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붐은 계속된다! 실리카겔, 웨이브투어스, 터치드, 데이식스, 한로로와 같은 뮤지션들이 밴드 음악을 젠지의 플레이리스트로 끌어올렸다면, 요즘의 록 페스티벌은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 가장 핫한 밴드는 물론이고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더 엑스엑스, 자우림, 송골매 같은 전설적인 뮤지션들을 한자리에 모아 세대와 국가, 장르를 초월하는 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이번 시즌 헤드라이너들이 유난히 눈에 띄는 이유다. 어떤 밴드들이 무대에 서고,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지 요약했다.
My Bloody Valentine 원 유니버스 페스티벌.
먼저, 슈게이징 장르의 상징과도 같은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이하 ‘MBV’)이 원 유니버스 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로 나선다. 1983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결성한 MBV는 실험적인 기타 연주로 밴드 음악의 문법을 완전히 바꾼 전설적인 밴드다. 이들의 음악 색깔을 가장 잘 보여주는 앨범은 단연 〈loveless〉. 기타 연주 사이로 흐릿하게 묻히는 보컬과 거대한 노이즈, 몽환적인 멜로디는 오늘날 슈게이징 장르를 상징하는 앨범으로 평가된다. 2018년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셋리스트에도 ‘only shallow’, ‘to here knows when’ 등 〈loveless〉에 수록된 곡을 5개나 포함시킨 만큼, 이번 원 유니버스 페스티벌에서도 초창기 대표곡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나 앙코르 곡은 ‘you made me realise’일 것.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 이상까지도 연주를 거의 멈추고 하나의 기타 코드를 엄청난 음량으로 계속 유지하는 압도적인 노이즈 퍼포먼스를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게다가 7년 만에 복귀하는 라이브 무대라니! 2026 원 유니버스 페스티벌에 꼭 가야만 하는 이유다.
오랜만에 활동을 재개하는 밴드가 또 있다. 원 유니버스 페스티벌 2일차에 헤드라인으로 출격하는 혼성 밴드 더 엑스엑스. 2017년 이후 약 10년 만에 활동을 재개하는 데다 그동안 낸 앨범도 많지 않아 활동 하나하나가 참 소중한 밴드다. 앨범 수가 많지는 않지만, 그들의 디스코그래피는 양보다 밀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데뷔 앨범 〈xx〉의 ‘Intro’ 도입부 멜로디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그들의 음악을 한국에서 다시 들을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벅차오르는 건 기분 탓일까?
한편, 2006년 홍대 인디 신에서 결성된 디스코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3일차 헤드라이너로 나선다. 이들이 주로 연주하는 장르는 디스코로 분류되지만 사실 펑크, 시티 팝, 록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밴드라는 사실. 무엇보다 유튜브 채널 〈B주류초대석〉의 김간지가 이 밴드의 드러머이자 송라이터인 것이 화제다. 최근 〈B주류초대석〉 ‘허간민’으로 뜻밖의 명성과 인기를 얻으며 술탄 오브 더 디스코에 새롭게 ‘입덕’한 젠지 세대 팬도 많다고. 아마 이번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무대는 오래된 팬들과 젠지가 모여 뜻밖의 세대 교감을 이뤄내지 않을지!
