려고 이런 체계를 만든 게 아니다. 버리는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했더니, 그 결과로 ESG 성과가 따라온 것이다.
이 순서가 왜 중요할까. 목적이 ESG였다면 보여주기식 캠페인에서 멈췄을 것이다. 목적이 운영 효율이었기에 숫자가 남았고, 그 숫자가 결과적으로 ESG 성과가 됐다. 폐기물은 이제 처리하고 잊어버리면 되는 비용이 아니라 관리하지 않으면 언제든 드러나는 리스크가 됐다. 어디로 갔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숫자는 언젠가 반드시 문제로 되돌아온다.
예전에는 건물을 얼마나 빨리 짓느냐가 경쟁력이었다. 지금은 얼마나 잘 운영하느냐가 경쟁력이다. 앞으로는 그 건물이 무엇을 버렸고, 그것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얼마나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다. 부동산 산업은 건물을 넘어 도시를 운영하는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리고 그 도시는 이제 0과 1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건물을 짓는 산업에서 건물을 운영하는 산업으로, 다시 도시를 운영하는 산업으로. 부동산의 무대는 넓어지고 있다. 도시는 건물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버려지는 것까지 데이터가 되는 순간, 도시 운영은 비로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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