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 위클리 컬처] 7월 넷째 주 문화 3선...‘어떻게 해야 했을까?’·‘사랑의 덕통사고’·‘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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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 위클리 컬처] 7월 넷째 주 문화 3선...‘어떻게 해야 했을까?’·‘사랑의 덕통사고’·‘외투’

투데이신문 2026-07-25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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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무더위가 이어지는 7월의 끝자락, 문화예술계에는 우리가 외면해 온 질문과 오래 품어온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들이 찾아옵니다.

가족의 침묵 속으로 카메라를 들고 들어간 다큐멘터리부터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만들어 낸 팬 문화를 조명한 전시, 한 벌의 외투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존재의 변화를 탐구하는 공연까지. 서로 다른 장르의 세 작품은 사랑과 인정, 관계라는 익숙한 감정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펼쳐 보이는데요.

이번 주도 어김없이 ‘무엇을 볼까’,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엄선한 문화예술 소식을 지금 바로 전해드립니다.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스틸컷 [사진 제공=㈜엣나인필름]

나라면...

가까운 사람의 고통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과 무엇이 옳은지 알 수 없다는 두려움 사이에서 망설이다 보면, 어느 순간 침묵이 하나의 선택으로 굳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미뤄 둔 질문은 시간이 흐른다고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삶의 한가운데 더 깊이 남곤 하죠. 한 가족이 20여 년 동안 품어 온 침묵과 후회를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관객을 찾아옵니다.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스물넷의 나이에 조현병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누나와 병원 치료 대신 집의 현관문에 자물쇠를 채우는 방식을 택한 부모 그리고 그 시간을 카메라에 담은 남동생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데요.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은 가족 내부의 가장 사적인 시간을 기록하면서 누나와 부모에게는 물론 자기 자신에게도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작품은 한 개인의 질환이나 가족사에 머무르지 않고 돌봄과 책임, 사회적 제도의 부재 속에서 한 가족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바라보죠.

무엇보다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가족의 얼굴입니다. 누나를 보호하고자 했던 부모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그의 삶을 세상과 단절시켰고 이를 지켜본 감독 역시 오랜 시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마주합니다. 카메라는 누군가를 고발하거나 명확한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가족 구성원 각자가 감당해 온 시간과 그 안에 남은 상처를 천천히 따라갑니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문장은 이미 지나간 일을 돌아보는 후회의 말인 동시에, 지금 비슷한 상황을 마주한 우리 사회를 향한 현재형의 질문인데요.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 앞에서 가족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개인의 선의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사회는 어떻게 함께 짊어져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는 일본에서 단 4개 관으로 상영을 시작한 뒤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8주 만에 100개 관 이상으로 확대 상영되기도 했는데요. 개인적인 가족의 기록을 통해 돌봄과 사회의 책임을 되묻는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는 오는 29일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전시 사랑의 덕통사고: 사랑 이후, 우리가 만들어 낸 세계

전시 <사랑의 덕통사고: 사랑 이후, 우리가 만들어 낸 세계> 내부 사진 [사진 제공=서울아트책보고]
전시 <사랑의 덕통사고: 사랑 이후, 우리가 만들어 낸 세계> 내부 사진 [사진 제공=서울아트책보고]

좋아하는 마음이 하나의 세계가 될 때

어떤 대상을 좋아하게 되는 순간은 좀처럼 예고되지 않습니다. 우연히 들은 노래 한 곡, 방송 장면, 무대 위 배우 표정이 마음에 들어온 뒤 이전과는 다른 일상이 시작되기도 하는데요. 좋아하는 대상의 소식을 찾아보고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개인의 감정은 어느새 하나의 문화와 공동체로 확장되죠. 좋아하는 대상의 소식을 찾아보고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련의 활동을 흔히 ‘덕질’이라고 부르는데요. 이처럼 갑작스럽게 시작된 팬심과 그 이후 만들어진 세계를 살펴보는 전시가 열렸습니다.

서울아트책보고의 기획전 <사랑의 덕통사고: 사랑 이후, 우리가 만들어 낸 세계> 는 누군가의 팬이 되는 순간과 팬들이 오랜 시간 만들어 온 다양한 사랑의 형태에 주목합니다. ‘덕통사고’는 좋아하는 대상에게 갑작스럽게 빠져드는 상황을 교통사고에 빗대어 표현한 말인데요. 전시는 특정 스타나 작품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사랑에 빠진 팬들을 주체로 삼아 팬덤과 팬문화가 형성되는 과정을 조명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한 번쯤 무언가를 깊이 좋아해 본 경험을 품고 있죠. 좋아하는 마음 덕분에 낯선 사람과 친구가 되거나 지친 하루를 견딜 힘을 얻기도 하고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고 기록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는데요. 전시는 흔히 가볍거나 일방적인 감정으로 여겨지는 팬심이 실제로는 사람의 삶을 움직이고 새로운 관계와 창작을 만들어 내는 힘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전시는 서로 다른 분야를 좋아해 온 팬의 기록과 창작물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가수부터 e스포츠, 지하아이돌, 코미디언 등 다양한 분야의 ‘덕후’들이 참여했는데요. 팬덤을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 집단으로 바라보지 않고, 한 대상을 오래 사랑하며 쌓아온 감정과 기억을 함께 나누는 문화로 들여다본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개인의 감정을 넘어 하나의 세계로 확장되는 과정을 만나는 전시, <사랑의 덕통사고: 사랑 이후, 우리가 만들어 낸 세계> 는 오는 9월 6일까지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 위치한 서울아트책보고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공연 외투

공연 <외투> 무대 사진 [사진 제공=극단, 뜬 구름]
공연 <외투> 무대 사진 [사진 제공=극단, 뜬 구름]

새 외투가 가져온 새 인생

경제가 어려워도 명품은 팔린다는 말이 있죠. 사람들은 내면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종종 겉모습만으로 상대를 쉽게 판단합니다. 입고 있는 옷이나 타고 다니는 차, 소유한 물건이 한 사람의 능력과 지위를 보여주는 기준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요. 한 벌의 외투로 인해 한 사람을 둘러싼 관계와 삶이 달라지는 모습을 그린 고전이 다시 무대에 오릅니다.

연극 <외투> 는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고골이 1842년 발표한 동명 단편소설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입니다. 작품은 러시아의 만년 9급 관리 ‘아까끼’가 낡은 외투를 버리고 어렵게 새 외투를 마련하면서 시작됩니다. 새 외투를 입고 출근하자 그동안 자신에게 무관심했던 주변 사람들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지는데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관심과 인정, 사랑의 가능성을 마주한 아까끼의 삶이 외투를 중심으로 급격히 흔들리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외투 하나가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고 한 사람의 삶까지 움직이게 한다는 설정은 단순하지만 날카로운 이야기입니다. 작품은 물질적 풍요의 시대를 살아가며 외적 조건이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질문하게 하는데요. 새 외투로 달라진 아까기의 모습을 통해 타인의 인정과 사회가 정한 기준을 좇는 동안 정작 자신의 본질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합니다.

원작의 결말을 새롭게 비튼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무대 위로 올라온 <외투> 는 원작과는 다른 결말을 선사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데요. 완성된 답을 보여주기보다 연극만의 결말을 통해 인간이 주변의 사물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워지는 존재임을 더욱 드러내게 하죠. 여기에 재즈와 스윙 음악이 더해 고골 특유의 풍자와 해학을 시각적이고 유쾌한 무대 언어로 다채롭게 합니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우리가 무엇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되묻는 연극 <외투> 는 오는 8월 28일부터 29일까지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NC문화재단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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