Massive Attack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16년 만에 내한하는 매시브 어택의 무대도 ‘펜타포트’ 3일차에 펼쳐진다. 이들은 힙합과 하우스에서 파생된 완전히 새로운 장르, ‘트립 합’의 창시자로 묵직한 비트에 미니멀한 멜로디를 노래하는 밴드다. 듣다 보면 레게, 소울, 전자음악의 특징이 모두 느껴지는데 시네마틱한 곡의 기승전결이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시도 역시 눈에 띈다. 실제로 매시브 어택은 난민 문제, 전쟁 반대, 팔레스타인 평화 연대 등 정치·사회적 목소리를 꾸준히 내는 아티스트다. 늘 무대 뒤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뉴스·전쟁·난민 관련 영상을 자주 띄운다. 그래서 이들 공연은 멀티미디어 설치 예술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난 5월 헬싱키 공연에서는 이례적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을 커버했고, 이 곡을 연주하는 동안 스크린에는 5·18 민주화운동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6년 만에 발매한 싱글 앨범 〈Boots on the Ground〉 역시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묵직한 곡이다. 무려 16년 만의 정규 앨범 프로젝트를 예고하는 신보로 여겨지고 있고, 이번 ‘펜타포트’에서도 라이브를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Zutomayo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지금 일본에서 가장 독창적인 음악을 하는 밴드, 즛토마요는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2일차 공연에서 만날 수 있다. 의외로 즛토마요의 첫 해외 단독 공연은 한국이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지난 3월에는 공연장의 규모를 키워 무려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2일간 공연을 펼쳤는데, 양일 1만2천 장의 티켓이 빠르게 매진돼 시야 제한석까지 추가로 판매될 정도였으니 한국 팬층이 꽤 두터운 편이다. 즛토마요를 잘 모르는 이들도 애니메이션 〈체인소 맨〉의 엔딩곡인 ‘Zanki’만큼은 잘 알 것. 또한 즛토마요의 시그너처는 일반적인 밴드처럼 기타, 베이스, 드럼만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냄비, 공구, 선풍기, 세탁기, 진공청소기 등을 타악기나 음향 소스로 활용한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이번 ‘사플페’ 무대엔 또 어떤 생경한 물건이 즛토마요의 음악으로 재탄생할까?
송골매 부산국제록페스티벌.
한국 록의 대중화를 이끈 레전드 밴드 송골매는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나선다. 지난 2022년 송골매는 무려 40년 만에 재결합하며 무대에 복귀해 전국 투어를 성료했는데, 이들의 록 음악은 1980년대에 머물러 있지만 오늘날도 통용된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 지금 가장 힙한, 젊은이들의 페스티벌 ‘부락페’에 헤드라이너로 선다는 것 역시 송골매가 ‘전설’이 아닌 ‘현역’이라는 걸 의미한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같은 1980년대 명곡을 함께 떼창하며, 국적과 세대를 초월하는 풍경이야말로 이 시대의 록 페스티벌이 꼭 담고 싶은 순간이 아닐까?
Rock Festival Planner
2026 원 유니버스 페스티벌
」2023년부터 시작된 록·일렉트로닉·팝 장르의 음악 페스티벌. 올해는 특히 해외 대형 아티스트를 적극적으로 섭외해 국내외 록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자동차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피치스가 처음 기획한 페스티벌답게 음악뿐만 아니라 자동차 문화, 패션, 아트를 두루 즐길 수 있다.
일시 7/25(토)~7/26(일)
장소 파라다이스시티
인스타그램 @oneuniversefestival
2026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with KB국민카드
」올해 21회를 맞는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부락페’와 함께 록 페스티벌계의 양대 산맥이다. 그동안 오아시스, 뮤즈, 라디오헤드 같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르며 록을 사랑하는 찐팬들의 사랑과 인정을 받은 페스티벌이다. 이제 해외 팬들도 찾는 명실상부 국제적인 페스티벌로 급부상했다.
일시 7/31(금)~8/2(일)
장소 송도달빛축제공원
인스타그램 @pentaportrf
JUMF 2026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
」2016년 시작된 록 밴드 중심의 음악 페스티벌. 국내 정상급 밴드는 물론 신예 밴드를 발굴하는 장이라는 색깔을 꾸준히 유지 중이다. 지금껏 전주 MBC가 기획 및 운영해 전북 지역을 대표하는 록 페스티벌로 자리 잡았고 ‘펜타포트’, ‘부락페’와 더불어 3대 록 페스티벌로 이름을 올리는 중.
일시 8/14(금)~8/16(일)
장소 전주대학교 인조잔디구장 A·B 일원
인스타그램 @jumfesta
2026 부산국제록페스티벌
」국내 최초이자 최장수 국제 록 페스티벌로, 한국 록 페스티벌 문화의 시발점이다. 2000년 이후로 꾸준히 이어져 왔고, 올해로 27회를 맞는다. 올해는 특히 세대와 국가를 아우르는데, 송골매와 2000년대 헤비메탈 밴드 어벤지드 세븐폴드, 씨엔블루를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일시 10/2(금)~10/4(일)
장소 삼락생태공원
인스타그램 @busanrockf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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