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엔 없는 '3000만원 문턱'…레버리지 ETF 규제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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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엔 없는 '3000만원 문턱'…레버리지 ETF 규제 실효성 논란

르데스크 2026-07-24 15:50:15 신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기본예탁금 기준이 이달 말부터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되는 가운데 이번 조치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해외 주요국도 레버리지 상품의 위험성을 고려해 다양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현금 보유를 거래 조건으로 삼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예탁금 기준을 2000만원 높이는 것만으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거나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금융위원회는 신속한 시장 수요 안정을 위해 당초 8월 중 시행하려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기본예탁금 강화 조치를 오는 31일로 조기 시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16일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부터는 현금 3000만원 이상을 보유해야만 국내외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신규 투자 및 추가 매수가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기한 내 전산 개발을 완료하지 못한 증권사에 대해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신규 거래 취급을 제한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거래 후 일정기간이 지나더라도 기본예탁금을 완화할 수 없도록 제한된다. 현재는 증권사별로 통상 거래 3개월 경과 후 투자자의 거래 경험 등을 고려해 기본예탁금 요건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보완책과 관련해 "시행이 즉시 또는 조기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참 뒤에야 시행된다는 지적이 있다"며 "신속하게 필요한 대응 조치를 과감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기본예탁금 기준이 이달 말부터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되는 가운데 이번 조치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표시된 각 종목 주가와 이날 거래되고 있는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화면. [사진=연합뉴스]

 

해외 주요국의 증권 정책을 살펴보면 레버리지 상품의 위험성을 이유로 개인투자자 규제를 강화한 사례는 있으나 한국처럼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을 보유한 투자자에게만 거래를 허용하는 기본예탁금 제도를 도입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일례로 세계 최대 레버리지 ETF 시장인 미국에는 개인투자자의 계좌 예탁금 규모 설정을 의무화하는 제도가 없다. 대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자산운용사가 파생상품을 활용해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못하도록 상품 운용 단계에서 직접 통제한다. SEC의 파생상품 규정인 '룰 18f-4'는 레버리지·인버스 펀드에 위험관리 프로그램 도입과 위험 한도 준수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투자자의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거래를 제한하기보다 운용사의 상품 설계와 운용 안전성을 규제하는 방식이다.

 

일본 역시 닛케이225 지수 등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를 개인투자자가 별도의 기본예탁금 없이 거래할 수 있다. 일본 금융청은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중장기적으로 기초지수 수익률의 단순 배수와 괴리될 수 있고, 등락 반복 시 손실이 누적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에게 경고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의 규제는 투자자의 자산 규모로 거래를 차단하기보다 상품 구조와 복리 효과에 따른 위험 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홍콩은 2016년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도입한 데 이어 2025년 3월 아시아 최초로 개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상장했다. 당시 홍콩거래소에는 엔비디아, 테슬라, 코인베이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일일 수익률을 2배 또는 -2배로 추종하는 상품과 버크셔해서웨이 B주의 2배 추종 상품 등 총 9개 종목이 상장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개인투자자에게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 계좌 보유를 요구하는 기본예탁금 규제는 도입하지 않았다.

 

▲ 해외 주요국은 레버리지 상품의 위험성을 고려해 개인투자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처럼 일정 규모 이상의 현금 보유를 거래 조건으로 내건 기본예탁금 제도를 운영하는 사례는 전무하다. 사진은 싱가포르 금융가의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ingapore Exchange Limited) 표지판. [사진=EPA/연합뉴스]

 

싱가포르 역시 별도의 예탁금 기준을 요구하는 대신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복잡한 금융상품으로 분류해 투자자의 금융 지식, 관련 거래 경험, 근무 경력 등을 확인하는 고객계좌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상품의 개인투자자 거래를 허용하되 금융회사가 일일 리밸런싱과 복리 손실 등 구조적 위험을 명확히 설명하고 투자 적합성을 점검하도록 의무화했다. 유럽연합(EU) 역시 고액 예탁금 규제 대신 UCITS(유럽 집합투자업 규제)와 MiFID(금융상품시장지침) 체계를 통해 운용사의 파생상품 위험을 관리하고,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의 지식과 경험을 고려한 적정성 심사를 실시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하는 조치만으로는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레버리지 투기를 잠재우는 데 3000만원은 결코 큰 금액이 아니다"라며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려는 의지가 강한 투자자들이 예탁금이 2000만원 늘어난다고 해서 투자를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나, 예탁금 인상이 실제 투자 심리를 얼마나 위축시킬지는 의문이다"며 "향후 시장 반응을 모니터링하며 추가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투자 수요는 일정 수준 이상의 기대 수익이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가 다소 높아져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며 "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렸다고 해서 투기적 수요가 근본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투자자들이 추가 자금을 마련하거나 신용대출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규제를 우회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며 "예탁금 요건을 높이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시간을 두고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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