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백신 회의론' 속 어린이 접종률 하락 영향
기생충 감염 사태도 확산…사이클로스포리아증 9개주로 번져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경윤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백신 회의론을 펼쳐 온 가운데 미국 내 홍역 환자 수가 35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 CNN방송은 24일(현지시간)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국 홍역 환자 수가 현재까지 2천321명으로 집계돼, 1991년 이래 가장 많았다고 보도했다.
홍역 환자 수는 2020년에는 연간 13명에 그쳤지만 2024년 285명, 2025년 2천289명으로 급격히 늘었고, 올해는 약 7개월 만에 전년 연간 발병 수를 뛰어넘었다.
최근 18개월 동안 홍역 발병 건수가 그 전 25년간 전체 발병 건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주 별로는 지난해 10월부터 홍역이 번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유타, 애리조나 등지에서도 1년 넘게 홍역 발병이 이어지고 있다.
홍역은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감염병으로, 감염되면 발열과 기침, 발진 등이 뒤따르고 심한 경우 목숨을 잃게 되며 시력상실, 유산 등의 합병증도 유발한다.
백신 접종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발병률이 급감했고, 미국은 2000년 홍역 청정국 지위를 획득한 바 있다.
하지만, 백신 효능을 의심하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된 후 백신 회의론이 득세했다.
이 가운데 유치원생 접종률이 집단 면역 유지 요건인 95% 아래로 내려가자 홍역도 다시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CDC 자료에 따르면 홍역 환자 가운데 90%가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거나 접종 여부를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어린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앤드루 러신 소아과학회장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사태로, 본질적으로 공중 보건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홍역뿐만 아니라 기생충으로 인한 감염 사태도 확산하고 있다.
이날 CDC는 사이클로스포리아증 집단 발병이 미시간과 인디애나, 켄터키, 오하이오, 웨스트버지니아를 넘어 일리노이, 캔자스, 오클라호마, 펜실페이니아 등 총 9개 주로 번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이 9개 주에서 1천947건의 발병 사례가 확인됐으며, 98명이 입원했다.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를 포함해 전국적으로는 사이클로스포리아증 보고 수는 7천909건으로 집계됐다.
사이클로스포리아증은 기생충에 분변 등으로 오염된 물이나 과일·채소 등을 섭취해 감염되는 장 질환이다.
미 보건당국은 테일러팜을 통해 공급된 채 썬 아이스버그 양상추가 매개가 된 것으로 추정한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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