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전문가인 유튜버 김지민씨가 민어를 들고 있다.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
여름이 깊어질수록 가격은 폭등하고 맛은 좋아진다. 그런데 ‘먹고 가장 후회하는 생선’으로도 꼽힌다. 민어 얘기다. 수산물 전문 유튜버 김지민씨가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에 올린 '더울수록 가격은 폭등하고 맛있어지는 이상한 생선, 먹어보니 그 이유를 알았다'는 제목의 영상에서 이 모순을 파고들었다. 김씨가 겨눈 건 민어 자체가 아니라 잘못 유통되고 잘못 다뤄진 민어다.
민어는 이름부터 남다르다. 백성 민(民)에 고기 어(魚)를 써 '백성의 생선'이라는 뜻을 담고 있지만, 실제로는 예부터 귀하게 대접받아 수라상에 오르던 고급 어종이다. 서해와 남해 갯벌이 발달한 깊은 바다에 서식하는 민어과 바닷물고기다. 몸길이가 최대 1m 안팎까지 자란다. 회로도 먹을 수 있는 건 물론이다. 뼈와 내장은 매운탕으로, 껍질과 부레, 지느러미살은 따로 떼어 기름소금에 찍어 먹는 등 버릴 것이 없어 여름철 대표 보양식으로 통한다. '봄 도다리, 여름 민어, 가을 전어, 겨울 광어'라는 말이나 '복달임에 민어탕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삼품'이라는 옛 표현이 민어의 위상을 보여준다.
영양 면에서도 여름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단백질이 풍부한 반면 지방 함량은 낮고 소화·흡수가 잘돼 기력이 떨어진 노인이나 환자의 회복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뱃살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바다의 삼겹살'로 불릴 만큼 고소하다. 부레는 쫄깃하면서 씹을수록 녹진한 맛이 나 최고 부위로 꼽힌다.
민어로 만든 음식. /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
민어가 여름에 맛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바닷물고기가 봄 산란기를 앞두고 겨울부터 초봄까지 살과 지방을 찌우는 것과 달리 민어는 산란기가 늦여름에서 초가을이다. 김씨는 "보통 해수어들은 3, 4, 5, 6월까지 봄에 산란기를 맞이하는데 꼭 이렇게 반대로 산란하는 애들이 있다"며 민어의 산란기가 9~10월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산란을 앞두고 알과 기름을 채우는 6~7월이 가장 맛이 오른 시기다. 반대로 9월 무렵 산란 성기에 접어들면 살이 부석해지고 기름이 빠져 값도 떨어진다.
여름 민어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비싸다. 김씨는 전남 완도군 쪽 중매인을 통해 5.2kg짜리 민어를 kg당 3만9000원 수준에 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면 도매가라면서 "(방송이 나가는) 지금쯤이면 그보다 훨씬 더 비쌀 확률이 높다"고 했다. 1m에 육박하는 10kg 넘는 대형 민어는 한 마리에 70만 원에 이르고, 심하면 100만 원 가까이 가기도 한다는 게 김씨 설명이다.
김씨가 영상을 만든 핵심 이유는 ‘왜 당신이 먹은 민어는 맛이 없었는가’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다. 그는 여름마다 입소문에 이끌려 민어를 샀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봤다. 살이 물러서 굳이 민어를 먹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는 것이다. 김씨는 그 원인을 민어 자체가 아니라 숙성과 유통의 문제로 지목했다.
민어는 회로 즐기는 방식부터 다르다. 수분이 많은 생선이라 활어처럼 탱글탱글한 식감을 기대하고 먹는 회가 아니라 하루에서 이틀 이상 숙성해 수분을 잡고 찰기를 끌어올려 먹는 회다. 문제는 이 숙성이 제대로 통제되느냐다. 김씨는 "숙성이라는 것은 그냥 얼음을 올려놓고 파는 게 아니라 셰프가 의도한 온도와 시간을 지켜낸 것을 말한다"고 했다. 통제되지 않은 채 썰어낸 선어회는 무르고 어정쩡하게 숙성돼 제맛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씨는 민어만큼은 수산시장보다 전문점에서 사라고 권했다. 그는 "상인들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수산시장에서 선어 민어회를 먹으면 실패할 확률이 많이 올라간다"며 남도 밥상집이나 숙성 전문점, 민어 전문점에서 회·전·탕을 아우른 코스로 먹는 방식을 추천했다. 코스 가격은 1인분 기준 저렴한 경우 6만~7만 원, 보통은 9만~10만 원 선이라고 한다. 김씨는 시장에서는 큰 민어를 분할 판매하다 보니 부위가 고르게 돌아가지 않고, 하루에도 여러 차례 나눠 팔면서 숙성 상태가 제각각이 되는 점도 실패 확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았다.
'가짜 민어'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일부 횟집에서 중국산 양식 큰민어나 점성어를 민어와 동일한 종처럼 파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들 물고기는 이름에 민어가 들어갈 뿐 전혀 다른 종이다. 구별의 단서로 김씨는 부레를 들었다. 크고 온전한 부레가 나오는 것은 민어가 대표적인데, 이 부레는 생으로 먹는 것이 기본이라는 설명이다. 김씨는 "민어 부레는 생으로 먹는 게 기본이다"라며 부레를 데쳐서 냈다면 민어가 아니거나 선도가 떨어졌을 수도 있다고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수조 속 상태로도 진위를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민어는 깊은 수심에서 잡혀 올라오면 수압이 낮아지며 부레가 부풀어 몸을 뒤집는 탓에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죽는다. 김씨는 "수조에서 활발하게 돌아다니는 민어는 대부분 민어가 아닌 경우가 많다"며 오히려 부레가 부푼 채 숨만 쉬는 쪽이 진짜 민어에 가깝다고 했다.
김씨는 일반 숙성회와 소금 숙성회를 나란히 놓고 맛을 비교했다. 소금으로 두어 시간 숙성한 등살은 표면이 매끄럽고 수분이 빠져 찰기가 확연히 살아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흘 정도 더 숙성하면 더 차지고 깊은 감칠맛이 나온다"며 민어는 씹을수록 맛이 배어나는 생선이라고 했다. 기름이 오른 뱃살, 지방이 부드러운 껍질, 쫀득한 부레 등 특수 부위와 함께 매운탕·전·목살구이까지 한 상을 차렸다.
민어 회에 대한 김씨의 총평은 냉정했다. 그는 "민어는 냉정하게 말하면 다른 고급 회에 비해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식감의 선호도는 좀 떨어진다. 대신 감칠맛의 영역에서는 최고다"라고 했다. 그는 민어는 씹을수록 진한 맛이 나오는 생선이라 다른 재료와 곁들일 때 시너지가 난다면서 숙성회 특유의 부드러움을 즐기는 사람에게 맞는 회라고 정리했다.
값이 정점을 찍는 여름철에 굳이 먹지 말라는 조언도 남겼다. 김씨는 월동을 나며 깊은 수심에서 살과 기름을 채운 12~3월 민어도 기름지고 맛있으면서 값은 오히려 착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어는 무조건 여름에 먹어야 된다는 생각만 박혀 있으니 이렇게 비쌀 때 굳이 먹지 않아도 된다. 겨울에 한번 노려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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