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에서 이란과 그 지원 세력의 공격으로 피해를 본 선박·화물에 대한 배상을 미국이 보유·통제하고 있는 이란 자금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23일(현지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이 시점부터 선박과 화물 또는 이와 관련된 모든 피해는 미국이 보유하고 통제하는 이란 자금으로 지불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러한 손해배상액은 매우 클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공정하고 공평한 조치"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 자체에는 어느 선박인지 특정돼 있지 않다. "선박과 화물, 또는 이와 관련된 모든 것"이라고만 돼 있어 대상이 포괄적이다. 다만 발언이 나온 맥락을 보면 최근 두 수송로에서 공격당한 상선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미국은 이란이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을 미사일·드론 등으로 공격한 것을 휴전 위반으로 규정해왔다. 이란은 지난 13일 상선 2척을 공격했다고 주장했고, 아랍에미리트(UAE)는 오만 영해에서 자국 유조선 2척이 이란 미사일에 피격돼 선원 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타운홀 등 일부 미국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에 입힌 피해를 배상하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다른 하나는 홍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2척을 공격한 직후 올라왔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티의 공격에 대해서도 이란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후티가 홍해에서 입힌 피해까지 이란 자금으로 배상시키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다만 배상 대상 선박의 범위와 배상액 산정 방식 등 구체적인 적용 기준은 밝혀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자금은 미국이 동결한 이란 자산을 가리킨다. 미국이 동결한 이란 자금은 약 240억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이 자금은 지난달 서명된 미국과 이란 간 양해각서(MOU)에 따라 60일간의 협상 기간에 걸쳐 이란에 단계적으로 해제될 예정이었으나 휴전이 무너지면서 무산됐다. 알자지라는 다른 나라들에 동결돼 이란이 통제하지 못하는 자산이 전 세계적으로 1000억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2월 무력 충돌 이후 지난달 휴전에 합의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휴전이 사실상 붕괴됐다. 미국은 공습을 재개했고, 지난 14일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를 복원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봉쇄 재개 이후 이란 항구를 드나들려는 상선 9척을 차단했으며, 이날 이란에 대한 13일째 연속 공습을 벌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전날에는 이란이 미사일이나 로켓, 드론 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을 공격할 때마다 "미국은 다리나 발전소 하나를 폭격해 파괴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이날 후티 반군의 사우디 유조선 공격과 관련해 이란과 후티에 "중대한 군사적 응징"을 예고했다.
이란은 강하게 반발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 시각으로 24일 X(옛 트위터)에 "다른 나라의 자산을 압류해 무관한 미래의 청구를 지불하는 것은 선동적인 선례"라고 적었다. 아락치 장관은 "그 자금으로 이익을 얻거나 이를 반기는 자들은 기억해야 한다. 정부가 몰수를 일단 정상화하면 그 누구의 자산도 안전하지 않다"며 "뒤따를 혼란은 예쁘지도 평화롭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락치 장관은 미국의 공습과 관련해서도 "우리의 방어 원칙은 분명하다. 눈에는 눈"이라며 "이란에 대한 어떤 공격도, 우리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을 포함해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을 부를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눈 하나에 머리 하나"라고 맞받았다.
이란과 미국의 충돌로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해상 수송로가 위협받으면서 국제 유가는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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